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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 사퇴한 뒤 ‘친박’ 만나라
‘기름 바른 장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평생 양지에서만 살아왔는데...
 
김종철 칼럼   기사입력  2016/05/29 [10:35]

 

 

지금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지난 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서 내년의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는 “제가 대통령을 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제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기문은 이런 말도 했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겠다. 내년 1월 1일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한국 시민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그때 고민하고 결심하겠다.”

 

그의 ‘제주 발언’을 실질적인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하도록 만든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서 모든 것을 버리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통일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지만, 국가 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

 

반기문의 실질적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고위 당직자들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정치인들은 강력한 비판을 퍼부었다. 요지는 ‘현역 유엔 사무총장이 그런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더 치명적인 반기문의 잘못은 따로 여러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차례로 살펴보겠다.

 

첫째,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신독재의 후계자’인 박근혜를 노골적으로 찬양해 왔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박근혜가 3박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뉴욕에서 공식·비공식으로 7번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전임 사무총장들 가운데 그런 일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세계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모국의 국가원수’ 시중을 들면서 무엇인가 밀담을 나눈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그는 유신독재의 전체주의적 조직인 ‘새마을운동’을 박근혜가 계승·발전시키려 하는 것을 극구 찬양했다. 그뿐 아니라 2016년 새해 첫날에 반기문은 박근혜에게 전화를 걸어 최상의 ‘박비어천가’를 바쳤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라 안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아베의 무성의한 사과’를 덥석 받아들인 박근혜를 향해 뜨겁게 비판을 퍼부었는데, 국제평화와 인권 신장에 앞장서야 할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몰상식한 ‘아부’를 하고 있었다.

 

둘째,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떠난 뒤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자 자유이다. 그런데 그는 현역 사무총장으로서 특정 정당, 곧 새누리당의 ‘친박’과 하나가 되어 실질적인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반기문은 이번에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과정에서 제주의 ‘관훈포럼’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나경원 등 ‘친박’ 핵심인물들이 집결했다. 여기서 나는 반기문이 ‘친박’에 에워싸여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고위 당직자들이 그렇게 했다고 해도 반기문은 단호하게 그들을 뿌리쳤어야 한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직을 떠난 뒤 대한민국의 피선거권자로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누구도 비판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반기문은 이번 한국 방문 기간에 자신의 삶과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그는 ‘관훈포럼’에서 “지난 10년간을 마라톤을 해야 했는데 100미터 뛰는 기분으로 계속 뛰었다”고 말했다. 강대국이 반대하는 데도 미얀마 민주화의 길을 열었고, 이란 핵 해법에 대한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과연 그런가? 반기문이 방한하기 직전에 영국의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번역 전문은 <미디어오늘> 인터넷판 5월 25일자 참조). 그 기사의 원제목은 ‘Master, mistress, or mouse?’이다. master는 ‘주인, 달인, 대가’, mistress는 ‘기혼남자의 정부(情婦)’, mouse는 ‘생쥐’라는 뜻이다.

 

반기문이 그 내용에 관해 조목조목 반박을 가하지 못한다면, 그는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세계의 여러 언론매체가 그의 ‘무능’과 ‘기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스>(2009년 6월호)는 “반기문은 역대 사무총장 중에서도 특히 지도력이나 존재감이 결여되어 유엔을 무의미한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휴먼 라이트 워치>는 2011년 1월 24일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반기문은 인권 침해를 되풀이하는 각국에 대하여, 국제적인 지위가 비교적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하지만, 중국과 같은 대국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공격했다. 하물며 ‘뼛속까지 친미파’로 알려진 반기문이 미국의 권력과 자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을는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기문이 과연 ‘국가를 통합’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만약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주권자들이 거기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기인 1970년 3월 직업외교관이 되어 ‘기름 바른 장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평생 양지에서만 살아온 그가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에 파탄이 나버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남북관계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을까? 이 문제 역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반기문은 자기 이념과 지도력, 행정능력, 민족의 평화공존과 통일에 관한 구상 등에 대해 지금이라도 냉철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정권 연장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친박’의 ‘풍물잡이’가 되어 ‘충청권의 새 기수’ 같은 구호를 외친다면 그의 앞날에는 처참한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요즘 그를 한창 띄우고 있는 ‘대망론(待望論)’이 ‘대망론(大亡論)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 바란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http://www.kop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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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29 [10:35]  최종편집: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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