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서재정 교수]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남극 궤도로 발사할 것에 대비한 포석으로 본다

“북한과 협상 외에는 길이 없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9/08 [21:09]

[서재정 교수]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남극 궤도로 발사할 것에 대비한 포석으로 본다

“북한과 협상 외에는 길이 없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9/08 [21:09]

미국은 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 할까?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교수(정치·국제관계학과)는 ‘남극궤도론’으로 설명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남극 궤도로 발사할 것에 대비한 포석으로 본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이 사드를 중국 봉쇄용 미사일방어체계(MD)로 보는데, 서 교수의 관점은 우리가 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60823서재정03.jpg
서재정 교수' 국제기독교대학(ICU·일본 도쿄) 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우드로윌슨 센터 펠로 및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대학(SAIS) 부교수·코넬 대학 정치학 조교수 역임.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정책자문위원 역임. ⓒ시사IN 윤무영 

 

서 교수는 사드 배치의 배경을 북한 미사일 방어로 보고 있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 본토 방어용이라는 데서 차이가 나는데.

2014년 6월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이 주한 미군 기지에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수세적이었고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했다.  왜 그토록 집요할까, 의문을 품게 되었다. 처음에는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레이더를 중심으로 보면 그것이 맞다. 그런데 이미 일본에 사드 레이더가 두 개나 배치돼 있고 그걸로 중국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데 더 필요할까 싶었다.

일본 사드 레이더는 한반도에 가로막혀 지장이 있지 않을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미사일을 발사하는 단계에서는 인공위성으로 감시하고 미사일이 공중에 올라온 다음부터 추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배치하면 더 가깝고 태백산맥 서쪽이라 유리하긴 하지만 한계효용 면에서 그렇게 크지 않다. 중국의 반발로 미·중 관계나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미국이 그토록 집요한 이유는 뭘까?

나는 요격 미사일에 주목한다. 중국 감시만이라면 이것(요격 미사일)은 필요가 없다. 레이더만 설치한 일본과 달리 한국에 요격 미사일까지 배치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북한의 핵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북한 핵미사일에 사드 요격 미사일이 효과가 있을까?

처음에는 큰 효용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통상적으로 북에서 미국을 향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대체로 북극을 넘어가는 궤도를 생각한다(49쪽 그림 참조). 비행경로상 가장 짧기 때문이다. 북한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미국 동부 워싱턴이나 뉴욕을 겨냥하거나, 서부 캘리포니아를 겨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알래스카에 있는 지상배치 요격 미사일(GBI)이 담당한다. 한국에 배치한 사드로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소용이 없다. 그런데 2012년 12월12일 북한이 서해 발사대에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는데 이것은 한국 서해 상공을 거쳐 필리핀 동쪽으로 날아갔다. 은하 3호 로켓에 탑재됐던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이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이 진행되던 캘리포니아 스타디움 상공을 지나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차 싶었다. 그 궤도를 한번 잡아봤다(49쪽 그림 참조). 지구는 구형이니까 북극 궤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도 미국에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궤도로 ICBM이 날아갈 때 한반도 상공이나 동중국해에서 요격을 못하면 고도가 너무 높아져 그 뒤에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필리핀 쪽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몇 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가 제대로 부각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데이비드 라이트 전미과학자연맹(FAS) 회장이 2012년에 발사됐던 은하 3호 궤적을 추적하고, 그 궤도를 따라서 ICBM이 날아갈 때 어떻게 되는가를 3차원 그래픽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은하 3호 궤도는 끝까지 그렸는데 ICBM 궤도는 그리다 말았다. 아마 이것이 공개되면 미국의 취약성이 드러난다고 보고 중단한 것 같다. 인공위성을 이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핵탄두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ICBM 궤적을 직접 끝까지 추적해본 것인가?


그렇다. 북한 서해 발사대에서 발사하면 필리핀·오스트레일리아를 지나 남극을 거쳐 중남미 상공을 지나 워싱턴까지 도달한다. 남극 궤도라는 명칭도 직접 붙였다.

은하 3호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은?

바로 이듬해 2013년 1월 패네타 당시 국방장관이 미군들 앞에서 북한이 ICBM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은 대비에 들어갔다. 오바마 정부 들어 추진하던 유럽미사일방어계획(EPAA)의 4단계를 취소하고 동아시아 MD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3년 4월 괌에 사드를 배치하고 사드용 레이더를 일본에 배치하는 작업도 바로 시작했다.

한국에 사드 배치를 추진한 것도 그 대비의 연장선인가?


그렇다. 2014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연장과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 운용성 합의를 본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6월에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를 공식 요청했고, 12월에 한·미·일 정보공유 협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올해 2월7일 북한이 광명성 4호 장거리 로켓을 다시 서해 발사대에서 남극 궤도로 날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남극 궤도로 날아가는 북한의 ICBM을 사드 미사일로 요격이 가능한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남극 궤도 ICBM이 동북아 MD의 다층방어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됐고 사드는 그 일환이라는 점이다. 사드의 요격 미사일로 ICBM 요격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성주에 배치할 경우, 사드의 요격 한계인 150㎞ 이내에 북의 ICBM이 들어오려면 300㎞ 이내에서 발사해야 한다. 휴전선 너머이기는 하지만 기존 서해나 동해 발사대는 해당이 안 된다. 사드 무기체계는 계속 진화 발전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정거리가 늘어날 수도 있고, 성주보다 위쪽으로 새로운 포대를 추가 배치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이 ICBM이 아니라 지난 6월에 발사한 것처럼 무수단으로 주일 미군 기지나 괌을 겨냥할 경우 성주가 요격의 최적 지점이다.

160211광명성4호--AP Photo.jpg
2월7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광명성 4호 위성(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며 그 장면을 공개했다. ⓒAP Photo

 

사드 요격 미사일은 종말단계에서 떨어지는 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알려졌는데 상승단계의 ICBM 요격이 가능한가?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 대학 선임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상승단계에서도 요격이 가능하다. ICBM의 경우 종말단계에서는 속도가 빨라 어렵지만 상승단계에서는 속도가 느려 오히려 요격이 가능하다. 미국 전략가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상승단계에서 사드로 요격할 수 있는 것은 요격하고, 요격이 안 된 미사일은 서해나 남해, 동해 이지스함에 연결해 SM3 해상 발사 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강경해지면서 그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 감시에 유용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다목적일 수 있겠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까지도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한다. 미·중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굉장히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시각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돼 있고 핵전력으로 상호 억제되어 있다. 오바마 정부가 그것까지 뒤흔들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은 이란 핵을 방어하기 위한 유럽 MD를 추진하면서 러시아용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맞는 얘기다. 미국이 유럽 MD(EPAA)를 추진할 때 이란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걸었는데 지난해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중국도 미국이 지금은 북한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사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미국은 1차적으로 북한의 ICBM이나 중거리 미사일에 대처하려 한 것인데 중국의 반발이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접어들었고 한반도가 제3의 전선이 됐다는 것이 일본의 시각인데? 


일본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일본은 중국과 관계가 상당히 안 좋고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처지이다. 미·중 관계가 긴장될수록 미·일 동맹이 중요해지고 일본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을 대리해 맹주 노릇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관계는 냉전 시대 미·소 관계와 다르다. 긴장과 경쟁도 있지만 정치·경제·문화 측면에서 교류와 협조도 동시에 존재한다. 군사적 측면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박근혜 정부가 아베 정부의 신냉전론에 편승해서 MD의 최첨단에 나서겠다고 하면 한반도와 동북아 모두 위험해진다.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한국 처지에서 사드와 관련한 주변 정세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 게 바람직할까?


한국 처지에서는 사드 배치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한국이 기여할 수 있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드의 출발점이 북한 핵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미국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이다. 그렇다면 북한 핵미사일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까?


북한이 이미 해법을 제시했다. 바로 지난 7월6일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북한은 7·6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남조선에서의 미국 핵무기 공개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폐쇄 및 검증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 타격 수단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담보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해 핵 위협을 하거나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 △남조선에서 미군의 철수 선포다). 당시 성명은 외무성 대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도 아니고 정부 전체를 대표하는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해 성명의 격을 상당히 높였다. 또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하면서 김일성·김정일의 권위를 다시 불러들였고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를 따르는 노동당 군대 인민의 의지라고까지 했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권위를 다 동원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 것이다.

 

다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는데 이미 합의가 됐거나 시도가 됐던 것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첫 번째, 한국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공개하라는 것인데,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얘기가 된 내용이다. 두 번째, 한국에 있는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를 검증받으라는 것도 이미 합의가 되었고, 세 번째, 미국이 핵무기를 다시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담보하라고 했는데 이것도 1994년에 합의가 됐으며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네 번째, 핵으로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6자회담과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다섯 번째, 한국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전에 보기 힘든 제안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핵무기와 무관한 미군은 있어도 되는 것인지, 미군 철수를 ‘선포’만 하고 철수는 안 해도 되는 것인지 모호하다. 한마디로 북한이 협상용 문턱을 낮추었거나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페이지- Suh 2015 THAAD and Arms Race in Korea.jpg
북한에서 발사한 ICBM의 북극 궤도(맨 위). 서재정 교수는 광명성 4호의 발사 성공으로 남극 궤도(위 왼쪽, 위 오른쪽)도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화할 용의가 있을까?

오바마 정부는 임기 말이라 새로운 정책은 추진하기 어렵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과 아시아 정책을 재검토하고 대안을 찾을 것이다. 결국 봉쇄와 압박을 더 강화하거나 대화와 협상밖에는 없다. 그런데 봉쇄 압박은 이미 할 수 있는 한 다 했고, 더 하려면 중국이 협조해야 하는데 사드 배치로 미국이 중국에 더 요구할 수도 없다. 대화와 협상 외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누가 차기 행정부를 맡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고 힐러리는 강경하다는 평가인데.

힐러리 클린턴이 국내 정책은 진보적이나 대외안보 정책에서 강경한 것은 맞다. 국무장관일 때 리비아에 군사 개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 특히 대북 문제에서는 조금 다르다. 국무장관일 때 ‘힐러리 이니셔티브’라고 불릴 정도로 협상을 시도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주목할 포인트다. 또 힐러리 사단에 빌 클린턴의 협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 있고, 이런 사람들이 1994년의 협상 경험으로 북한과 새로운 정책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한의 7월6일 성명이 계속 유효할까?

북한도 장기적인 판단을 하고 7·6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다. 미리 자리를 깔아두고 기다리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9월까지는 을지훈련의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 수밖에 없으나 이 기간을 넘기면 7·6 성명에 담긴 협상이 전면에 부각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우리 정부가 가을쯤 대화 분위기를 살릴 만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내년부터 할 수도 있는 북·미 협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로고 서재정 교수 인터뷰

  • 도배방지 이미지

사드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PHOTO
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