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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일해재단?' 최태민 딸 최순실, K스포츠 설립 의혹

전경련이 돈 걷고 문체부 초고속허가…‘미르’ ‘K스포츠’ 판박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9/20 [09:46]

'박근혜 일해재단?' 최태민 딸 최순실, K스포츠 설립 의혹

전경련이 돈 걷고 문체부 초고속허가…‘미르’ ‘K스포츠’ 판박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9/20 [09:46]

앞서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선데이저널에 박근혜 퇴임후를 대비한 조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가운데 K스포츠의 설립에 박근혜의 최측근인 최순실(60, 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한겨레가 보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단독]전두환 一海재단 판박이...재단법인 미르-스포츠 K 철저해부  

 

재벌 기업에서 모금하는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이 깊이 개입한 정황과 박근혜 측근 최순실 개입으로 박근혜 '퇴임후 재단'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재벌들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내 만든 이들 재단에 박근혜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이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이다. 

지난 5월13일 새로 취임한 정동춘(55)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머리 마사지> <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 등 외국인이 쓴 스포츠마사지 책자를 번역한 이 분야 전문가다.

 

이 센터는 최순실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센터 관계자들은 “최순실씨는 5년이 넘는 단골손님인 데다 집도 가까워 자주 찾아오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동춘 원장이 직접 맡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동춘 이사장은 “최순실씨는 우리 고객의 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재단 이사장 제안은 전경련에서 어떤 사람하고 연결이 되어가지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씨의 인사 개입 정황이 포착된 케이(K)스포츠는 민간 재단법인이다. 올 1월13일 설립된 케이스포츠는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순수 민간 재단의 목적치곤 임기를 1년 반 남짓 남겨둔 박근혜 정부를 먼저 떠오르게 한다. ‘창조’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울 때 쓰는 핵심 열쇳말이다.

 

이 재단의 정관에 나와 있는 또 다른 목표인 ‘국민행복’도 마찬가지다. 재단은 그 이름이 암시하듯 ‘체육’을 통해 이러한 설립 목적을 이루겠다고 한다. 하지만 ‘국위선양’, ‘인재 양성’, ‘남북 체육 교류’ 등 공익 사업을 하겠다는 재단의 설립 과정과 배경, 주체, 인적 구성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설립 절차부터가 수상하다. 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1월12일 설립 신청을 한 뒤 불과 하루 만에 허가증이 나왔다. 신청에서 허가까지 적어도 1주일, 길게는 수십일씩 걸리는 관행에 비춰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신청 서류는 불과 두 달 반 앞서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의 복사판이다. 미르는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공익 법인이다.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오영훈 의원실을 통해 받은 두 재단의 정관을 살펴봤더니 총칙에서부터 조항 순서 및 문구 등 정관의 내용이 미르의 것과 거의 똑같다. 재단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정관의 목적 또한 유사하다. 설립 목적에 미르가 “문화라는 매개”라고 기재한 것을 케이스포츠는 “체육이라는 매개”라는 표현으로 바꾼 정도가 다를 뿐이다.

 

두 재단의 ‘창립 총회 회의록’은 회의 장소와 안건을 비롯해 회의 순서, 문구, 분량 심지어 회의에 등장하는 상당수 인물까지 판박이다. 회의록은 정관과 함께 설립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 중 하나다. 그런데 두 재단의 회의록은 일부 인물과 출연금 액수 등에서 작은 차이가 있을 뿐, 베끼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다.

 

심지어 한 기업 임원은 직책이 부사장인데 상무라고 잘못 기재돼 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두 재단의 총회 회의록이 아예 가짜로 판명났다는 점이다.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회의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기업 부사장은 “케이스포츠 재단이 뭐죠? 전혀 모르겠는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했다고 하는 날짜에 회의장은 대여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스포츠뿐만 아니라 미르 또한 초고속으로 설립 절차를 밟았다. 2015년 10월26일 허가신청서를 낸 다음날 허가증이 나왔다. 더욱 놀라운 건 허가증이 나온 바로 당일에 현판식까지 열렸다는 것이다. 문체부 소관인 인허가 날짜가 재단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착착 진행될 것이란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각각 체육과 문화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두 재단의 몸통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립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과 목적 등은 한 기획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수두룩하다. 머리는 하나인데 몸은 두개인 쌍둥이를 연상시킨다.

 

두 재단의 돈줄 역시 같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앞세운 표면적 모금 과정도 똑같다. 두 재단엔 각각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양쪽에 돈을 댄 곳은 모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다. 공기업을 뺀 자산 기준 상위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포스코, 지에스, 한화가 두 재단에 모두 출연(약관 및 창립총회 회의록 기준)을 약속했다.

 

▲     © 한겨레

 

이후 출연금과 참여 기업들은 다소 달라지지만, 설립 당시 케이스포츠엔 269억원을, 미르엔 469억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두 재단이 실제로 거둬들인 돈은 이보다 많다. 미르가 국세청을 통해 공시한 자료를 보면 출연금은 486억원(2015년 12월 말 기준)에 이른다. 케이스포츠 또한 “지난 8월 말 현재 기업들로부터 288억원을 모았다”고 정동춘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출연금은 기업 규모별로 거의 비례한다. 예를 들어서 케이스포츠의 경우엔 그룹별로 삼성에서 79억원, 현대차에서 43억원, 에스케이에서 43억원, 엘지에서 30억원, 롯데에서 17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출연금도 컸다.

 

재벌들의 출연이 전경련을 통해 갹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뒤에서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업들이 몇 개월 만에 약 8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돈을, 어떻게 꾸려지고 운영될지도 모를 불투명한 재단에 모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작 기업들은 돈을 내놓고도 이후 재단 운영에 관심을 보이지도, 참여도 하지 않았다.

 

최근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전경련은 뒤늦게 이사 한명을 앉히는 모양새를 갖췄다. 재단 모금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이 깊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지만 안 수석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거액을 출연한 기업체의 재무담당 관계자는 “우리에게 모금 과정을 취재하려고 하지 마라.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입이 없다”고 말했다.

 

거액을 모아놓고도 두 재단 모두 최근 ‘개점 휴업’ 상태다. 케이스포츠는 현재 이사장을 뺀 이사 4명 가운데 2명, 감사 1명이 사임했다. 이사장 자리도 지난 5월 새로 취임하기까지 대략 석달 동안 공석이었다. 미르재단도 이사장을 뺀 6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이 그만둔 상태다. 몇달 사이에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거둬들이고, 뻣뻣하던 문체부가 알아서 기도록 하는 ‘권력’이 미르와 케이스포츠 뒤에 존재하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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