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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고라]가속화되는 미국 중산층의 붕괴

문제는 이렇게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0/11/20 [22:05]

[오늘의 아고라]가속화되는 미국 중산층의 붕괴

문제는 이렇게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0/11/20 [22:05]
아침 출근길에 들은 라디오에서는 GM이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대기업들, 특히 GM의 경기가 회복됐다는 이야기가 마치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처럼 밝은 뉴스로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허상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인가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에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의 비극임과 동시에 세계적 비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워싱턴 포스트 지의 기사 하나를 읽다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신문은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10만달러의 연봉을 받던 크리산드라 워커라는 전직 너싱홈(양로원) 직원이 어떻게 빈곤층으로 추락해 버렸는지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참조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story/2010/11/19/ST2010111900317.html?sid=ST2010111900317 )
 
문제는 이렇게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기사들에 따르면 특히 흑인들이 빈곤선 이하로 추락,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전체 미국 인구 중 14.3% 가 빈곤선 이하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수치로만 따져도 50년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할  정도여서, 미국의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 주에서 이같은 수치가 높은데, 단순히 센서스를 통한 통계에 잡힌 숫자만 해도 빈곤층은 이 두 개의  주에서 32만 3천명입니다. 미국 전체로 치면 빈곤선의 기준인 4인가족 기준 연수입 2만 1천 756 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270만명에 달합니다.
 
이 WP의 기사는 중산층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직장을 잃고, 어떤 식으로 삶의 질이 급전직하했는지를 자세하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이것은 지금 대기업들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집약되는 대기업성장중심, 이윤극대화를 위한 효율우선의 경제정책들은 결국 이런 수많은 개인들을 낳고 있으며, 그 폐해는 결국 기업들에게까지도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구매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미국 특유의 소비경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거품들이 키워졌고 매차례 그 거품들이 터질때마다 서민들의 고통은 계속해 가중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편법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노동의 가치'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일확천금의 가치관'으로 바뀌면서, 미국 사회의 도덕적인 타락도 가속화됐습니다. 그것은 물론 사회 양극화의 급격한 진행 속에서 키워진 사회적 박탈감 때문에도 그 강도가 더욱 컸을 것입니다.
 
이같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가장 큰 삭감을 당한 것은 복지정책이었습니다. 빈곤층에 지급되던 온갖 복지혜택들이 없어지면서, 이들의 구매력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빈곤층 그 자체이겠으나, 그것은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키워주기 위해 대기업들에게 신용카드 발행을 허용한 것은 결국 기업들이 자기들의 본업과는 상관없는 '부업'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고, 기술개발이 뒷전이 되면서 미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마저도 떨어졌습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미국 기업은 더 큰 이윤을 노려 해외로 나갔지만, 자국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해외공장은 그 기반을 잃어갔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잃어버린 30년'이 되어 버린거죠.
 
문제는 빈곤층이 이 정도로 증가할 만큼 미국 경제가 좋지 않고, 미국의 내수 시장이 형편없이 되면서 세계 수출시장도 당연히 동반위축된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은 FTA 등으로 무역에 치중하기보다는 먼저 자국의 구매력부터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의 기업들은 다시 미국 내로 돌아와야 하고, 일차리를 창출해야 하며, 대기업에 대한 구제성 투자보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직접 지원 제도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과거 '복지'라고 말하는 것의 핵심이었고, SSI 나 소셜 시큐리티 연금 같은 것은 계층과나이에 관계없이 미국을 먹여살리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즉, 이제는 '성장 위주'로만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들의 이윤 증대라는 이유로만), 또 무역에 치중하고 올인하는 식으로 경제를 이끌어간다면, 그 단순무식함에 대한 보상은 사회 안정의 붕괴라는 형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미국이 실제적으로 다시 경제대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마 힘들 것 같습니다. 적어도 미국 국민들이 레이거노믹스 이전의 행복지수 수준을 회복하려면 지금같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는 어림 택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잘못된 경제정책의 후과가 몇십년 후에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보이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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