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쿠데타'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거부하는 '새누리'

자당 소속 국방위원장 감금하고, 국회의장 능멸하고...

김종철 칼럼 | 입력 : 2016/09/30 [18:00]

새누리당, 이 정도면 의회쿠데타 아닌가 

 

주권자들을 무시하는 집권 새누리당의 반헌법적 행위가 극에 이르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5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국회의장 정세균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극한적 반대를 물리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김재수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이었다(김재수의 ‘황제전세’, ‘고가 아파트 무일푼 매입’, ‘노모의 빈곤층 의료보험 가입’ 등 의혹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겠다). 

 

새누리당은 26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세균이 국회법을 어기고 해임결의안을 의결했다고 공격하면서 “해임건의안 원천무효와 정세균 의장의 사퇴가 없는 한 다음 주로 예정된 국정감사 등을 비롯한 모든 국회 운영과 국회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사진 : 노컷뉴스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은 바로 그날부터 국회 당대표실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정세균이 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27일에는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장 김영우가 “전쟁이 나도 국방위원회는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고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상임위를 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당 지도부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 국방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기상천외한 사건이 터졌다. 오후 11시 50분쯤 국방위원장실에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정세균 사퇴관철 비상대책위원회’ 본부장 김성태 등 여러 명이 김영우 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실질적으로 감금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사태를 두고 ‘감금’이 아닌 ‘설득’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영우는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김영우는 오후 3시 14분께까지 약 3시간 20여분 동안 갇혀 있었다. 그는 감금 당사자인 동료 의원들에게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국방위 국감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철수했고, 합참도 현업으로 돌아갔다”며 “그러니 동료 의원님들도 돌아가시라”고 말한 뒤 풀려났다고 밝혔다. 김영우는 결국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감에 참석할 수 없었고, 위원장을 기다리던 야당 국방위원들은 일정을 취소하고 자리를 떠났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이나 소속 집단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국정을 논의하는 사람들이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영우가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을 방해했다. 

 

국회법 제155조(징계)는 “국회는 의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이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 뒤 ‘7의 3항’에 “의원의 본회의장 또는 위원회 회의장 출입을 방해한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형법 제276조는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3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에는 국회 회의를 방해함으로써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고 나와 있다. 그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새누리당 의원 정희수였다. 헌법기관이자 상임위원장인 김영우를 감금하고 회의를 방해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헌법, 국회법, 형법은 물론이고 공직선거법을 어겼음이 분명하다.

국방위원장을 감금하고 국정감사를 무산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의회쿠데타’를 자행한 새누리당 일부 ‘친박’ 의원들은 정세균을 향해 인신공격을 넘어 저주나 다름없는 폭언을 퍼부었다. 단식 이틀째인 당대표 이정현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세균을 ‘정 의원’이라고 불렀는데 이날부터는 ‘정세균’ ‘정세균씨’라고 지칭했다. 국회의장의 존재를 아예 부인해버린 셈이다. 그는 지난 1일 열린 정기국회에서 정세균이 낭독한 ‘개회사’ 내용을 두고 “정치 야욕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테러”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정현은 27일 야당을 향해 “저 사람들이 노리는 건 오직 하나, 대통령을 무릎 꿇려 쓰러뜨리려고 집권 전략을 위해 이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정현은 지난 26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선거 결과에 승복 않는 사람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가 아니고선 이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을 신호탄 삼아 의원들이 정세균과 야당을 겨냥해 ‘말폭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헌정 역사를 지켜온 족적에 궤변스런 행동과 말로 흠집 내는 정세균 그들을 척결하고, 야당 우상호와 그 독재자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김순례),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인격살인”(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정세균은) 의회독재자, 의회민주주의 파괴, 더불어민주당의 행동대장”(최고위원 이장우). 이 시점에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주범’은 새누리당이다. 그런 행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정현을 비롯한 ‘친박’ 의원들에 관해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하수인들’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집권당이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국정감사 거부를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정의당 원내대변인 김종대는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려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씨 등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덮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야당이 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무능을 비판할 때마다 새누리당은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며 귀를 막으려고 해 왔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지금 국회가 ‘민생’을 보살피기 위해 당연히 진행해야 할 국정감사를 쿠데타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거부하고 있다. 이런 당이 대통령에게 ‘예속’되다시피 한 채 입법부의 독립과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작태를 주권자들이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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