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실정에 분노한 아이티 주민, 유엔 구호물자 트럭 약탈

아이티의 콜레라 확산에 책임이 있는 반 총장 지원요청에도 국제사회 호응 미지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0/17 [20:45]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허리케인 매튜가 강타한 아이티를 방문한 가운데 남서부 도시 레카이에서 유엔의 실정에 분노한 일부 성난 주민들이 식량과 생필품을 실은 유엔의 구호트럭을 약탈한 사건을 목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5일 아이티 현장에 도착한 반 사무총장은 “수많은 이재민을 만났고 그 중에는 어린아이, 병자, 임신부도 다수였다”며 “비통(heartbreak)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매튜 피해로 경작지와 수도공급 시설이 파괴된 아이티에서 제때 구호 손길이 닿지 않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아이티의 콜레라 확산에 책임이 있는 반 총장의 발언이어서 얼마나 국제사회가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남서부를 중심으로 콜레라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아이티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최빈국에 속하는 아이티의 국민 대다수는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만큼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 발병은 치명적이다. 아이티는 원래 콜레라 청정국가였지만 2010년 1월 대지진 이후 콜레라가 확산됐다.

 

그해 10월 아이티 중부 아르티보니테 강 근처 유엔 시설에 파견된 네팔의 유엔 평화유지군(PKO)이 공공수로에 버린 쓰레기가 원인이었다. PKO가 아이티로 건너오기 전 네팔에서는 콜레라가 유행하고 있었다. 유엔은 2014년 내부 감사를 하면서 이 사실을 확인했지만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며 책임을 부인해왔다.

 

유엔은 최근 들어서야 책임을 인정했다. 반 총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 파견된 PKO가 벌인 성폭행과 아이티의 콜레라 창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엔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으며, 많은 사람들을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면서 “아이티 주민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책임까지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니어서 진정성은 의심받는다.

 

앞서 아이티 국민들은 콜레라 유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유엔은 외교적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미국 항소법원은 지난 8월 콜레라 피해자들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대해 유엔은 면책특권을 가진다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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