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검찰의 ‘사인 왜곡’ 폭로, TV조선은 검찰의 ‘부검 시도’ 정당화민언련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 나쁜 보도’ 선정 사유 보고서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 방송, 온라인 보도상’ 대상자와 2016년 8월 ‘이달의 나쁜 신문, 방송’을 선정했다. 방송 부문은 백남기 농민 사인에 대한 검찰의 왜곡이 있었음을 드러낸 JTBC <단독/“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심수미․남궁욱 기자) 보도가 선정되었다. 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상식과 간담회는 10월 28일(금)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아래는 2016년 9월 ‘이달의 좋은 나쁜 방송보도’ 선정사유이다.
좋은 방송보도, 검찰의 백남기 농민 사인 왜곡 의도 드러낸 JTBC
지난 9월 25일,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17일 간 병상에 있던 백남기 농민이 결국 숨을 거뒀다. 국가폭력에 의해 국민이 희생된 초유의 사태였지만 검찰과 경찰은 사과와 책임 대신 부검을 밀어붙였다. 백 농민의 위중함을 인지한 경찰은 사망 전날인 24일부터 병력을 배치해 부검을 시도했고 유족과 시민들이 이를 막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모였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원사인’을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명시하고도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재해 사인 왜곡 논란을 일으켰고 법원은 부검영장을 발부해버렸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던 당시의 CCTV에서도, 서울대병원의 모든 의무기록에서도, 심지어 유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경찰이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물대포가 사망 원인이라고 나와 있지만 검경은 부검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국가폭력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사인을 왜곡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 사인 왜곡 의혹은커녕, 백 농민 사망 이후 진행되는 일련의 사태조차 방송사들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JTBC만이 매일 보도를 내면서 끈질기게 검경과 서울대병원의 사인 왜곡 의도를 드러냈고 검찰이 애초부터 물대포가 아닌 다른 사인을 만들어내려 했음을 보여주는 단독보도를 내기 이르렀다.
보도량부터 타사 압도, ‘사인 왜곡’ 홀로 파헤친 JTBC
△ 백남기 농민 관련 방송 보도량 비교(9/25~9/30)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는 25일부터 30일까지, 부검 및 사인 왜곡 의혹과 관련된 상황들을 계속 짚어나갔다.
△ 검경의 백남기 농민 사인 왜곡 관련 주요 이슈를 다룬 보도 목록(9/25~30)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망 당일 1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보도 ▲28일 발부된 부검영장에 대한 유족 및 백남기 대책위원회 인터뷰 ▲사망 당시부터 논란이 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의 사인 왜곡 정황 등 모든 주요 사안을 JTBC만이 보도했다. SBS가 단독보도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백 농민 입원 직후 외상성 뇌출혈임을 의무기록에 명시하고도 정작 사망진단서에 누락했다고 폭로한 29일을 제외하면 JTBC 외의 다른 방송사가 사인 왜곡 논란을 다룬 날은 없다. 다만 SBS가 30일, 서울대 의대 학생회의 사망진단서 비판 성명을 JTBC와 함께 보도했을 뿐이다.
‘검찰, 다른 사인 부각하기 위해 부검 시도’, JTBC 보도의 하이라이트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치의 진술조서가 백씨가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돼 치료를 받다가 숨진 만큼 사인이 일견 분명해 보인다는 취지로 돼 있으니 이에 대한 법의관 의견의 차이점을 상세히 밝히라”는 검찰의 지시 내용이다. 심수미 기자는 이를 “물대포 충격을 근본 사인으로 언급한 주치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라는 지시”라고 정리했다. 검경이 물대포가 확실한 사인임을 알면서도 다른 사인을 부각하기 위해 부검을 시도하고 있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 검찰이 ‘물대포’ 아닌 다른 사인 찾으라고 지시했음을 폭로한 JTBC(9/27)
당시에 이미 사망 구분을 ‘병사’로 기록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가 큰 논란이 된 상황이었고 29일 SBS의 단독보도에 이어, 10월로 접어들면 ▲서울대병원이 의무기록과 건강보험급여 신청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기재하고도 사망진단서에만 ‘병사’를 명시한 점 ▲백 농민 입원 당시 경막하출혈 전문의가 있었음에도 굳이 백선하 교수가 ‘등산복’ 차림으로 돌아와 가망도 없는 수술을 강행한 사실 ▲검찰이 백 농민 사망 전부터 ‘빨간우의 남성’을 사망 원인으로 염두 했다는 사실 ▲경찰의 시민 온라인 대화방 사찰 의혹 등 갖가지 사인 왜곡 정황이 드러났다.
10월에도 타 방송사가 이 사안들을 외면할 때 JTBC 홀로 보도를 냈으며, 27일 검찰의 수사 지휘서를 폭로한 보도는 이 모든 의혹 보도들의 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 관련 단독보도는 타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지만 검찰의 사인 왜곡 의도를 검찰의 문서로 증명한 것은 JTBC의 27일 보도가 처음이었다. 검찰의 수사 의도와 관련된 단독보도는 10월 12일, 한겨레의 <백남기 사망은 ‘빨간 우의’ 탓?…속내 드러낸 검찰>까지 보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JTBC의 <단독/“사망원인 다른 의견 강조하라”>(9/27)는 서울대병원의 사인 왜곡에 대한 국민적 의심에 근거를 더했으며 국가폭력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검경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나쁜 방송보도, ‘사인 왜곡 의혹’ 대신 ‘부검 필요성’만 보도한 TV조선
일제히 ‘국가폭력 은폐’에 나선 방송사들
9개 방송사 중 홀로 사인 왜곡 논란을 매일같이 파헤친 JTBC를 제외한다면 TV조선과 MBN이 25일부터 30일까지의 보도량에서 타사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이 중 MBN은 보도량만 많았을 뿐 사인 왜곡 논란은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고 ‘여야 공방’과 같은 무의미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차라리 무관심해주셨으면 좋았을만한 방송사가 있었다. 바로 TV조선이다. TV조선의 9월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는 가히 고인에 대한 모욕이자, 국가폭력을 은폐하는 선동이라 할 만 하다.
기껏 나온 보도가 ‘급성신부전에 의한 사망’과 ‘외부 세력 개입 프레임’
심지어 TV조선은 이 인터뷰에 이어 “검찰과 경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보도의 논리를 요약하면 “경찰 물대포에 맞고서는 ‘혼수상태’→사망원인은 ‘콩팥기능 마비’→검경은 이에 따라 부검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시민단체’가 반대”로 갈무리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부검으로 사인을 왜곡하려는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검경의 의도를 사실처럼 보도한 것이다.
경찰 대변인 자처한 TV조선, 9월 ‘최악의 보도’
△ 사망 원인을 ‘병사’로 보는 경찰 입장 조명한 V조선(9/27)
이렇게 구체적으로 ‘병사’를 사인으로 본 경찰의 주장을 설명하고 나서야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서 300일 넘게 입원한 게 확실한데 경찰이 ‘사인’을 빌미로 부검을 하고 과잉진압의 책임을 피해가려 한다”는 유족의 입장을 한 마디 덧붙였다. 이는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은폐 보도이다. TV조선은 당시 이미 논란이 됐던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지 않았고 경찰이 그 사망진단서마저 ‘오독’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 오류가 있다는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마저 선행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것은 인정했는데 이철성 경찰청장은 표면적 사인으로 명시된 ‘병사’만으로 부검을 정당화했다. TV조선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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