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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경주지진의 진실

낮은 내진설계의 근거가 된 각종 보고서 내의 여러 수치 자료들 조작, 은폐, 축소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10/26 [03:05]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경주지진의 진실

낮은 내진설계의 근거가 된 각종 보고서 내의 여러 수치 자료들 조작, 은폐, 축소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10/26 [03:05]

20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국정감사의 주요 주제는 당연히 경주지진이었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생각이 무너지고 나니 돌아봐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 동남부 일대에는 8개의 주요 활성단층대를 비롯해서 확인한 것만 60개가 넘는 활성단층이 있다. 이곳에 부산, 양산, 울산, 경주, 포항, 대구 등 큰 도시들이 위치해 있고 산업단지와 원전이 있다.

 

지난 100여년 동안 지진안전지대로 취급되어 오면서 원전과 산업시설은 최대지반 가속도 0.2g(지, 중력가속도)에 해당하는 지진규모 6.5에 맞추어져 내진설계가 되어 있고 학교와 같은 상당수의 공공시설에는 내진설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진발생 활성단층이 무시된 역사

하지만 활성단층과 역사지진 기록으로 이 일대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원전 부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20년이 넘었다.

 

신월성 1, 2호기, 신고리 1, 2호기 등 신규부지와 신규원전을 건설할 당시 추가로 활성단층들이 발견되었지만 원자력안전법 하위법령에서 준용하도록 되어있는 미국 기준인 ‘활동성단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진 평가에서 배제되었다.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제4기 단층이다. 언제든 다시 활동을 할 수 있는 즉, 다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을 말한다.

 

활동성단층은 그 중 더 젊은 활성단층으로 따로 분류했는데 젊은 단층이라고 지진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그 사례로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단층은 활동성단층이 아니라 활성단층이다.

 

지진이 일어났으니 양산단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한 달짜리 활동성단층이 된 셈이다.

 

활성단층과 원전 지도ⓒ환경운동연합

활성단층과 원전 지도 ⓒ환경운동연합

 

*활성 단층: 신생대 제 4기 지층을 움직인 단층으로 재활성될 수 있는(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 신생대 제 4기 지층은 약 200만년전 지층이므로 그 이후에 움직인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함. 지진화산재해대책법 23조에 ‘활성단층 조사 연구 및 활성단층 지도 작성 등’이라고 돼 있지만 활성단층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없음.

 

*활동성 단층: 미국 핵규제위원회에서 원전 설계에 평가하라고 정한 단층으로 활성단층 중에 50만년전부터 두 번, 3만5천년전 또는 5만년전부터 한 번 움직인 단층. 우리나라 원자력법 기술기준에 미국기준 준용하라고 되어 있음.

 

*계기지진: 지진계측장비로 지진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지진을 계기지진이라고 함. 우리나라 계기지진관측은 일제시대인 1905년 인천관측소에 지진계를 설치함으로써 시작되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20년간 중단되었다가 1963년 3월 미국지질조사소에서 세계지진관측망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표준지진계 1대가 설치되었다. 1978년 홍성지진을 계기로 장비현대화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온라인 지진감시시스템을 구성했으며 총 145개 관측소가 전국에 분포해 있다.

 

원자력계와 지질학계, 그리고 이를 모니터해 온 환경단체들 사이의 논란이 지난 7월 5일 울산 앞바다 규모 5.0지진과 9월 12일 규모 5.1, 5.8 지진, 19일 규모 4.5 지진과 50여차례의 여진으로 인해 전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원자력계와 정부는 지진 발생 가능성을 축소했고 비판적인 지질학계와 환경단체는 활성단층을 배제한 지진 평가를 비판해왔다. 비판의 목소리는 묻히고 결과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까지 16개가 몰려있는 이 일대는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되며 전반적으로 지진 대비가 없는 지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원자력계의 국민안심작전

원자력계의 국민안심 작전은 치밀하다. 지진위험성을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밝힌 소방방재청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보고서(2012.10)가 발간번호까지 받아놓고 폐기되었다.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당시 책임연구원인 최성자 박사는 원자력계의 반대로 발간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소방방재청 보고서에서 최대지진 평가는 활동성단층만이 아니라 양산단층과 울산단층과 같은 활성단층을 포함하고 있었다.

 

활성단층은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다수 발견되었고 원전 부지 평가서 작성을 위해서 조사를 해 오면서 확인되었다.

 

원자력안전법 하위 법령에 따르면 원전 부지 반경 320킬로미터 이내에 항공사진과 인공위성 자료와 논문 등의 문헌자료 분석으로 광역지질조사를 해야 하고 40킬로미터와 8킬로미터 이내에 활성단층 지도를 제시하고 활동성단층일 경우 추가 정밀지질조사를 해야하며 1킬로미터 이내에는 시추에 의한 기초 지반의 상태와 지질구조를 조사하고 공학적 특성과 지하수 특성을 더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와 정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의 부지안전성 평가서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등에 참여하거나 한수원 용역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밀엄수의 의무를 져야 했다.

 

그런데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각종 자료가 공개되면서 그동안 낮은 내진설계의 근거가 된 각종 보고서 내의 여러 수치나 자료들이 조작, 은폐, 축소되어 왔다는 것이 알려졌다.

최대지진 평가 최소규모 7.25 조작된 자료들이 밝혀지다

김경수 의원과 권칠승 의원실에서 입수한 한수원의 「원전부지 최대지진 조사․연구」보고서(2015.6)에는 최대지진 평가를 도출하기 위한 역사지진자료가 누락, 조작되었다. 결정론적 최대지진평가를 위해서 역사지진기록과 계기기진기록이 사용되는데 역사지진기록은 배제되어 최대지진은 규모 5정도에 불과하다.

 

역사지진기록과 계기지진기록, 활성단층으로 평가되는 확률론적 최대지진평가에서는 60개가 넘는 활성단층은 배제되고 단 두 개의 활동성 단층만 입력자료로 사용했다.

이 보고서에는 역사지진목록 1과 2에서 표값은 6.92~9.82를 보이는데 이를 옮긴 그림에는 6.2~6.7로 다른 값이 적혀 있어서 김경수 의원과 권칠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보도자료에서 표값에 나온 최대지진 추정값이 맞는 것이고 그림에 적힌 최대지진 추정값은 오기라고 해명했다. 9.82 추정값은 가중치를 0으로 했지만 나머지는 동등하게 가중치를 1/3씩 주었다고 했다. 동등한 가중치를 적용하면 평균값이 된다.

 

따라서 역사지진목록 3개를 종합한 최대지진값은 7.25에 이르는데 확률론적 최대지진평가에 입력값은 6.2로 축소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천년 동안 최대지진은 7.25이지만 4천년간의 재현빈도로도 최대지진은 6.5에 불과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이 속한 지진지체구조구의 역사지진목록 1, 2, 3고 가중치 적용. 출처: 김경수 국회의원 제출자료-한수원의 「원전부지 최대지진 조사․연구」보고서(2015.6) >

 

김성수 의원실에 의하면, 지질자원연구원이 한수원에 제출한 기술자문보고서의 활동성 단층들이 한수원에 의해 신고리 5, 6호기 부지평가서에서 누락, 축소되었다.

 

기술자문 보고서에는 상천 1단층과 웅산단층은 50만년 이내에 두 번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고 원원사 단층은 50만년 이내에 최소 4번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라고 기록되어 있다.화정단층은 2만8천년이내에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다.

 

특히, 웅산단층은 길이가 4킬로미터에 이르는 단층으로 원자력안전법 하위 법령에 의해 원전 설계 지진값에 고려해야 하는 단층이다. 이 법령에 따르면 원전 부지 32킬로미터 이내에 길이 1.6킬로미터 이상의 단층은 원전 설계 지진값에 고려해야 하는 단층이다.

 

그런데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에서는 상천 1단층과 웅상단층은 활동성 단층이 아닌 활성단층으로 연대측정값이 수정되었다. 웅산단층의 길이는 수십 미터로 축소되었다. 원원사 단층은 아예 연대측정 기록이 사라졌다. 화정단층은 단층 자체가 누락되었다.원전부지 평가에 고려해야 할 활동성단층이 최대 여섯개로 늘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네 개의 활동성 단층이 빠져버린 것이다.

 

한수원은 국감장에서 자체 조사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근거자료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부지반경 40km 이내에 분포하는 제4기 단층 조사 결과 비교표. 출처: 김성수 국회의원 보도자료 >

 

이런 모든 것을 원 상태로 돌리고 이번에 움직여서 활동성 단층이 된 양산단층까지 포함하면 원전 부지에 미칠 최대지진값은 진도 7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모 6.5에 맞추어진 이 일대의 12기의 원전과 규모 7로 상향된 시운전이나 건설 중인 4기의 원전 모두 불안한 상태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사실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경주지진 이후 처음 개최된 10월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경주지진과 원전 내진설계에 적정성 등에 대해 보고안건으로 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한수원의 이런 조작과 축소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있음에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조차 없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기준 상향해서 독립적인 재평가해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지만 정부와 규제기관은 우리보다 나은 편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사고 난 4개의 원전 외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던 전국의 50개의 원전을 모두 가동 중단 시켰다. 원전 전기량이 우리와 똑같은 전체 전기 공급량의 30%였는데 말이다.

 

대규모 지진과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안전기준을 상향조정했고 재가동을 원하는 원전은 그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안전 보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원전은 폐쇄되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반경 30킬로미터까지(일부 바람 방향에서는 50킬로미터까지) 주민들이 피난 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는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모든 지자체와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 원전 제로 상태에서 만 2년을 견뎠으며 현재는 3기만 가동 중이다.

 

우리 정부는 월성과 고리 원전 일대에서 계기지진으로 최대지진은 규모 5에 불과하다고 예상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 넘은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예상을 넘는 경주지진이 일어났음에도 안전기준은 상향조정하지 않았고 원전 가동도 강행하고 있다. 수동정지 기준이 넘는 지진동이 발생해 가동 중단한 월성 1~4호기의 경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의결 없이 재가동을 강행할 것이다.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축소, 조작, 은폐된 자료를 다시 살리고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 활성단층을 포함한 최대지진평가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이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동남부 일대의 원전 가동과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밝혀진 내용이 그냥 단신의 뉴스로만 지나가 버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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