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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피눈물 보도, 언론은 아직 정신 못 차렸다
그녀가 눈물이든 피눈물이든 흘리든 말든 언론에서 더 이상 보도하지않기를 바란다
 
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6/12/16 [07:07]
 

청와대는 12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10여분 간만 방문한 것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 토로와 관련, “박 대통령은 피해상인을 만나서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말씀을 전하고 싶어했다. 아직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어서 상인들을 직접 위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 해명했다. 그런데 그는 이어 “경호팀으로부터 들었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의 해명 끝에 느닷없이 ‘경호팀으로부터 들었다’며 ‘대통령이 차안에서 우셨다’고 전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일제히 ‘대통령이 울었다’고 야단법썩을 떨었다. 경호팀이 뭘 봤는지 그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 진위도 불분명한 내용을 대변인이 슬쩍 흘리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난리를 쳤다. 이 정도는 약과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뒤 이번에는 피눈물도 나왔다.

 

대부분의 언론은 청와대 익명의 참모를 동원하여 “박 대통령은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국무위원 간담회에선 탄핵 가결 등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면서 착잡하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눈물을 보이며 국무위원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 박 대통령이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 보도했다. 피눈물은 반성이 아닌 자신의 억울함을 강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언론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눈물과 피눈물’은 보도할만한 뉴스 가치를 갖춘 것이리라. 그러나 탄핵을 당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실정에 대한 반성, 세월호 사망자와 유족들에 대한 공감부족과 무책임한 처사 등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않고 자신의 억울함을 위한 피눈물 운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세월호 재난참사로 304명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올림머리손질을 연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그시각 자식을 침몰하는 배안에 둔 부모의 심정은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그런 때 대통령의 눈물이나 피눈물 보도는 구경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세월호 유족들은 자식들을 먼저 보낸후 매일같이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자신의 올림머리, 태반주사, 감초주사에 더 관심을 갖는 대통령의 눈물, 피눈물 보도에 대해 국민은 별로 공감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 박근혜의 운명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전히 허망한 ‘박근혜 눈물, 피눈물’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다. 대통령이 탄핵사태라는 불행한 지경에 온 것은 대통령만의 잘못이 아니다. 친박과 수석 등 참모들이 잘못된 행태가 가장 크게 질타돼야 하지만 언론의 잘못도 잊어서는 안된다. 언론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언론은 대통령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지않았다.

 

박근혜가 최태민에게 빠져 정신을 못차리니 제발 구해달라는 1990년 박근령 지만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


정치권이 여야로 나눠지듯 언론도 ‘니편 내편’으로 나뉘어져 후보의 자질과 사생활 문제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않았다. 박근혜는 이미 국회의원시절부터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검증은커녕 이미지를 조작, 형성하는데 신문과 방송은 앞다퉜다. ‘형광등 1백개의 아우라’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 등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이미지 조작에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이제와서 언론본연의 검증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언론사별로 지난 보도를 한번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언론은 견제, 감시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않았다. 

 

대통령이 되고난 뒤 절대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견제 역할은 사라졌다. 종편채널과 공영방송사들은 앞다퉈 대통령 홍보와 과장보도로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활개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2014년 세계일보가 ‘대통령은 둘’이라며 특종을 보도했을 때도 대부분 언론은 침묵했다. 세계일보는 권력의 혹독한 탄압과 보복에 사장이 바뀌고 편집국장, 기자 등이 법정에 출두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시사저널, 일요신문, 한겨레 등 수많은 언론이 권력의 언론탄압 및 회유 전략에 견제역할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해도 침묵했다.

 

대통령이 장차관, 수석 참모들과 대면보고 보다 서류보고, 전화보고 등에 의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세월호같은 국가재난상황에서조차 수십차례에 걸쳐 서면, 전화보고만 하고 있다는 것은 대통령도 참모도 단단히 고장났다는 반증이다. 언론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외는 회견 자체를 하지않아도 이를 문제삼지않았다. 국민과의 대화, 창간기념일, 창사특집 프로 등으로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만들던 언론은 박근혜 취임이후 일제히 입을 닫았다. 어쩌다 기자회견이란 것이 열려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조차 하지않았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청와대 기자들은 ‘취재거부’조차 하지않고 그냥 벙어리 기자, 귀머거리 기자역할을 한 것이 이런 국가적 재앙을 키웠다. 

 

대통령은 눈물이든 피눈물이든 흘리든 말든 언론에서 더 이상 보도하지않기를 바란다. 직접 보지도 않았고 불신받는 청와대 참모 혹은 경호실의 전언으로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이 아직 정신차리지못했고 여전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JTBC같은 종편이 용기있게 보도하기 시작하자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언론이 제대로 서면 나라도 바로 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신료를 챙기는 공영방송사 KBS, MBC가 권력의 애완견이 된 것 역시 국정농단을 키워 국가의 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 눈물, 피눈물에 현혹되지말고 이런 위기속에 잘못을 찾아내 제도개선을 이뤄내야만 한국 언론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반성과 다짐, 제도개선을 이뤄내라는 것은 또 다른 촛불의 명령이다.

 

미디어오늘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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