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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꼼수'다
개헌은 박근혜 퇴진, 정권교체 다음
 
우리사회연구소   기사입력  2017/01/12 [19:24]

박근혜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과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탄핵안 심리에 한창입니다. 바야흐로 조기대선 국면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은 지금 개헌논의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의 10월 24일 국회시정연설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지금 개헌은 박근혜가 불을 지핀 것입니다. 박근혜 퇴진 촛불이 뜨거운 상황에서 박근혜가 제안한 개헌논의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이상합니다. 개헌은 기득권 세력의 꼼수입니다. 

다양하게 쏟아지는 개헌안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그야말로 제각각입니다. 대통령제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하기도 하며 아예 이번에 내각책임제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개헌안 가운데 중론이 모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2월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어떤 통치구조가 맞다고 생각하는가’냐는 질문에 ‘대통령 4년 중임제’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이조차도 37.8%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23.2%에 달했으며 현행대로 ‘대통령 5년 단임제’ 유지도 19.9%에 달했습니다. ‘의원내각제’는 7.7%에 불과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정치권도 제각각입니다.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유승민, 남경필, 오세훈 등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합니다. 여기에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자치분권과 국회의원 소환제를 포함해 4년 중임제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출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더민주 이름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부겸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책임지고 총리는 내치를 전담하자는 주장입니다.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아예 의원내각제를 주장합니다. 그리고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자치분권형 개헌을 주장합니다. 정말 복잡한 개헌안들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고 있습니다. 

1월 11일에 소집된 국회 개헌특위도 특위위원들이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였지만 어떤 형태의 개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개헌이 촛불 소화기인가 

실제 개헌안이 이토록 복잡한데도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개헌논의를 매우 다그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급기야 1월 12일, "대선前 권력구조 '원 포인트 개헌'은 가능"하다고 제멋대로 해석하였습니다. 

<조선일보>가 올려놓은 기사를 보아도 18대 국회 자문위원이었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 전 개헌은 실제 대선이 언제 치러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일단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먼저 개헌하고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1·2년 더 논의해서 개헌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기 권력구조를 일단 합의할 수 있다는 조건과 대선이 너무 빠르지 않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 아래에서 대선 전 개헌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로 중론이 모아지는 권력구조가 없습니다. 대선은 빠르면 4월에 치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까요? 이것은 궤변일 수 있습니다. 

 


1월 12일 <동아일보>는 김성호 자치법부원장의 “개헌, 시간은 부족하지 않다.”는 칼럼을 공개하였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불공정하고 잘못된 대선 룰과 국가권력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선을 치르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모든 인적·물적 역량을 동원해 단시일에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최적 대안을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단시일에 개헌을 요구하기 위해 그들이 30년간 신봉해 온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졸지에 잘못된 대선 룰과 국가권력구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수구언론, 기득권 세력에게는 구체적 개헌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개헌”이 빨리 논의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더 빨리, 더 뜨겁게, 이들은 아마 “개헌”으로 모든 신문지면이 도배되기를 학수고대할 것입니다. 

바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정치프레임을 “개헌”으로 전환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개헌”을 지금의 탄핵촛불을 물타기하는데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개헌이 무슨 촛불 소화기입니까? 

개헌바람의 배경 

보수기득권 세력이 줄기차게 개헌바람을 넣는 배경은 권력구조 전환 그 자체도 기득권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수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앞으로도 유지하려면 지금의 대통령 5년 단임제보다는 권력구조를 다르게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한미동맹과 공생관계를 이루어 70년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한미동맹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주고, 미국은 그 대가로 기득권의 권력을 보장해주는 관계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바마행정부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명박 정권을 최고의 한미공조정권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오바마행정부는 박근혜 정권을 두고도 한미동맹이 빛샐 틈도 없다고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미국의 친구는 1000만 촛불시민이 아니라 이명박근혜였던 것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미본토 핵타격 능력을 사실상 완성하고 정전체제 종식을 요구하는 북한을 눌러야 동북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은 시리아내전에서 러시아에게 완전히 밀렸습니다. 터키에서 친미군부가 감행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Son of bitch”라 모욕하며 탈미행보를 펼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이 무너질수록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확립하고자 할 것입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한국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이 그 적임자입니다. 

그러나 이는 누가 보더라도 온 국민들에게 돌 맞을 짓입니다. 어느 대통령이 오더라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한반도 배치 등을 밀어붙인다면 박근혜처럼 임기를 버티지 못하고 쫓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한국의 권력구조를 개편해 복지관련 권력과 한일군사공조, 사드 한반도 배치 등을 추진할 외교안보 권력을 분산시키고 나아가 내각제 총리처럼 권력자를 지속적으로 교체해나간다면 이는 한미동맹을 지속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촛불로 무장하는 만큼 권력구조도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심산인 것입니다. 

그러니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나없이 개헌논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개헌을 떠들면 일단 지금 타오르고 있는 1000만 촛불이 사그라들 것 같으니 좋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촛불시민들을 상대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일정하게 개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 논의는 보수기득권 세력에게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박근혜 퇴진” 구도를 “개헌” 구도로 전환하면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갈라서버린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를 결집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비박계는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하여 “바른정당”을 창당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박근혜 탄핵”이 아니라 “개헌”을 중심으로 분류한다면 친박과 비박은 공통적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므로 갈등폭은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개헌은 보수 결집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친미가 주도하는 개헌 

말씀드렸던 것처럼 개헌의 출발점은 국민의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0월 24일, 최순실의 국정농단 정황이 마구 터져나오기 시작할 때 박근혜는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정치권에 개헌을 전격 요청하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정치권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개헌논의를 반대하였습니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10월 24일, SNS에 '최순실씨 관련 의혹의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경필은 11월 27일에도 개헌에 대해 "탄핵에 집중해야 할 지금 이 시점에 적절치 않다"며 "탄핵과 개헌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대하였습니다. 새누리당 하태경도 "최순실 관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개헌 논의는 잠정 유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어떤 형태의 개헌 논의에도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박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일언반구 입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오늘로써 대통령발(發) 개헌 논의는 종료됐음을 선언한다"며 개헌에 반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인들은 하나둘 개헌을 언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안철수는 12월 21일, 기본권 강화와 지방자치 강화, 대통령 권한 축소를 포함해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 필요성까지 모두 담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자기가 종료선언한 개헌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그는 포괄적 개헌을 위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함께 결정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개헌을 받았습니다. 12월 27일, 반기문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은 틀림없이 있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 임기 초에 개헌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개헌을 전제로 다음 총선에 맞춰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개헌 전제로 임기단축에 부정적이던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한 것입니다. 

12월 29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재석 219명 중 찬성 217명, 기권 2명으로 의결했습니다. 특위위원은 정당 의석수에 따라 더민주에서 14명, 새누리당 12명, 국민의당 5명, 바른정당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36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내 의장 임기(2018년 6월)까지 개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개헌특위는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6개월간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1월 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개헌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늘푸른한국당은 대표적인 친이계 이재오 전 의원이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창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12월 28일 대전시당부터 시작하여 1월에 서울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창당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상의 과정에서 보듯 박근혜가 던진 개헌안은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하였다가 슬그머니 안철수가 받더니 뉴욕에 있던 반기문이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제3지대를 언급하는 친미적 입장의 정치인들입니다. 안철수와 반기문이 나서자 정치권 모두가 개헌논의에 맹렬히 빠져들고 있습니다. 개헌은 출발점이 국민의 요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안철수와 반기문이 개헌을 필두로 결집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와 반기문은 박근혜가 던졌던 개헌안을 왜 받은 것인가요? 개헌이 불거지면 촛불이 꺼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안철수는 결선투표제까지 던졌습니다. 이 역시 박근혜 퇴진과 적폐청산으로 나아가는 촛불의 민심을 선거제도 변화로 돌려보려는 꼼수입니다. 개헌 논의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기 위한 꼼수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제안은 촛불을 꺼트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제3지대론, 그리고 반기문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꼼수에 속지 말자 

개헌 논의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학규 민주당 고문을 비롯한 일부 야권인사들이 개헌에 동참하고 있어 국민들의 인식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개헌논의가 불거지자 마치도 물 만난 고기처럼 대선 전 개헌을 두고 연일 입에 거품을 물며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헌 추진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반박하며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국가의 권력구조를 3-4달 만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요? 손학규는 나아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과 함께 ‘개헌연대’를 구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1000만 촛불이 타오를 때에는 촛불에 힘을 실어준 것도 없던 손학규가 개헌논의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출세주의입니다. 그가 ‘개헌연대’라며 만나고 다니는 이들도 따지고 보면 촛불에 기여한 것 없는 정치인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난데없는 개헌논의에는 아무런 열정도 없고 감동도 없습니다. 이들이 만나는 것부터가 야합정치의 표본입니다. 

일부 야권정치세력들도 위험한 개헌논의에 무턱대고 발을 담가서는 안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야 합니다. 국민이 아니라 기성정치세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은 박근혜 퇴진, 정권교체 다음 

이미 국민들은 개헌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12월 28일에 밝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5%가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하고, 당선된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1.2%는 ‘이번 말고 그 다음 대통령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전체의 59.7%가 대선 이후 개헌을 말한 것입니다. ‘이번 대선 이전에 해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32.4%에 불과하였습니다. 개헌이 중차대한 국가대사니만큼 면밀히 검토해서 정확하게 하자는 의견이 대세인 것입니다. 

지금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적폐청산에 더욱 집중할 때입니다. 촛불민심을 존중하는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헌은 국민이 주도하는 올바른 민주정권을 세워낸 후, 정권교체 이후에 진지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개헌은 기득권 세력의 꼼수입니다.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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