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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김정은의 트럼프 딜레마”

김정은, 미사일 불꽃놀이 하면 치명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17/02/06 [20:50]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김정은의 트럼프 딜레마”

김정은, 미사일 불꽃놀이 하면 치명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 입력 : 2017/02/06 [20:50]

최순실 게이트와 조기 대선이 우리의 관심을 독점하고 있는 사이 김정은과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을 위험한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조금만 더 당기면 툭 하고 끊어질 활줄 같이 아슬아슬하다. 김정은의 힘(핵·미사일) 자랑과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이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같다.

 

 

미국 대선 때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콧방귀 뀌듯 일축했다. 김정은이 말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최대사거리 1만2000㎞로 뉴욕·워싱턴 같은 미국 동부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KN-08이나 KN-14다. 김정은에게 남은 것은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다. 그것도 2~3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선제타격론과 정권교체론, 김정은 암살론까지 정책옵션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 한국에 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포함해 조지 W 부시 정부의 네오콘 이상으로 강경한 안보관을 가진 사람들이 트럼프 정부의 안보전략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요직을 차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들에게는 김정은이 고마운 존재일 수도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와 태평양상의 이지스함에 배치된 그 많은 요격미사일을 한 번도 실전에 사용해 보지 못했다. 그들은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상대로 미국이 말로만 자랑해 온 미사일 잡는 미사일을 시험해 보고 싶다. 국방장관 매티스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단순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조기배치와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핵·미사일의 실전배치를 목전에 둔 북한 문제를 두 나라의 새 정부가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탐색하는 행보일 것이다.

 

매티스의 방한과 때를 같이해 이순진 합참의장과 조셉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도 전화통화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한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합의를 했다. 3월에 실시될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은 미국이 막강한 항모전단과 최신예 전략폭격기를 북한에 시위할 자연스러운 기회다. 김정은은 ICBM 개발 완성의 마지막 1마일을 가야 하고, 트럼프 정부는 김정은의 그 마지막 한 걸음을 저지해야 한다.

 

김정은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가 신년사에서도 "군사기술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한 말이 과장이 아님을 내외에 보여 주기 위해서는 KN-08이나 KN-14, 그것도 아니면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무수단이라도 발사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김정은은 트럼프가 두렵다. 난폭자는 난폭자를 안다. 국내외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침없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7개 이슬람 국가 시민들의 미국 입국 금지령을 내리고, 중국·일본·독일을 상대로 '금융전쟁'을 선포하는 트럼프의 미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다가는 불벼락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한·미 정보당국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도 김정은이 빠진 딜레마 탓일 것이다.

 

다행히 머지않아 북·미 간 깊고 어두운 터널에 햇볕이 비칠 것 같다. 미국은 지난달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을 통해 북한에 1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했다. 북·미 간 뉴욕 채널도 다시 움직인다. 이달 중에 의미 있는 접촉이 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자제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다면 하는 무지막지한 대통령이다. 한국과 미국은 3월에 실시되는 키리졸브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제공격→북한의 반격→한국과 미국의 재반격에 의한 전쟁→한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가상의 진행(Sequence)을 생각하면 지금의 사태를 김정은과 트럼프의 광란에만 맡길 수 없다. 선제공격은 북한의 공격징후가 확실할 때 한다. 공격징후의 확실성 판단을 미국 단독으로 하면 안 된다.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해야 한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에 북한과 미국 간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국지적이든 전면적이든 한반도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반도가 미국 강경파 안보팀을 위한 전쟁연습장이 되어서도, 그들의 첨단무기의 시험장이 되어서도 안 된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세상은 거꾸로 돌아간다. 자본주의 기업인 트럼프가 무역관세를 올리고 국경장벽을 쌓고, 세계화(Globalization)에 반기를 들었다. 공산주의자 시진핑이 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챔피언이 됐다. 김정은에게 충고한다.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광란의 미사일 불꽃놀이를 하다간 치명적인 화상을 입는다.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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