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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쇼’의 비루함···나라 망신은 朴근혜 하나로 족하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옹호하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지금 무엇을 지키려는 것이냐?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2/13 [17:53]

‘태극기쇼’의 비루함···나라 망신은 朴근혜 하나로 족하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옹호하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지금 무엇을 지키려는 것이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2/13 [17:53]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은 태극기를 든 노인들로 가득 찼다. 연단에 오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게 탄핵됐고, 국정농단은 조작된 사건이며, 언론이 거짓 선동했다고 되풀이 말했다. 국정농단이 아니라 ‘고영태와 그 일당의 금품사기 사건’이라고 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사기 피해자라는 것이다. 국회·검찰·언론은 깨부셔야 할 탄핵 3적으로 불렸다.

 

대형 스피커에서 울리는 ‘탄핵기각’ ‘대한민국 만세’ 구호가 찬바람에 섞여 귓전을 때렸다. ‘계엄령 뿐, 군대여 일어나라’는 팻말을 목에 건 노인이 보였다. 지방에서 올라 온 관광버스 앞 유리엔 ‘박사모 대구본부 12호차’ ‘박사모 경기 평택지회’ 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물어봤다. 왜 나왔느냐고. “촛불세력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 “민주노총, 전교조가 나라를 장악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힘을 보태러 나왔다”고 했다.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속은 게 죄지, 땡전 한 푼 챙긴 게 뭐가 있느냐”고도 했다.

 

 12일 대한문 앞에서 노인들이 탄핵무효 등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의 심리는 일종의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보인다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했다. 촛불집회를 보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인한 반대 행동이라거나, 경제·사회적으로 배제된 노인들이 마지막 남은 자신들의 시대와 가치까지 말살된다고 느껴 저항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엊그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은 79%, 반대 15%였다. 콘크리트처럼 완강한 15%다. 이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 다른 세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멀쩡한 사람도 확 달라진다. 정상인에 내재된 광기(狂氣)는 건강한 상식과 합리적인 이성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광기가 집단화될 때는 마녀사냥, 나치, 문화대혁명, 매커시즘 같은 잔혹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말했다(‘정상인의 은밀한 광기’ 중).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박근혜가 단상에 올랐다.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을 다 잊어 버립시다. 하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며칠 몇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이명박·박근혜 양자 대결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선 후 파국을 예견했다. 박근혜는 혼돈과 우려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지지자들의 상심을 달랬다. 사람들은 전율이 느껴졌다고 했다. 10년 전 박근혜는 후일을 도모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박근혜는 내일이 없다. 그래서 감동의 연설도, 참회의 이벤트도 필요없다. 박근혜 정부 비서실장, 장차관, 수석, 비서관 18명이 구속됐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이런 나라는 없다.

 

대통령 자리에서 진작에 물러나야 했지만 박근혜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자백과 증거로 확인된 사실도 “엮였다”고 했다. 잡범들은 일단 도망가고, 잡히면 부정하고, 그래도 안 되면 빽을 쓴다. 도망칠 수도 빽을 쓸 수도 없는 대통령은 부인(否認)을 택했다.

 

박근혜의 전략은 3단계다. 특검 수사는 부인과 모르쇠로 대응한다. 헌법재판소 심리는 최대한 지연시킨다. 목표는 기각이다. 기각 이후 최종 시나리오는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3월13일)하면, 헌재 재판관 7명 중 2명만 반대하면 기각이다. 자신이 임명한 재판관이 둘 있고, 평생 대구에서만 근무한 향판(鄕判)출신 재판관도 한 명 있다.

 

박근혜는 지금 3월13일과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필요한 것은 탄핵 반대 여론을 키우는 것 뿐이다.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구도만 세우면 성공이다. 또 국민 갈라치기다. “태극기를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란 발언은 총동원령의 신호탄이었다. 국정원 댓글도, 세월호 위기도 다 이렇게 넘겼다.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고 보수는 전통적인 걸 지키자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나라의 틀을 크게 보고 아우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는 빈부격차와 계층 갈등이 커지기 전에 사회보장제도를 최초로 만들었다. 복지의 대명사인 사회안전망은 보수 정치인 영국의 처칠이 만든 제도이다.

 

책임과 희생과 헌신은 보수의 행동원칙이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한 박근혜와 최순실을 옹호하면서 국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지금 무엇을 지키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태극기에 겹쳐 성조기를 흔들고 펼치는 모습은 더 비루하다. 나라 망신은 대통령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경향신문 박래용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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