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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경제학, '박근혜 징역 100년'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재판부는 중벌을 선고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3/27 [22:36]

범죄의 경제학, '박근혜 징역 100년'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재판부는 중벌을 선고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3/27 [22:36]

[민중의소리]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 시카고 대학교 교수는 범죄경제학이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경제학자로 불린다. 베커는 범인이 범죄를 결심할 때 범죄에 드는 비용과, 범죄가 가져올 이익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큰지를 판단한 뒤 범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여담이지만 베커가 이 같은 이론을 발전시킨 데에는 본인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베커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지각을 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주차장이 만차 상태였다.

 

베커는 불법주차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스스로 번개처럼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불법주차로 시간을 벌어 강의 시간을 지켰을 때 얻는 이익(학생들에게 신뢰를 얻고, 학교로부터 징계도 피하고 등)과, 불법주차로 치러야 하는 비용(딱지를 뗄 확률과 딱지를 뗐을 때의 벌금)을 순식간에 고려해 비교했다는 것이다.

 

베커의 주장대로 범죄란 범죄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비용보다 클 때 발생한다면, 범죄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베커는 범죄 때 예상되는 비용을 ‘적발될 확률(체포나 구속 등)×처벌 강도(형량)’라는 공식으로 수치화했다.

 

예를 들어 불법주차를 할 때 과태료가 5만 원이고 적발될 확률이 10%라면, 한 번 불법 주차를 할 때 예상되는 비용은 ‘5만 원×10%’인 5000원이 된다. 반면 불법주차로 얻는 이익이 5000원 이상이면 그는 불법주차를 할 것이고, 이익이 5000원 미만이라면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차장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왜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를까? 범죄를 통해 얻는 이익이 비용에 비해 현저히 크기 때문이다. 주요 재벌 총수 중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경제 범죄로 구속된 경우는 몇 건 되지 않는다. 검거율 자체가 엄청나게 낮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형벌의 양도 형편없이 낮다. 재계 2위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6년 1000억 원 대 비자금 조성과 797억 원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6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SK 최태원 회장과 CJ 이재현 회장도 사면을 통해 형량을 다 채우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다. 범죄로 얻는 이익은 최소 1000억 원 이상인데 ‘잡힐 확률×형량’은 거의 바닥을 기는 수준이다.

 

박근혜가 검찰에 소환된 21일 검찰청 옆에서 박근혜를 중벌로 다스리라는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있다. © 아시아 경제

 

정치인들의 범죄도 마찬가지. 뇌물 범죄는 검거율이 너무 낮아서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사법기관은 권력자를 조사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박근혜 게이트 초반 우병우가 검찰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은 이유가 그런 것이다. ‘내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절대 안 잡혀’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들은 범죄를 태연히 저지른다.

 

1990년대까지 만연했던 불법선거는 형벌의 양이 너무 작아서 범죄가 만연한 경우다. 돈을 마구잡이로 뿌리면 적발될 확률은 비교적 높다. 하지만 범죄가 적발돼도 형량이 형편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돈을 뿌렸다. 2000년대 들어 선거법 개정으로 ‘징역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이면 당선 무효’ 조항을 확정하면서 형량을 높이자 선거판이 깨끗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근혜의 범죄를 범죄경제학에 대입해보자.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혐의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추측하자면, 박근혜가 뇌물수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수천 억 원 대로 막대했다. 둘째, 절대군주로 살아온 박근혜가 검거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설혹 적발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정치권의 합의 등의 가능성을 믿고 형량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박근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일을 당연히 환영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러 국가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불행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최고 권력자 범죄에 대한 검거율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그런 면에서 여전히 미완이다.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만, 비로소 우리는 범죄자인 전직 대통령을 검거해 검거율을 높였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형벌을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높여야 한다. 구속시켰다가 대충 정치적 합의를 통해 사면하는 일은 꿈도 꿔서는 안 된다. 미국 법원은 2008년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에게 무려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런 면에서 전두환, 노태우 등 대통령 범죄자가 버젓이 활개를 치는 이 사회는 매우 잘못된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검거율이 높아도 형벌이 낮으면 범죄를 예방할 수 없는 법이다.

 

150년 징역형 같은 판결을 우리라고 하지 말란 법이 어디에 있나? 징역 100년 형, 200년 형을 우리라고 내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직 대통령이니까 예우해야 한다고? 한 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최고 권력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정되면, 도리어 가중처벌을 해서 후대의 본보기로 삼는 게 훨씬 건전한 사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높은 검거율과 강력한 처벌, 이것만이 대통령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근혜라는 불행을 다시 접하고 싶지 않다면, 법원은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사법부는 강력한 형벌을 선고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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