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벼랑으로 모는 사회

광화문 12층 광고탑위로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라갔다

이수경 | 입력 : 2017/04/15 [21:45]

 

▲ 6개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4월 14일 고공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이수경

 

정리해고, 비정규직

이 사회에서 이 두 단어가 가진 불안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몇 퍼센트나 될까?

 

4월 14일 금요일,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고진수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오수일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 콜텍지회 지회장, 김혜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 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광화문 사거리 세광빌딩 광고탑위에서 고공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물과 소금만을 취하는 단식을 시작하였슴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물만이 광고탑위로 전달된 것이 어제 저녁. 

 

어제 저녁 이들이 고공단식농성에 들어간 소식은 SNS 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 하이디스까지 7개의 사업장에서 파업 혹은 해고된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 이수경


이들의 노동현장에서는 수년동안 해결되지 않는 각종 노동인권유린문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3월 31일, 부정한 정권의 최고 수뇌부들이 하나씩 구속수사되고 있으나 과연 이들의 노동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그렇지 않아요. 박근혜가 구속되었지만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 노동3권이 보장되는 일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중략)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이 양산된 이후로 해고가 쉬운 노동자들의 인권은 정권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이 보입니다.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5년 2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싸워오고 있다. 콜트콜텍의 끔찍한 정리해고와 공장패쇄는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해외기업의 횡포는 우리의 노동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이들의 투쟁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문자메세지로 비정규직을 정리해고한 아사히 역시 일본기업이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이들의 투쟁도 2년이 다 되어간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2015년부터 파업중이며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합법적으로 민주노총 노조를 협상에서 제외시켜버린 것이 그 이유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 투쟁은 2016년 4월부터 세종호텔은 2012년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투쟁중이다.

 

이 노동자들은 모두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며 가장이며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동안 형체도 없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라는 이 사회의 유령과 싸워왔다.
 

▲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나누어줄 전단지에서 특정당명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웃을 수 없는 슬픈 풍경이였다.     © 이수경


이들이 긴 세월을 그렇게 싸워오는 동안 이 사회에는 늘 가장 중요해보이는 어떤 정치적 국면과 이슈가 늘 있어왔다. 그래서 그런 국면을 맞이하면 이들의 농성과 집회는 언론과 방송에서 사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기억속에서도 잊혀져 왔다.


- 이번엔 또 대선이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사업장이 하루하루 그대로 진행되는거죠. 저희들중에 가장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갑자기 농성장이 부산해졌다. 고공단식농성을 지켜내는 사수대와 연대노동자들은 모두 쭈구리고 앉아 무언가 열심히 수정하고 있었다.

 

- 무얼 하고 계세요?

- 이게 선관위 법에 걸린다네요..(웃음) 사실인데도 적으면 선거법에 걸린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출력물에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양산한 지난 한 정부를 구성했던 정당에 대한 비판과 그 정당명이 들어있는 문구가 있었다. 노동자들은 모두 그 정당명을 매직으로 지우고 있었다. 
 

▲ 출력물에서 정당명을 수정 중     © 이수경
▲ "사실인데 적으면 안된답니다. 선거법위반이라고 세상에..." 기가막혀 웃음만 나오던 한 연대노동자     © 이수경


- 그 정당의 대선후보가 와서 석고대죄하고 진지하게 노동3권 보장하는 법안 만들고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을 없애겠다! 하면 올라간 노동자들이 내려올까요?
- ....정치인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투쟁의 끝은 그 누구도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이 사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부르는 것에 불편해 하고 있다. 사실상 많은 이들이 비정규직, 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촛불시민들이 이루어낸 혁명으로 환호성을 보내며 내일 416에는 많은 추모행사들이 광장에선 준비중에 있다. 준비된 스피커로 넘쳐나오는 음악과 발언은 이 곳 7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모여 6명을 고공단식농성으로 올려보낸 광장까지 크게 들리고 있다. 그 확성기의 크기만큼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라선 벼랑끝을 체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양산한 지난 정부의 정당 이름을 매직으로 지우고 앉아있던 노동자들의 모습. 우리는 과연 정권교체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얼마만큼 바꿔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투쟁사업장 후원계좌 SC제일은행 363-20-087056(정주현)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