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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여론조사 민낯, '특정후보 편들기' 여전

"서투른 점쟁이가 생사람 잡듯이 서투른 여론조사가 나라를 망친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4/18 [20:29]

부끄러운 여론조사 민낯, '특정후보 편들기' 여전

"서투른 점쟁이가 생사람 잡듯이 서투른 여론조사가 나라를 망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4/18 [20:29]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여론조사 전문기관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똑같은 모집단이라도 표본의 추출방법과 조사시기, 질문내용 등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의 열망으로 성사된 제19대 대통령 선거전이 공식 막을 올리면서 여론전도 뜨거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더욱 분주한 형국이다.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언론사들도 마찬가지. 여론조사 의뢰와 관련 보도가 가히 경쟁적이다. 그러다 보니 경마식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 마치 경마경기를 중계하듯 승패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언론의 선거보도 형태)이 난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여론정치' 소릴 듣는 이유

 


▲ 지난 20대총선 3일전 여론조사 기관의 엉터리 예상 의석수 조사 결과 그래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 또는 '여론정치'라는 따가운 소리가 또 흘러나온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여 받은 결과를 확대 재생산하거나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을 선택해 발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발표하는 사례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이번 대선과 관련하여 지난 13일 현재 과태료 2건, 경고 12건, 준수촉구 18건 등 총 32건의 조치를 하였는데, 유형별로 보면 여론조사결과 공표·보도 전 홈페이지 미등록 건이 18건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여론조사결과 공표・보도 시 준수사항 위반 3건, 여론조사결과 왜곡보도 2건, 표본의 대표성 미확보 2건, 여론조사 시 준수사항 위반 2건, 가중값 배율 범위 미준수 2건, 질문지 작성위반 1건, 결과 분석방법 위반 1건, 기타 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반 주체는 정당 또는 후보자 캠프 관련자들도 있지만, 언론사와 여론조사전문기관들도 포함돼 눈에 띈다. 여론조사를 핑계로 여론 흐름을 왜곡시키거나 조작하여 정치적 냉소주의를 부추겨 유권자들의 투표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촛불대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고 민주적인 방법의 여론조사와 공정한 보도 태도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민낯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부끄럽다. 여론의 흐름을 교란시키거나 특정 후보 편을 들어주기 위한 '의도적 해석과 배포'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조사업체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남녀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대선후보 5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36.8%)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32.7%)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줄곧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이 의뢰를 받아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의심을 받을 만한 조사결과라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KBS·<연합뉴스>, 특정 후보 편들기 위한 여론조사" 비판

논란의 대상이 된 건 RDD(Random Digit Dialing·무작위 전화 여론조사) 샘플 추출과 응답 부적격 사례 판정이었다. 지난 3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번 8000여 개가 사용됐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60개만 사용됐다. 따라서 이는 무작위 추출로 보기 어렵다는 점, 여기에다 응답 부적격 사례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점 등이 논란을 야기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코리아리서치 측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조사 대상에게 세 번 전화를 다시 걸어 응답을 받는 '콜백'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 조사에 사용된 전화번호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여론조사 실시업체의 조사 방식에 대한 점검을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 문제가 비상한 관심거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여론의 흐름을 방해하기 위한 속셈", "특정 후보를 편들기 위한 발표"라는 비판이 고조됐다.

더구나 거대 공영방송사와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라는 점에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선거철,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며 유익한 선거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사들이 불법·편파성 논란에 휘말린 사실 자체가 더 큰 문제라는 따가운 지적이다. 더구나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기도 전에 언론이 양자구도를 거의 확정 짓다시피 하여 무분별하게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경마식 보도경쟁을 벌이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일신문>의 논쟁적 여론조사, <조선일보> 반복보도 '빈축'

이에 앞선 지난 3일, 각 정당이 후보를 확정하기도 전에 내일신문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디오피니언과 함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을 가상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처음으로 오차범위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섰다'는 발표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으나, 조사방법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문 후보 측은 "무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 40%에 인터넷 조사 60%를 반영해 단 하루 동안 진행된 조사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특정 후보 띄우기 식 여론 왜곡"이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집중적으로 반복보도한 보수언론들이 구설에 올랐다. 특히 <조선일보>는 문제의 여론조사를 4월 4일부터 7일까지 반복적으로 인용 보도해 빈축을 샀다.

논란의 대상이 된 데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도중에 반복 인용 보도한 것은 다분히 '특정 프레임에 짜 맞춘 보도'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논란이 되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조선일보는 내일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다른 보수신문들 보다 유독 눈에 띄게 재활용했다. 관련 기사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연대론 잦아든 국민의당 "안철수 혼자로도 해볼 만하다" -4월 4일
문 캠프, 안이 앞선다는 여론조사 나오자…

비상식적이라며 선관위에 조사 의뢰 -4월 4일

문측 "안 띄우려는 질소 포장 과자 같다"

안측 "문대세론 깨지자 현실 부정하며 언론탓" -4월 5일

문·안 역전 이어지자… 민주당 "양자대결 여론조사 옳지 않다" -4월 6일
후보 확정 후에도… 양자든 다자든 40% 안팎 맴도는 문재인 -4월 7일

15명 대선후보 중 군소후보들 배제한 경마식보도 '꼴불견'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서는 '안철수 띄우기, 문재인 뭉개기'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보수언론들이 자사에 유리한 권력의 편에 선 채 힘 있는 정당과 후보 띄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행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언론사들도 오차범위 내 접전인데도 승패에만 초점을 두고 부각시키는가하면 똑같은 조사결과를 반복 보도하는 경마식보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15명의 대선 후보 중 군소후보들은 아예 배제한 채 특정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도하는 형태는 가히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경마식보도 경쟁을 떠나 결과와는 전혀 다른 예측보도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해 놓고도 버젓이 다음 선거에서 똑같은 구태를 반복하는 습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역대 선거여론조사 실패사례 중 단연 돋보인 사례는 지난 2016년 4‧13 총선 기간에 언론사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이 드러낸 치명적인 빗나간 예측결과로 들 수 있다.

당시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언론사들과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절대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론 흐름을 주도했으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여당 157~175석,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2석, 정의당 3~8석 등의 예측 결과를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새누리당은 과반에 못 미친 122석(지역구 105, 비례 17)을 얻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예측조사보다 훨씬 많은 123석(지역구 110, 비례 13)을 얻은 데 이어 국민의당 38석(지역구 25, 비례 13), 정의당 6석(지역구 2, 비례 4) 등으로 나타나 여론조사 결과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선거결과 빗나간 사전 여론조사 늘 반복, 방지책 강구해야

당시 여론조사는 전국 각지에서 빗나갔는데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의 예측 결과는 더욱 가관이었다. 당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2.6%로 39.7%를 얻은 오세훈 후보를 본선에서 가볍게 제쳤다. 그러나 선거에 앞서 발표된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는 반대로 오세훈 후보가 정세균 후보를 10%p 이상 앞서거나 박빙으로 예측했었다.

오죽했으면 당시 정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2016년 3월 24일)에 올린 글에서 "공영방송 KBS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됐다. 17.3%p 격차"라며 "이 여론조사가 여론 왜곡인지 아닌지 종로에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는데 역시 그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는 본 선거의 결과를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 같은 여론조사의 왜곡사례가 반복되는 원인은 많다. 그중 공직선거법으로 묶은 여론조사결과 공표에 관한 조항도 한몫 한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제108조 1항의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때문에 선거 직전 여론의 흐름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없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기 가장 쉬운 선거일 직전 6일을 '암흑의 기간'에 가두는 제도적 모순 때문에 선거전 막판에 가짜뉴스와 왜곡된 여론조작이 극성을 부린다.

밴드왜건·언더독효과 편승, 가짜뉴스·여론조작 기승

특히 이 기간은 여론의 흐름이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 우세자 편승 효과)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 : 열세자 동정 효과)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 때다. 밴드왜건 효과는 대세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는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들이 강자를 이겨 주기 바라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선거에서 불리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효과를 노려 여론조작과 가짜뉴스 유포사례가 빈번하곤 한다.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결과를 반복해 인용 보도하여 실제 여론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언론사들의 왜곡·편향된 선거보도, 여기에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여론조작 사례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많이 보아왔다. 따라서 선거 여론조사결과 금지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대신 선거기간 여론조사에서 실패한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이나 이를 의뢰·보도한 언론사들은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막대한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불신, 경제적 손실 등을 감안하면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과 가짜뉴스 배포 행위, 빗나간 조사결과의 반복적 보도와 이로 인한 여론 흐름 왜곡 행위를 일삼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이나 언론사에 대해서는 중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사고를 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 방법 개선, 유권자 응답 참여 중요

언론사들도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낮은 여론조사 결과, 표본의 대표성이 거의 없거나 무응답률이 높은 여론조사 결과는 가급적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자칫 왜곡된 선거보도 또는 여론조작이라는 소릴 듣게 된다. 아울러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사용하는 여론조사 방법도 개선돼야 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대다수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요즘에도 유선전화 비율을 높게 책정한 것은 여론조사에 신뢰성을 의심하게 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도 여론조사에 성실히 응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철만 되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여론조사기관의 전화가 귀찮다며 받지 않거나 성실하지 않은 대답을 한다면 조사가 정확히 나올 리 만무하다. 여론의 흐름을 왜곡시키지 않게 하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을 도와주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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