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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이명박과 박근혜
이명박은 왜 상식에 어긋나는 길을 걸었을까요?
 
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7/04/20 [10:21]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어둡고 길었던 한 시대가 마감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 한 시대라는 것이 2013년 이후를 뜻할 수도 있고, 2008년 이후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중 좀 더 설득력이 있는 해석은 사람들이 흔히 ‘이명박근혜 정권’이라고 부르는 2008년부터 2017년에 이르는 9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9년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 시기라는 점에서 하나의 시대로 묶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민주적 시스템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권력자의 패거리들이 국정을 농단한 암울한 시절이었습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기는커녕 내 편 네 편을 철저하게 갈라 나라를 두 동강 내버린 나쁜 사람들이 주름 잡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분명해진 사실이지만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이끌 능력은 고사하고라도, 우선 성격 그 자체가 지도자로서는 적절치 못한 점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늘 ‘혼밥’을 한다는 이야기가 말해 주듯,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정치가라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두 손을 맞잡고 소통하는 걸 즐기는 성품을 가져야 할 텐데요.

또한 그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고집불통이라는 점에서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 모아놓고 그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듭되는 인사 사고에서 드러났듯, 예스맨만을 주변에 두는 그는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재주가 전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가 직언이라도 하면 당장 그를 내쳐버리니 어느 누구도 감히 직언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그가 가진 최대의 문제점은 최태민-최순실 커넥션이었습니다.
이런 사적 네트워크에 의존해 국정을 농단한 결과 오늘의 비극을 불러오게 된 것 아닙니까? 은둔 상태에 있던 그를 불러내 국회의원직을 거쳐 대통령직에 오르게 만든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한 것이 바로 그 사적 네트워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직을 맡는 순간 오늘의 비극이 잉태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런 치명적 문제점을 가진 박근혜가 당선되는 걸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가진 여러 수단을 이용해 당선을 돕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듯, 2007년의 경선과정에서 MB 캠프는 박근혜에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조순제 녹취록’을 수중에 넣었습니다. 그걸 써먹지 않고서도 MB가 여당 후보로 뽑힐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녹취록은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MB가 박근혜의 그 약점을 잊어버릴 리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수도 있는 정보인데 어딘가에 고이 모셔두어야 마땅한 일일 테니까요.

자신의 후임자를 뽑게 될 2012년의 대선에서 MB는 나름대로 주판알을 튀겨 보았을 게 분명합니다. 즉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인지를 계산해 보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만약 그에게 애국심이 있었다면 주판알 튀기고 자시고 할 일이 없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로서는 이리저리 생각할 필요 없이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걸 팔 걷어붙이고 막았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MB는 그와 정반대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박근혜를 그냥 지지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그가 당선되도록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아직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선거 직전에 뜬금없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문재인 후보를 불리하게 만들었던 것도 심상치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MB는 왜 상식에 어긋나는 길을 걸었을까요?
나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기 위한 목적에서 그런 일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자신을 터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박근혜를 지원했을 게 분명하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MB는 4대강사업이니 자원외교니 하는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자신은 떳떳하다고 늘 강변하지만, 누가 마음먹고 털기 시작하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서는 많은 약점을 가진 박근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자신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전 정권의 비리를 터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요.

MB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박근혜를 지원했던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기 때문에(just because of) 박근혜를 지원했던 것입니다.  이 점에서 볼 때 오늘의 이 비극적 사태에 결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MB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청산하려 하고 있는 불행한 시대는 2013년이 아니라 2008년에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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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0 [10:21]  최종편집: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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