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대선 D-8 일일논평] 촛불 시민, 이제 '적폐 청산'의 구체적 내용을 말해야

새 대통령, '경제 적폐' 청산하는 노동자 권리 강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5/01 [23:15]

[대선 D-8 일일논평] 촛불 시민, 이제 '적폐 청산'의 구체적 내용을 말해야

새 대통령, '경제 적폐' 청산하는 노동자 권리 강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5/01 [23:15]

제 19대 대통령 선거 D-8일
2017년 5월 1일 (월요일) 서울의소리 일일 논평

오늘은 제 127주년 노동절이다. 1886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이후 '제2인터내셔널'이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로 하고 전 세계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기념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기 시작하여 광복 이후 몇 년간 이어졌으나, 1958년부터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하다가 1963년에는 이름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1994년에 제 날짜인 5월 1일이 되었으나 이름은 되찾지 못해, 행정 기관 등에서 쓰는 정식 명칭은 여전히'근로자의 날'이다.

한국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는 2000만 명 정도이다. 그래서 흔히 "2천만 노동자"라고 한다. 이번 대선 유권자 수가 4200만 명이 조금 넘으니 노동자가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하다. 2000만 명의 노동자 중 정규직은 1100만 명 정도이고, 나머지 900만 명 정도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버는 노동자 또한 900만 명 정도이다.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이다. 19대 대선을 12월이 아닌 5월에 열게 만든 '촛불 혁명'에는 민주노총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이 조직한 작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대회는 촛불이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의 도로를 가득 메운 초대규모 집회가 되었고, 이후 거대한 시민 참여의 물꼬를 텄다.

이렇게 만든 '촛불 대선'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없다. 삶을 개선하는 문제보다는 후보들 사이의 비방전이나 뜬구름 잡는 식의 '국민 통합', '기업 기 살리기', '4차 산업 혁명' 같은 헛소리들만 난무한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명박근혜 9년에 대한 심판과 정권 교체임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러한 목표에는 지금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만 봐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게 합의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받아들이는 뜻이 다르게 된다. 누군가는 이명박근혜 심판을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기성 정치권을 모두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다. 좌파라면 자본주의 철폐를 주장할 수도 있고, 심지어 노동조합이나 진보 정치 세력을 적폐 청산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물을 흐리는' 자들까지 있다.

'적폐'의 뜻은 '쌓인 폐단'이다. 우리 사회에 수없이 많은 폐단이 있겠으나, '쌓인' 것이라는 뜻에 주목해야 한다. 작고 가벼운 폐단은 상시 고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쌓인 것들은 '촛불 혁명'과 같은 정치적 격동기에만 걷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최근 '적폐 청산'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평상시라면 '개혁' 정도로 충분했을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의 쌓인 폐단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물론 '적폐'는 너무 많아서 이를 모두 거론하기에는 선거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사회 '핵심 적폐'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은 대선 후보들의 태만이며, 나쁘게 말하면 국민 기만 수준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핵심 적폐'는 단연 경제 권력의 독점이다. 크게 보았을 때, 유사 이래 인류의 정치·사회적 흐름은 경제 권력의 분포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마르크스주의가 말하는 '생산 관계'와 같은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경제 권력은 극소수 재벌들이 독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독점했다기보다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 중간 착취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거대 재벌 대기업들과 경제 권력을 나눠 가진다. 재벌들은 그 자신도 많은 경제 권력을 가졌지만, 나머지 착취자들을 이끌어 가며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는 이러한 구조의 피해자이다. 공공 일자리 정책이나 복지 확대는 단기적으로나 그보다 조금 긴 기간동안 필요한 정책이다. 중·장기적 해결을 위해서 재벌 개혁이 꼭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지금의 구도를 해소하려면 '경제 적폐'를 제대로 들어내야 한다. 수많은 중간 착취자들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노동자 권리 강화는 그들의 착취를 어렵게 만든다.

대선 후보와 그 캠프는 절대 단독으로 '경제 적폐'를 들어낼 수 없다. 그들은 막강한 힘과 발언권을 가졌다. 각종 이익 단체를 조직하며 치밀하게 움직인다. 이를 깨는 방법 또한 촛불이다. '촛불 시민'으로서 서로 함께했던 노동자들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정치권도 반응한다. 많은 유권자들이 '적폐 청산'의 구체적 뜻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대선 후보들도  입장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발언할 수 있다.

정권 교체는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필요 조건일뿐 충분 조건이 아니다. 정권 교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촛불의 꿈을 이루려면 먼저 수구 기득권 정치인들의 저항을 이겨내기 위한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폐 청산'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즉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계속 말해야 한다. 노동절 대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경제 적폐' 청산이 가장 핵심임을 말하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PHOTO
1/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