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은 제62회 현충일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TV로 생중계 되는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아예 외면하다시피 하고 살았다. ‘전과 14범’으로서 ‘뼛속까지 친일’(형 이상득의 말)인 이명박이 ‘애국·애족’ ‘조국에 몸 바친 용사들’ 운운하는 말을 참고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친일파이자 유신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아버지의 반민족·반민주행위들에 대해 단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은 채 현충일을 맞아 ‘민족의 독립을 위해 순국한 열사들’을 찬양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새 대통령 문재인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6일 오전 10시에 TV를 켰다. 그의 ‘추념사’는 역사 인식이나 ‘애국’에 대한 개념이 이명박·박근혜와는 천양지차였다. 그는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는 말은 국민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민족 통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배우 이보영이 낭송한 추모헌시 ‘넋은 별이 되고’의 한 구절을 들으며 유족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바람소리에도 행여 임일까 문지방 황급히 넘던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었는데 / 기억하지 못할 얼굴 어린 자식 가슴에 새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희미해진 딸의 아버지였는데 / 무슨 일로 당신은 소식이 없으십니까.” 이 시에 나오는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만주나 시베리아로 떠난 청년일 수도 있고, 베트남전쟁에 ‘총알받이’로 나간 군인일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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