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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는 왜 이 모양인가

불통, 먹통, 호통, 쇼통...

이기명 칼럼 | 기사입력 2017/06/13 [01:55]

한국 정치는 왜 이 모양인가

불통, 먹통, 호통, 쇼통...

이기명 칼럼 | 입력 : 2017/06/13 [01:55]
적개심으로 집권할 수는 없다
 

 이기명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

인간의 행동에는 동기가 있고 계획이 있다. 인간만이 아니다. 새가 둥지를 트는 과정을 지켜보면 놀랍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가지라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계획이 용의주도하다. 둥지가 완성되고 알을 낳아 품고 부화되어 둥지를 떠날 때까지 과정이 감탄불금(感嘆不禁)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배워야 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저렇게 울었나 보다.
 
국회의원 수첩을 들춰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의원활동과 관련해서 상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불법을 저질러 의원직을 상실하고 구속된 사람도 상만은 꼭 받았다. 상이란 모범적인 인간에게 주는 것이다. 상도 국회의원의 특권인가. 부러워 할 것 없다. 진짜로 부러워 할 것은 국민으로부터의 상이다. 자신 있는가.
 
요즘 국민의 관심사 1순위는 청문회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정권은 교체됐다. 정상적이라면 2개월의 정권인수 기간이 있다. 그러나 신발 끈도 매지 못한 채 뛴 경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다.
 
한 달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6월 9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는 ‘잘 하고 있다’가 84%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고다. 그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지지율은 어떤가. 8%다. 어디다 말도 못 한다.
 
 불통 먹통 호통 쇼통
 
강경화 외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박근혜 1등 부역자' 이자 '공천헌금 전과 2범'인 자한당 서청원 의원이 '호통'을 치며 질의하고 있다 ⓒ오마이 뉴스
 
혹시 박근혜 정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해서 한 말이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지만 이 말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금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일일이 거명할 수조차 없는 무수한 사례는 꾸며서 하는 소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통이다.
 
사인을 받으려고 허둥지둥 가방을 뒤지는 초딩 앞에 무릎을 접고 기다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5·18 기념식장에서 자신이 태어난 날 아버지를 잃은 딸 김소형 씨를 포옹하고 위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쇼라고 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소방대원에게 신혼여행을 명령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쇼통으로 느끼는 국민이 있는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겪어 본 사람은 인간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의 소통을 불통 먹통 쇼통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들어 보라.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에게 불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국민이 겪은 불통의 대통령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정우택 대표는 상임위원장의 청와대 초청을 거부하면서 들러리는 못 선다고 선언했다. 왜 들러리인가. 강제로 끌고 가는가. 할 말을 못 하게 하든가. 정작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한국당이고 정우택 대표다. 이치에 닿는 소리를 해야 하지 않는가. 증오심 때문이라고 하는 게 솔직하다.
 
한국당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과 절박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철통의 보루라고 생각하던 TK와 PK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지역감정의 철벽도 구멍이 뚫렸다. 나무에도 돌에도 기댈 곳이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당의 단결도 흔들리고 있다.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적 심정을 이해하지만, 위기 극복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우수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비록 권력에 편승해 소신 없이 안락에 취해 살았다 해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바뀌면 되는 것이다. 왜 못 바꾸는가.
 
정우택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구성원들은 과거를 잊어야 한다. 권력과 밀착해서 누리던 세월과 결별해야 한다. 빨리 잊을수록 좋다. 새로운 인생으로 태어나 새로운 세상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당이 살아 날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강경화 적임 인정한 전직 외교장관이 10명
 
김동연 부총리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자들은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재벌개혁론자다. 또한, 재벌들이 가장 싫어하는 후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을 해체할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걱정도 팔자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김이수 후보는 왜 반대하는가. 소수의견을 많이 낸 헌법재판관이기 때문인가. 트집을 잡기 위한 억지주장이다. 그리고 강경화 후보에 대한 결사적 반대는 인간 지성의 한계를 절감케 한다. 세계적 외교무대인 유엔에서 검증받은 외교전문가다. 3대에 걸친 유엔사무총장과 근무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정권에서 외무장관을 한 10명이 강경화를 지지했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던 송민순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래도 강경화가 부적격인가. 한국당은 대통령이 천명한 5개 원칙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매달린다. 100% 완벽한 사람 한 번 찾아보라. 5개 원칙은 큰 의미에서 테두리를 말한 것이다. 한국당의 반대는 시비를 걸기 위한 트집이다. 총만 안 들었을 뿐이다. 이걸 정치라고 할 수 있는가. 시시한 트집은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민주정치는 여론정치라고도 한다. 지금 한국당이 반대하는 후보자들을 국민여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당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이 날 것이다.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같다. ‘캐스팅 보트’라고 시답지 않은 정치 술수는 나중에 써먹고 지금은 제대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가. 국민은 후보자 인준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한국당도 집권을 위한 정당이 아닌가
 
정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한국당의 정치행태를 보면 정당의 개념을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정당은 집권을 위한 것이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집권의 의지가 없다면 국민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정당은 때로 투쟁도 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 시절 소수 야당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웠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가. 대화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있고 대의와 명분이 있다면 국민의 지지로 야당의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다.
 
냉정하게 한국당의 요즘 모습을 보면 어떤가. 완전히 집권 의지를 상실한 정당처럼 보인다. 500여만 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것 역시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다. 비록 사과했지만 ‘돼지 발정제’로 문제가 된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내 세운 것은 변명할 여지 없이 국민을 우습게 안 행동이다. 만약 유승민 정도의 후보만 내세웠더라도 홍준표처럼 참패는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지만, 한국당에게 경험은 아무 소용이 없다. 국민의 생각은 완전무시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현충일 기념식에서 조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공개됐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으련만 대통령의 연설을 음미했다는 유치한 변명을 했다. 청문회장에서도 홍문종 의원은 아예 고개를 떨구고 잠을 즐겼다. 이런 모습이 고의는 아니라고 해도 국민에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신뢰를 떨어트린다.
 
이제 출발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정권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다. 청문회 인준과 관련한 국민의 여론은 완전히 무시다. 아스팔트 공사판에 자갈을 퍼붓고 남의 제사상에 걸레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니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새 정부가 초대 내각은 자유스럽게 구성하도록 한 번쯤은 협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미래의 집권을 지향하는 정당의 자세다.
 
국민의 눈은 한국당을 주시하고 있다. 얼마나 더 정치를 망가트리는지 지켜 보고 있다. 결과는 한국당의 생존이 걸려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는 햄릿의 독백만이 아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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