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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와 권위주의 산물, 현수막 정치
현수막 정치, 왜 정부가 국민들의 걸음까지 통제할까
 
최재천 변호사   기사입력  2011/01/30 [23:45]
서강대 박호성 교수가 쓴 <뺑소니 정치와 3생 정치>(오름)에는 “예전에 공산 동독을 거쳐 서독으로 기차여행을 하면 두 국가의 가장 큰 차이점이 금세 눈에 드러난다. 동독에는 무엇을 하자, 어쩌고 하며 요란히 떠들어대는 현수막이 즐비했지만, 서독에는 그러한 게 전무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현수막이 난무하다는 것은 국민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거나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것입니다. 
 
구호와 위로부터의 일방적 지침시달, 지배층의 화려한 실적과시를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강요하는 현수막은 그 나라의 민주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현수막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흔한 광경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일방적 지침을 시달하는 현수막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 서유럽 어디를 가 봐도 현수막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정치인이 굳이 현수막을 통해 국민들을 계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수막정치와 민주주의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정치제도는 민주주의지만 여전히 현수막 정치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안에만 있다 보면 정부의 구호를 담은 현수막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외국을 나가보면 그런 현수막정치가 한국 정치와 사회의 특징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정치가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는 좌측통행을 하라고 국민들에게 시달했습니다. 이제 민주정부는 국민들에게 우측통행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지하철에는 우측통행을 강요하는 문구들이 난무합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 국민들을 ‘왼쪽으로만 가라, 오른쪽으로만 가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그것은 국민의 자유입니다. 만약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정부가 나온다면 그 자체가 코메디 입니다. 민주주의와 현수막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현수막정치는 권위주의의 잔재일 뿐 아니라, 내용 없는 ‘이벤트 정치’, 보여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쇼잉 정치’의 다른 이름입니다.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국민의 자유
 
과거 지방 시골학교에는 서울대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작은 시골학교에서 서울대에 입학을 한다는 것은 학교로서도 명예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매년 입시철이 되면 학원가와 각 고등학교에는 서울대 등 명문대학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경쟁적으로 내걸렸습니다. 최근 이러한 현수막이 학생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올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인권위는 특정 대학 입학을 알리는 현수막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과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지난 2009년 초 "특정 대학 합격자 게시물이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할 뿐 아니라 일류대 입학이라는 잣대로 학생들을 서열화 시키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한 결과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해갑니다. 정치권도 더 이상 일방향적인, 비민주적인 정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현수막정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정치는 구호로, 대통령의 지침시달로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선 국민과의 대화, 쌍방향적인 소통이 중요한 것입니다. <최재천 / 전 국회의원>
원본 기사 보기:코리안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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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1/30 [23:45]  최종편집: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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