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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적폐청산이 어떻게 정치보복과 같은 말일 수 있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정치보복은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다"
 
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7/08/07 [21:12]

아직 파기환송심의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증거에 미루어 볼 때 201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원세훈 지휘하의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것은 거의 사실임이 분명합니다.


최근 공개된 원세훈의 발언 녹취록을 보면 구체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방법까지 밝히면서 직원들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대법원이 무슨 법률적 근거로 대선 개입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상식에 미루어 판단할 때 원세훈의 유죄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증거들이 그의 유죄를 말해 주고 있는데, 법률적 판단이 이와 정반대로 내려진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세훈의 녹취록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경악스러운 점은 그의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반민주적 언론관입니다.


그는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한 직원들에게 '언론이 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것이 정보기관의 역할'이라고 질책했다 합니다.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기사를 잘못 쓴 보도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라는 말까지 했다는군요.

 

원세훈의 녹취록을 보니 그동안 답을 얻지 못했던 한 가지 의문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내 의문은 왜 모든 언론이 그 망국적인 4대강사업에 대해 약속이라도 한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보수언론이 알아서 기었던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 알게 된 것은 국가정보원의 공작도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원장이란 사람이 맘에 안 드는 기사 쓰는 언론기관을 쥐어 패라 했으니 안 봐도 뻔한 일 아닙니까?

 

국가정보원의 직원들이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민간의 댓글부대까지 동원했다는 뉴스를 듣고서는 놀라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적을 향해 돌려야 할 심리전의 총구를 자신의 국민에게 돌렸다는 게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정보원이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망발을 저지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이곳저곳에 쌓여온 적폐들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깊은 한숨이 저절로 터져나옵니다.


우리가 지난 9년을 그렇게 끔찍스런 상황하에서 보내 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촛불혁명으로 그들을 권좌에서 몰아냈기에 망정이지 나라가 계속 그런 꼴로 이끌어져 갔다면 어떤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국민 전체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정보기관이어야 할 국가정보원을 정권을 잡은 세력의 사적인 폭력기구로 타락시킨 죄는 이만저만 무거운 것이 아닙니다. 원장이었던 원세훈은 물론 그와 함께 공모한 모든 사람들의 죄과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마땅한 일입니다.


이런 철저한 적폐청산이야말로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게 부여한 최고로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국가정보원을 그 진정한 목적에 헌신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한 중립을 지켜 모든 국민의 안녕을 지켜주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서의 체제를 다져야 합니다. 다시는 정권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해 반대파를 겁주고 억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일이 없어져야 합니다.

 

사실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한 국가정보원의 타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오직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일념으로 음지에서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헌신해온 사람들 아닙니까?


그들에게 수치스런 권력자의 사병 노릇을 하게 만든 죄는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비록 늦었지만 그들에게 국민을 위해 음지에서 헌신한다는 자존심을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철저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국가정보원을 결코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적폐청산의 작업을 서둘러야 할 이 마당에 일부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훼방을 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분명하게 드러난 그들의 잘못을 그냥 덮어주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 동안 우리 역사에서 지난날의 잘못을 철저히 다스리지 못하고 넘어간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일이 끊임없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그처럼 철저하지 못한 과거의 청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또 한 번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리고 넘어간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희망을 걸고 살아야 할까요?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과 정치보복은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토록 명백하게 잘못이 드러난 상황에서 철저한 청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에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으려는 구태 정치인의 작태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새 정부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입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은 그동안 이곳저곳에 수없이 쌓여 있는 적폐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와 같은 철저한 적폐청산 없이는 이 땅에 민주헌정질서가 다시 꽃피게 만들 수 없습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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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07 [21:12]  최종편집: ⓒ 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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