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지지자? "형제복지원 농성장 철거하라"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국회 앞 농성장 철거를 원하는 한 명의 민원인은 누구?

이수경 | 입력 : 2017/12/05 [20:13]

지난 11월 30일,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중이던 생존자들에게 방문객들이 있었다. 그들은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에서 나온 공무원들이었다. 그들이 머문 시간은 짧았으나 생존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말들을 남기고 갔다.

▲ 지난 11월 30일 농성장을 철거하기위해 나온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 철거를 통보하기 위해 나온 공무원들 출처 - 한종선님 SNS   ©이수경


형제복지원 생존자, 한종선씨는 “...철거 하겠습니다. 하고 일단은 차타고 돌아갔는데. 곧 들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구청직원이 하는 말이 당신사건은 모르겠고 내가 당신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죽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시고 철거 하겠습니다. 이러고 가네요...“ 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SNS로 이러한 상황이 전해지자 영등포구청에 민원과 항의전화에 동참하겠다는 시민들의 대응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등포구청 홈페이지에선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영등포구 인권 영화 상영회에 대한 홍보가 한창이었다. 예산을 들인 인권관련 행사가 무색해지는 행정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영등포구 국청 홈페이지에 홍보중인 "영등포구 인권 영화 상영회" 웹포.  출처 -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이수경


민원과 항의전화가 이어진 이후, 다음 날인 12월 1일, 영등포구청 공무원들은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왔고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서 농성장에 있던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민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슴을 밝혔다.

단 한 명의 민원인

“...지금 이 분이 계속 오시는데....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정도입니다....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 같구요....”

12월 5일,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의 공무원은 민원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 전화를 해주어서 통화가 가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한 이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민원은 단 한명에게서 온 것이며 60대 중반 혹은 70대로 보이는 이 시민은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형제복지원 농성장 철거를 원한다는 것이다. 몸에 착용한 배지나 언행으로 보아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자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고 경관을 해치며 이미 다 끝난 일에 왜 농성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 민원의 요지. 하지만 이 민원인은 꾸준하게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로 찾아오고 있었다.

- (형제복지원이) 무슨 일인지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농성장을 거기에서 좀 아래쪽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까요?

그 공무원은 그 민원인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이 농성장소를 옮기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저희가 사회 경관을 해친다고 잡혀간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데 또 경관 때문에 농성장을 철거하고 옮기라고예? 우리가 치워버려야 할 그런 사람들입니꺼?

생존자 최승우씨는 이러한 국가폭력에 오랫동안 민감하게 반응해오면서 집회나 시위에서 유독 공무집행방해나 모욕죄로 벌금형이나 실형을 받은 적이 많다. 경찰이 다가오면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었다는 최승우씨는 지금도 상담 프로그램에 들어가 치유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국회정문 앞에는 탄핵당한 전 대통령을 풀어주라는 박근혜 지지자들이 1인 시위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올해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노숙농성이 시작되었을 때, 가장 먼저 이들을 모욕했다.


“....목사도 있었고...추운데 늙은 아주머니를 농성장에 두고 거기서 자라고 하길래 종선이가(형제복지원 생존자) 그랬어요. 바깥에서 자려면 목사님이 주무셔야지 왜 저 나이 많은 할머니를 이 추운데 세워 두냐고. 그랬더니....

이미 29일간 농성 중에 여러번 마주치면서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을 모욕해온 박근혜 지지자들을 농성중인 생존자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저희가 벌써 30년째 이렇게 고통 속에 있을 때, 그냥 니들이 부랑자여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런 일은 이미 여러 번 우리들에게 일어난 일이지요..."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단 한 명에 의한, 꾸준히 지속되는 민원이다.


지금 이 순간, 농성중인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에게 이제 다 끝난 일이니 사라지라고 말하는 저 민원인에게 우리 모두는, 이 사회는, 더 나아가 이 국가는 어떻게 답해주면 좋을까? 지난 11월 7일부터 시작된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국회 앞 노숙농성은 이제 30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 30일째로 넘어가는 형제복지원 노숙농성장. 출처 - 최승우님  SNS     ©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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