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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 정치경제 한반도에 불어오는 훈풍, 그리고 시대정신

평화를 거부하는 것까지도 '다양한 소리'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권종상 | 기사입력 2018/04/19 [21:33]

사회정의, 정치경제 한반도에 불어오는 훈풍, 그리고 시대정신

평화를 거부하는 것까지도 '다양한 소리'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권종상 | 입력 : 2018/04/19 [21:33]

평소에 이맘때의 시애틀이라면 훈풍이 한참 불어올 때입니다. 아지랑이가 올라오고 봄기운 때문에 외투를 벗고 땀도 흘릴만한데, 올해는 이상하게 한기가 오래 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가 나이 들어서 한기를 더 느끼는건가 생각도 해 봤었는데, 실제로 온도가 평년보다 낮다고 합니다. 그걸 반영하기라도 하듯, 평소엔 함께 피어나던 온갖 봄꽃들이 어떤 것들은 일찍 피었다 지고, 어떤 것들은 이제사 움을 틔우는 것들도 있습니다. 뭐, 날씨가 어쨌든간에 우체부는 열심히 우편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훈풍이 부는 곳이 있군요.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입에서 종전 선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그동안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박근혜 석방을 외치던 분들이 이젠 트럼프를 종북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상황이 온 거지요. 역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폼페이오, 지난주 북한에서 김정은 만나” “회동 순조롭게 진행…좋은 관계 형성됐다”  ©한겨레


물론 트럼프로서도 급한 정치적 상황들이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뭔가 큰 것을 만들어내야 할 일들이 생기고 있는 거지요. 코미 전 FBI 국장이 며칠 전 ABC 의 20/20 에 출연, 트럼프의 치부를 들춰내고 그를 부도덕한 사람이며 대통령이 되기에 부적격한 사람이라고 저격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 트럼프는 재선은 고사하고 지금 임기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는지라, 국제적으로 시선을 돌릴 일이 필요하긴 합니다. 어떤 면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습도 이런 것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과거 레이건이 그레나다를 침공했던 그림이 잠깐 겹쳐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상황은 어쨌든간에 우리에게 처음 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처음으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 외교전이 일어난 겁니다. 지금까지 북미의 가운데에서 한국은 존재감을 계속해 충분히 드러냈습니다. 이명박근혜 시대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무장관 지명자가 김정은을 만나 대화를 나눈 상황, 클린턴 말기에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김정일을 만났던 것과는 또 다른, 보다 현실적으로 평화에 가까워진 상황이 도래한 겁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외교를 구걸하는 듯한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내 안에 숨겨진 민족감정 같은 것을 고양시켜주긴 하는군요. 쌤통이다, 이것들아. 그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비비며 미국에게 비굴 모드로 갔지만 뭘 얻었지? 하면서 놀려주고 싶은 그런 마음도 조금 들기도 하고. 

21세기가 왔다는 것을 이렇게 느낍니다. 앙시앙 레짐을 치워내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은 분명한 현실이지요. 이제 다음주면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나서 이어질 북미 회담을 통해 평화의 체제의 기반이 조금씩 마련되면, 제 은퇴 후 꿈 하나가 이뤄지는 게 가능해지는 겁니다. 은퇴 기념 여행으로 유럽 가서 와인 산지들을 돌다가 빠리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평양을 거쳐 서울로 들어가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시애틀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것. 

이 평화를 싫어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상회담을 앞둔 이 때에도 정치공세를 펴며 어떻게든 냉전 체제를 지속하고 여기에 기생해 살겠다는 무리들. 자한당과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수구 극우 냉전추구 세력의 방해는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기식의 낙마와 드루킹 사건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 세력들이 이 정권 내내 발목을 잡을 겁니다. 그것은 평화로 가는 우리 모두의 발목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평화를 거부하는 것까지도 그 '다양한 소리'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그것은 촛불의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고, 시대정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이들은 반드시 걸러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애틀에서...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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