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정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30년만에 최저임금 기준을 바꾼 이유는..."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5/30 [23:08]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확대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법안 통과 뒤에도 찬성과 반대가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칼로 무 자르듯 ‘옳다, 그르다’ 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LUCKY336 VIA GETTY IMAGES

 

1. 최저임금이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돈이 ‘월급‘이다. 근데 이게 여러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급, 수당, 숙식비, 상여금 등이다. ‘최저임금‘이라고 할 때 어떤 항목까지 넣을 것이냐. 이게 이번에 문제가 된 ‘산입범위’다.

 

지금까지는 기본급과 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는 수당만 월급으로 보고, 이것들의 합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안 된다고 봤다. (격월이나 분기별로 나오는)상여금과 야간·휴일 근로수당, 식비와 숙박비 같은 복지비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따질 때 월급으로 보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 범위를 확대했다. 여러 이해관계와 우려를 반영하다보니 꽤 복잡해졌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매달 지급되는)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켰다. 물론 곧장 전부 포함하면 노동계 반발이 크니 내년엔 조금만 포함한다. 그러다 점차 확대해 2024년이 되면 전부 포함한다.

.현재안

최저임금=기본급+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는 수당(직책, 직무 등)

 

.개정안

최저임금=현 최저임금+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2. 왜 기준을 바꾸나

최저임금 기준은 30년째 그대로였다.

갑자기 손을 댄 이유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해 저소득층을 보호하겠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달성하려면 매년 15% 가까이 인상해야 한다.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기본급은 적은데, 수당은 많은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수혜를 받는 데 대한 비판이 컸다.(*이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 있는데, 이는 회사가 원해서다. 그렇게 해야 기본급에 연동된 각종 연장근로 수당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싼 값에 특근, 야근을 시킬 수 있다. 대신 회사는 상여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총임금을 보전해줬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이들의 기본급도 인상되고, 따라서 이들의 총임금도 늘어난다. 최저임금제의 보호대상이 아닌데도, 사실상 최저임금제의 보호를 받는 셈이다. 

 

최저임금제의 해묵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연구팀(TF)을 꾸렸고, 지난해 12월 결론을 내놨다.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포함한다’였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TF의 결론에 일부 복리후생비를 더했다.)

 

요약하면, 지금보다는 산입범위를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TF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다음달 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정의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 선을 그었다.

 

 

 

3. 누가 피해를 보나

세 부류의 노동자를 가정해보자.

A 노동자: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많은 노동자. 예)공무원, 대기업 노동자

B 노동자: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적은 노동자. 예)계약직 노동자

C 노동자: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없는 노동자. 예)단기계약직,  초단시간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A는 최저임금제가 보호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이들까지 ‘보호’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 있는 이들의 기본급이 오르고, 기본급에 연동된 각종 수당도 오른다. 자연히 연봉도 오른다. 개정안대로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으로 간주하게 되면,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만으로는 이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상여금을 산입하면 넉넉히 최저임금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들은 명백히 개정안의 피해자다.

 

C는 최저임금 제도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과는 상관없다. 산입범위를 확대해도 추가로 산입할 뭔가가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기본급 외엔 받는 게 없다. 이들을 보호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B다. A에 대한 보호를 걷어내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면 B가 손해(이득을 덜보거나 못봄)를 보기 때문이다. 남은 쟁점은 ‘B가 받는 손해가 큰가, 작은가’이다.

 

뉴스1

 

4. B의 손해는 얼마인가

1)손해 본다는 주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9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면서 예를 들면 상여금을 연 400% 받고 한 달에 20만 원씩 복리후생비 받는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법이 실시되게 되면 거의 240만 원 정도 연봉이 깎이는 셈이 됩니다. 최저임금을 그만큼 올려도 손에 들어오는 것은 똑같아지는 거죠.”(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5월29일)

이들의 경우 이론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12.7% 올라도 산입범위가 늘어나니 달라지는 게 없다. 15% 오르면 겨우 3% 정도 손에 쥐는 돈이 는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상여금도 얼마 받고 복리후생비도 10~20만 원 받는, 예를 들어 학교 비정규직, 학교에서 아이들 무상급식 담당하고 있는 분들 있잖아요.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1년에 100~200만 원 정도 임금손실이 생기게 되는 거거든요.”(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5월29일)

‘임금손실이 생긴다‘는 표현보다는 ‘임금 상승 혜택을 덜 본다(혹은 못 본다)’가 정확하다.

 

2)손해를 안 본다(혹은 적게 본다)는 주장

B 노동자는 ‘연봉 2500만원’을 기준으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국회가 연봉 2500만원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연봉 2500만원 이하 B 노동자

기본급 157만원에 매달 상여금 39만원, 복리후생비 11만원을 합쳐 월 207만원, 즉 연봉 2484만원 정도를 받거나 이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받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영향을 안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노동부가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연봉 2500만원 이하 노동자는 819만4000명이다. 이중 324만명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다. 이들 중 21만6000명(6.7%)이 이번 개정안 때문에 최저임금이 인상 시 혜택이 줄어든다.(*임금이 깎인다는 뜻은 아니다.) 손해를 보는 이들이 있다.

 

.연봉 2500만원 초과 B 노동자~ A노동자 미만

노회찬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노동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건 맞다.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과 함께 ‘연 400% 상여금과 한 달에 20만원 복리후생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제도로 적극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요약하면, 노회찬 원내대표처럼 이들 노동자의 피해를 강조하는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는만큼, 다른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야 한다‘고 본다. 반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도 못받는 초저소득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견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저임금 계층이 손해(21만6000명)를 보지만, 고임금 계층의 손해가 더 커서 소득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뉴스1

 

5. 노동자에겐 득 될 게 없는 개정안인가?

자,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의문이 하나 남을 것이다. 이 개정안은 기업에겐 밑질 게 없는 장사다. 반면, 노동자에겐 손해거나 본전이다. A가 피해를 입는 건 명확하고, B도 손해를 안 보거나 적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개정안은 잘못된 것 아닌가? 자, 이제 C를 살펴볼 차례다.

A 노동자: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많은 노동자. 예)공무원, 대기업 노동자

B 노동자: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적은 노동자. 예)계약직 노동자

C 노동자: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없는 노동자. 예)단기계약직,  초단시간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앞서 C는 이번 개정안과 아무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의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걸림돌 제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상여금을 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반발 혹은 부담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쉬워졌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 C에게 직접 돌아간다. 이번 개정안과 무관해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계층이 C라는 뜻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제로 보호해야 할 대상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산입범위도 확대하지 않고(혹은 적게 확대하고) 최저임금도 공약대로 올리는 길이 있다. 산입범위를 확대해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의 몫을 줄이되, 최저임금은 조금 더 쉽게 올리는 길이 있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정답은 없다. 이번 개정안은 후자를 택했다. 전자의 길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문기사 :  허프포스트코리아 김원철 에디터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