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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따라한 '사법농단범 양승태'와 '민사판례연구회'

법조계의 최대 모임, '사법부의 하나회'로 불리는 민판련과 양승태는 어떤 관계인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8/08/25 [11:29]

전두환 따라한 '사법농단범 양승태'와 '민사판례연구회'

법조계의 최대 모임, '사법부의 하나회'로 불리는 민판련과 양승태는 어떤 관계인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8/25 [11:29]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410건의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 이 중에는 여러 판사모임과 관련된 문서도 27건이나 포함돼 있다. 사법부 최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 등이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은 이들 판사모임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편을 갈라 관리했다. 어떤 모임은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됐고 어떤 모임은 보호했다.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된 모임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였다.

 

2016년 4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문분야연구회 구조 개편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사찰대상으로 삼은 두 판사모임(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을 어떻게 생각했고, 통제, 관리코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젊은 판사들이 급격히 유입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목적과 무관한 이슈에 관여한다”거나 “상고법원, 대법관 제청 등에 관하여 조직적인 개입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눈엣가시 같았던 이 두 모임을 처리하기 위해 두 가지 계획을 준비했다. 하나는 모임을 아예 해체시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새로운 판사모임을 조직해 법관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안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칭 ‘미디어연구회’라는 관제 판사모임의 설립 로드맵까지 만들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서에는 “젊은 판사들의 관심 유도”가 이 모임의 설립목적이라고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 관제 판사모임을 기획하면서 모임을 주도할 판사로 문모 판사를 내정해 놨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법원이 주무대인 드라마 극본을 쓰기도 했던 문 판사가 “수년전 친한 법관후배들을 데리고 연예기획사인 SM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문거에는 “연예인들과의 간담회를 주선하는 등 자극적이고 임팩트 있는 기획을 준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자신들이 기획한 모임에 판사들을 끌어들일 방안도 계획하고 있는데, 문건 곳곳에 ‘판사들을 포섭한다’고 적혀 있다. 흡사 비밀공작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미디어연구회’를 기획하면서 법원행정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 모임이) 행정처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임 기획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시나리오까지 열거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문건에 언급된 국풍81과 3S는 전두환 군사독재가 폈던 민심교란 정책이다. 문화축제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신군부의 대국민 우민화 공작이었다. 사법부가 ‘전두환 따라하기’ 정책으로 법관사회를 통제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미디어연구회’를 기획할 당시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대법원장 밑으로 고영한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임종헌이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았고 이민걸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기획조정실장으로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문제가 된 판사들에 대한 사찰, 미디어연구회 기획 문건은 기획조정심의관이던 박상언 판사가 작성했다. 도대체 박 판사는 왜, 또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런 문건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것일까.

 

취재진은 현재 창원지법에 근무하고 있는 박상언 판사를 찾아가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중인 사안이고 법원 내부에도 위원회가 있어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법조계 최대 모임 민사판례연구회와 양승태는 어떤 관계인가?

 

 

법원행정처로부터 탄압을 받은 판사모임이 있는 반면, 철저하게 보호를 받은 모임도 있었다. 바로 법조계 최대 모임으로 알려진 민사판례연구회(이하 민판연)다. 현직 판사는 물론 변호사와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양승태 대법원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2015년 9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민판연 관련 대응방안 검토)을 보면, 민판연이 양승태 대법원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 언론사가 민판연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자 법원행정처가 발빠르게 움직인 흔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국회와 언론의 반응을 조사하고 대응전략을 짜주는 식이었다. 판사모임이 아닌 법조계 사조직에 불과한데도, 문건에는 민판연 관련 보도가 ‘사법부에 부담요소’라고 적혀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사실상 양승태 대법원과 법원행정차가 민판연을 자신들과 동일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민판연은 1977년 민법 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 곽윤직 교수의 주도로 창립된 모임이다. 창립당시부터 이 모임에는 서울 법대 출신 판사나 교수만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 창립 40돌을 기념해 발간한 연구모음집을 보면 이 모임이 어떤 배경으로 탄생했는지, 그 동안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민판연은 양승태 대법원과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취재진은 민판연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법조인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어떤 자리를 거쳐 갔는지 일일이 조사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먼저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19명 중 민판연 회원은 절반에 가까운 8명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박병대 차한성 대법관 등 모두 사법농단 사건의 책임자로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10년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판사 중 민판연 회원도 2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판사 2907명 중 민판연 회원이 4%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민판연 소속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의 인사와 기획을 장악해 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이 신설한 인사총괄심의관실의 경우 10명의 평심의관 중 4명이 민판연 회원이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맡은 판사는 모두 민판연 소속이었다. 민판연 소속 판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도 확인된 것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민판연이 김앤장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민판연 회원인 판사들 중 상당수가 김앤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사실일까.

 

2017년 말 기준 민판연 회원으로 확인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모두 29명, 그 중 김앤장 소속인 변호사는 모두 14명이었다. 게다가 공개된 회원 명단에 이름이 빠진 사람을 더하면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3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판연이 김앤장으로 가는 티켓”이라는 주장이 빈말이 아님이 확인된 것이다.

 

민판연 회원으로 쌍용차 사건에서 사측의 변호를 맡아 대법원 파기환송을 이끌어낸 김용담 전 대법관 역시 정식인터뷰는 거절했다. 그리고 이메일로 입장을 전해왔다. 김 전 대법관이 보내온 이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민판연 소속 법조인들은 지금도 여러 정치사건, 대기업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서 파기환송을 이끌어낸 변호사,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무죄를 받아낸 변호사,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사건을 맡은 변호사 모두 민판연 회원들이다. 민판연이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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