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 지켜보는 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 4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2018 국제 관함식'에 참석했다. 11일 오후 좌승함인 일출봉함에 탑승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하며, 강정마을 주민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함을 보면 그나라의 국력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관함식은 통상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군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인 군함을 사열하는 행사로 단순한 국내 관함식이 아니라 국제 관함식이라 외국에서도 자국의 최신예 함정을 보내기 때문에 외국과 비교를 할 좋은 기회가 생기고 우리의 군함이 어느 정도 잘 정비되어 있는지,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런 걸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 하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국의 함정 39척과 항공기 24대가 등장했다. 예정돼있던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함정은 사정상 출항하지 못했다.
국내 함정으로는 좌승함인 일출봉함과 함께 국민참여단이 탑승하는 시승함인 독도함(LPH·1만4500t)과 천자봉함(LST-Ⅱ·4900t)을 비롯해 214급 잠수함인 홍범도함(SS-Ⅱ·1800t)과 209급 잠수함인 이천함(SS-Ⅰ·1200t) 등 24척이 참여했다.
미국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CVN-76·10만4000t)를 비롯해 순양함인 챈슬러즈빌함(CG-62·1만t)과 구축함 벤폴드함(6천900t) 등 3척을, 러시아는 순양함인 바랴그함(1만1000t)과 구축함인 애드미랄펜텔레예브함(8600t), 지원함인 보리스부토마함(2만3000t) 등 3척을 각각 이번 제주 국제관함식에 파견했다.
일본은 이번 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 않는 대신 오는 12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16회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에 일본 해상자위대 막료장(우리의 해군참모총장)인 무라카와 유타카(村川豊) 대장을 비롯해 대표단 6명을 파견한다.
중국에서도 관함식에 함정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WPNS 행사에는 대표단이 참석키로 했다.
이날 해상사열은 △국내 함정·항공기 해상사열, △특전단 요원 고공·전술강하, △외국 군함 해상사열, △우리나라 공군기 축하비행 순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이념 갈등으로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원한을 화해로 승화시킨 곳이며 섬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주도가 세계 해군의 화합과 우정의 장이 됐고, 제주의 바다가 평화의 바다를 위한 협력의 장이 됐다"며 "세계의 해군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제주도민들과 강정마을 주민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해군기지 건설로 큰 갈등을 빚은 강정마을이 있는 제주를 찾아 관련 언급을 하며 주민들을 위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 거점이 아닌 평화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제주도의 평화정신이 군과 하나 될 때 제주 국제 관함식은 세계 해군의 화합과 우정을 나누는 축제를 넘어 인류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관함식의 꽃으로 불리는 해상사열에 답례하는 문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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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번 국제 관함식을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해군이 되어주길 당부드린다"며 "지역 주민과 해군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관함식의 이정표로 남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는 정전상태이며, 남북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선언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그 길을 끝끝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제 관함식은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게 강한 국방력이며, 그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며 "해양강국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나는 대한민국 해군이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한 국방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우리가 오늘 국제 관함식에 함께 하는 이유는 바다가 미래를 향한 우리의 희망이고 우리가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위대한 평화를 상징하는 이 드넓은 바다는 한때 전쟁의 화염으로 휩싸였다. 우리가 바다에서 얻는 것이 많은 만큼 영유권과 관할권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고, 해적·테러 같은 해상범죄와 난민 문제로 인한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의 해군은 공존과 협력의 지혜를 키워왔고 함께 새로운 도전에 맞서 공동의 노력으로 평화를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다국적 해군이 해적을 퇴치하고 상선과 어선을 보호하고 있으며, 재난 구호와 인도적 지원에도 앞장서 병원선과 군수지원함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며 "또한 해양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대양에서 연합수색 구조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함께 한 세계의 해군 장병 여러분이 세계의 바다를 안전한 바다로 만들고 있는 주인공이며, 인류의 번영을 수호하는 용사들"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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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좌승함(座乘艦)'인 상륙함 '일출봉함' 함상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