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소통 / 중모독모(衆謀獨謀)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의 지혜보다는 낫다

이정랑 칼럼 | 입력 : 2018/10/29 [23:03]

이정랑의 고전소통 / 중모독모(衆謀獨謀)

 

‘세 명의 바보가 모이면 제갈량(諸葛亮) 한 사람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통치자도 여러 등급이 존재한다. 최하 등급의 통치자는 자신의 재능만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중간 등급의 통치자는 자신의 힘 외에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린다. 그리고 가장 높은 등급의 통치자는 자신의 지혜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지혜를 수렴할 줄 안다. 바보 세 명이 한 명의 제갈량보다 낫다. 즉,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의 지혜보다는 우월하다는 뜻이다.

 

사건이 터지면 먼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우선은 민주적인 방식을 택하고, 그 다음에 의견을 집중시킨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그들이 각자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여기에 통치자의 생각과 계획까지 치밀하지 못하면 일을 처리하기 전과, 후가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지혜와 어리석음이 한데 뒤섞여버린다.

 

통치자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지 못하면 일 처리가 지지부진해져 해야 할 일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다. 설령 제때 처리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타당한 처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개인이나 몇몇 사람들의 영향으로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 통치자가 여러 사람의 지혜를 수렴해 그 중 좋은 것을 선택해 따르면 폐단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통치자는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대 의견만 나오면 야단법석을 떠는 통치자는 실상 자기 생각을 잣대로 삼는 것이니, 의견을 집중시켜 효과를 높인다는 건 입에 담을 수도 없다.

 

의견을 집중시켜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의견을 수렴하는 기록을 날마다 남겨, 일이 성사되면 상을 내리고, 일이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다. 이런 조치가 있어야만 고급관료들이 이익을 위해 힘쓰고 다투어 좋은 계책을 올린다.

 

장수는 병사를 통솔하고 군주는 장수를 통솔하는 것이 원칙이다. 통치자는 자신의 지혜로 신료들의 지혜를 대신하거나 참모들을 수동적이며 지시를 받는 위치에 둬서는 안 된다. 장차관들이 개성과 적극성을 잃게 되면 통치자가 피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똑똑한 통치자는 당연히 부하들의 지혜를 충분히 활용한다. 지혜로운 부하들이 사려를 다해 계책을 짜게 하고, 통치자는 그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지 판단한다. 이렇게 하면 통치자의 지혜는 무궁무진해진다.

 

한 사람의 지혜와 재능은 한계가 있다. 통치자 역시 마찬가지다. ‘의견을 집중시켜 효과를 높이는’ 것의 의의도 여기에 있다. 통치자에게 막료는 곧 지혜와 재능의 원천이다. 그들의 지혜와 재능은 아무리 끌어다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끌어다 쓸 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훌륭한 신하의 지혜와 재능을 채용해 그 신하가 성과를 거두면 통치자는 저절로 현명하다는 명성을 얻는다. 인재 기용의 적절성 여부는 그 성과가 증명한다. 과실이 있으면 신하는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 통치자가 일을 못하게 한 게 아니고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 못한 것이므로 통치자를 탓할 수 없다.

 

공이 있으면 통치자는 명성을 누린다. 반대로 과실이 있어도 통치자의 명성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신하의 지혜와 재능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통치자의 명성은 전혀 소진되지 않는다. 신하의 재능과 지혜에 대한 통치자의 활용은 하나의 기술이자 학문이다.

 

현명하지 않은 통치자가 현인의 스승이 되고, 똑똑하지 않은 통치자가 똑똑한 신하를 거느린다. 만약 통치자가 올바르게 신하들을 배치해 각자 고생을 무릅쓰고 전력을 다하게 하면 그는 앉아서 짜릿한 성과를 맛볼 수 있다. 따라서 통치자가 손을 놓고도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는 옛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닌 것이다.

 

옛사람이 말했다. “새를 잡는 것은 그물의 한 눈이지만, 한 눈뿐인 그물로는 결코 새를 잡지 못한다. 새가 멀리까지 날 수 있는 것은 두 날개의 힘이지만, 깃털의 도움이 없으면 멀리 날지 못한다.” 이 사실로 미루어보면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큰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

 

 

 

 

 이정랑 언론인

(중국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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