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GM ...군산공장 부지 활용 정부에 맡긴다더니 시간만 끌어

“뒷간 갈 적 마음 다르고 나올 적 마음 다르다"? "매각 대금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1/07 [10:16]

3월 정부와 서면으로 한 약속 ‘시간 끌기’, ‘면피용’ 인가?

정부서 8100억 지원 보장 뒤 돌변... 설비 현황 공개 안해 매각 제자리

태평한 GM의 태도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자는 발만 동동 굴러

 

 

GM 군산공장 폐쇄가 벌써 5개월째 들어선다. 전북지역에서 카허 카젬 한국 GM 사장이 ‘군산공장 활용에 의향을 보이는 당사자들과 대외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라는 발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중 전북도와 정부 등에서도 관련 동향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시간 끌기’, ‘면피용’ 등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 GM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군산공장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GM 사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장은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의 ‘군산공장 활용방안’을 묻는 말에 ‘의향을 보이는 당사자들과 대외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여 협상 중이다’, ‘조속하게 협상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처럼 긍정적인 메시지에도 곱지 않은 시각은 여전했다. 한국 GM 사장의 말과 달리 다른 행보가 감지되면서다. 당장 전북도는 군산공장 활용방안을 찾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재무상황이 악화(-1조1514억원 자본잠식)하자 GM은 지난 상반기 한국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4월 26일 산업은행을 통해 한국GM에 7억5000만 달러(8100억원)를 부담하기로 약속했고, 이중 절반을 집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GM은 “(공장을 닫은) 군산 지역에 면목이 없다”며 “부지 매각 방식·대상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 뜻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정부 협상을 주도했던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3월 30일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에게 이를 서면으로 약속했다.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면서 대신 “군산공장 부지의 향후 활용 방안을 흔쾌히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약속했다.


군산공장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군산공장을 방문하거나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동향이 감지되기 마련이다. 협상과 관련된 어떠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못 박은 상황에서, 군산공장 일부를 가동하고 있다. 공장 일부를 가동하는 상황에서 인수할 기업을 찾는 상황을 믿을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또 군산공장을 매각하려면 이사회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희망기업을 모집하는 공고절차를 진행하는 등 외부로 정보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은 채 말로만 협상이 오가기는 희박하다.

 

군산공장 주요 출입구는 ‘출입금지’ 딱지로 봉쇄됐다. [문희철 기자]                                     군산공장 주요 출입구는 ‘출입금지’ 딱지로 봉쇄 되면서 인적이 없다   

             

군산공장 부지 매입 의사가 있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GM이 비협조적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불만이 나온다. 현재 군산공장 부지 매입에 적극적인 곳은 5군데다. 한 기업은 특수목적회사(SPC)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 완성차 제조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식으로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 중견기업 계열의 특장차 제조·판매사는 군산공장 시설을 활용해 소형화물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완성차 생산 경험이 부족한 이 기업은 빠르게 상용 생산에 돌입하기 위해 중국 완성차 제조사와 계약해 차량의 기본 골격(플랫폼)을 도입한다는 안을 내놨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중심으로 12개 중소기업도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GM의 경상용차 다마스를 이곳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계획을 내놨다. 외국계 인수합병(M&A) 전문기업은 투자자를 모집해서 일종의 펀드를 조성한 뒤 군산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조립형 주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 회사는 이곳에 주택 생산 공장 신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사업 계획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GM이 군산공장에 구비 중인 설비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인수를 검토하려면 일단 시설 현황부터 파악해야 부족한 설비가 무엇이고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인지 계산해서 사업성을 판단한다”며 “하지만 GM이 건물평면도를 제외한 모든 설비·도면 제공을 거부하면서 사업 계획 자체를 못 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관계자도 “GM이 상대방 패는 보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 패는 안보여주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하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GM이 소극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다. 부지 매각 대금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당분간 땅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GM 군산공장 부지의 공시지가는 1242억8400만원이다. 그런데 최근 군산 지역 경기가 위축하면서 한국GM 부지가 포함된 군산국가산업단지의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실제로 최근 한 중소기업이 3.3㎡당 26만원에 인근 부지를 사들였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한국GM 군산공장 땅값은 1008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GM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GM이 3.3㎡당 최소 50만원 이상을 제시하거나 전체 부지(129만㎡)를 일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매각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경우 전체 땅값은 예상가의 2배(1939억4000만원)로 뛴다.

 

군산공장 폐쇄 5개월이 지났지만 부지 매각 협상에 진척이 없는 배경이다. 태평한 GM의 태도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군산국가산업단지 협력업체의 30%가 도산했다. 요식업 휴·폐업 신고도 2015년 대비 43% 급증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오는 30일부터 한국GM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실업 급여 지급 기간이 끝나면 지역 경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소한 한국 GM은 군산공장 처리를 중심에 놓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 GM 사장의 발언이 ‘시간 끌기’, ‘면피용’ 등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전북도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장의 발언도 시간 끌기, 면피용 수준으로 이 문제를 풀려면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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