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혁명’의 실현은 ‘의식혁명·사법민주화’가 최상의 방책이다

"청렴결백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우수한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고 등용해야..."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9/01/27 [08:34]

인간 삶의 기본 ‘정의구현’의 오직 한길 ‘사법혁명’ 

 

 

대한민국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양승태(梁承泰)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감은 당사자가 아니라, 오히려 한겨레의 역사와 국민의 돌이킬 수 없는 치욕이다. 이 비분강개할 사상초유의 사태는 대다수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사법부신뢰’의 정도를 넘어서는, 국정농단과 얽히고설킨 가증할 커넥션에 의한 ‘사법농단’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통렬히 자각하여야 한다.

 

정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과 국가를 우롱, 농락하고 국격을 여지없이 훼손한 미증유의 배신이고 반역이며, 정치파행·국정파탄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허탈하며 더없이 심각한 헌법정신 유린, 헌정질서 파괴의 '사법타락'인 것이다. 이런 가공할 ‘사법정의’의 파탄 사태가 하루아침에 터져 나온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 사법의 주체상실, 자기부재의 암적 행태는 횡행하고 만연한 ‘법조비리’의 끊임없는 퇴적현상의 결과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일례로) 2006년 8월 8일,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된 3인이 구속되었는데, 법조계는 이날을 ‘법치의 날’(法恥日 법치일), ‘사법부 치욕의 날’로 부르며 자탄을 금치 못하였다. 더구나 법조비리를 겨냥한 재판 불복 ‘국민저항운동’이 촉발하자 사법부는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그럴진대 작금의 사법농단 사태를 신뢰문제로 치부하는 태도는 지식인과 언론의 본령인 ‘문제의식·비판정신’의 결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8월 16일, (당시의)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이 전관예우, 청탁·정실에 좌우되는 재판결과, 당사자와의 의사소통 없는 법관의 일방적인 재판결론 도출 등, 잘못된 ‘재판관행’(국민의 일반적 인식)을 우려, 거론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ㅡ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관의 청렴성·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의심받을 만한 행위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허용되어 왔다면 그런 관행은 결단코 없애야 합니다.

 

만약 개인의 노력만으로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면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법관으로서의 품위와 절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중략) 이번 사건도 근본적으로는 법관들이 (공개된) 법정에서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종래의 재판관행(판사실에서 법관들만에 의한 재판의 실체형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사법부답게 꿋꿋하게 우리의 위치를 지키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갑시다” (사과문 요지, 아울러 대법원은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별도로 발표하였다.) 하지만 그토록 비장한 듯한 각오는, 소수 법관들이 주도한 제1차 사법파동(1971년, ‘사법민주화’운동) 이래 5차(2009년)에 걸친 자정 노력이 허사에 그치면서 공염불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법과 양심을 저버린 기득권 세력(비리법조인)이 발호하여 헌정사 초유의 ‘사법농단’이 자행되었던 것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는,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상식이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면 ‘평등’은 요원하고 ‘정의’는 말살돼 버릴 것이다. 법관의 업적과 정당성은 판결이 말해준다. 정치·행정은 정의의 뒤편에서 과오를 변명하고 합리화할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법관은 ‘최후의 심판자’이므로 정의를 잃은 재판은 결코 용납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차제에) 비리법조인, 특히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은 빠짐없이 일벌백계하여 퇴출시킴으로써 ‘사법적폐’를 확실히 청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송청탁, 유전무죄·무전유죄로 대표되는 만연한 법조비리, 재판거래와 정치권력에 아부 맹종하는 사법농단에까지 이른 법관의 타락과 사법의 파행을 혁파함으로써 붕괴된 사법부, 실추된 사법권을 회복시켜 정상화시키는 길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사법권 역시 위임된 ‘국민주권’임을 명철히 인식하는 동시에 결자해지의 지혜와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거니와, 통렬한 반성과 철저한 교육을 통하여 사법의 사명의식과 실천의지를 강고히 정립해야만 한다. 물론, 두말 할 나위 없이 그 핵심은 ‘정의실현’(establish Justice)이다.

 

한 국가의 이상(vision)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헌법 전문에 명시한다. 예컨대 아메리카합중국(미국, USA)의 연방헌법(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전문(preamble)에서 ‘국가이상’(國家理想)으로써 완전한 합중국형성, 정의실현, 국가보위, 복지증진을 위해 제정함을 천명하였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바는, 법이란 제도나 방법뿐 아니라, 이를 초월하여 (고등동물을 자처하는) 존귀·존엄한 ‘인간’으로서 정신과 사상, 곧 ‘도덕적 인간본성’의 구현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의실현’을 최고의 국가이상으로 삼는 것이다.

 

PREAMBLE(전문);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establish justice, insure domestic tranquility, provide for the common defence, promote the general welfare, and secure the blessings of liberty to ourselves and our posterity, do ordain and establish this Constitution fo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ㅡ 우리 합중국 인민은 더 완벽한 연방을 형성하기 위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국내의 평안을 보장하고, 공동방위를 제공하고, 일반적 복지를 증진하며, 우리들과 후손들의 자유에 대한 축복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메리카 합중국 헌법을 제정한다.

 

미국 연방헌법의 시원은 1776년, 아메리카(미국) 버지니아 주의 권리선언(The Virginia Bill of Right·16개 조, 조지 메이슨 기초)이다. 이는 민권사상에 관한 ‘정의의 권리’가 뚜렷하게 천명되는 시발이었으며, 인간의 권리표명, 곧 ‘인권선언’ ㅡ 1628년,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과 1689년, 권리장전(Bill of Right)을 계승·발전시킨 인간정신의 쾌거였다. 지난한 역사를 관통한 끝에 이루어진 이 선언이야말로 특히, 인류역사상 최초의 최고법인 ‘헌법’(constitution, 미국 권리장전)의 모태가 된 점에서 더욱 더 의미심장하다.

 

‘버지니아주 권리선언’ 제 15조, 어떤 자유, 정부 또는 자유가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축복도 정의·중용·절제·검소·선행 등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의지와 근원적 원리에 대한 빈번한 성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ㅡ 이 권리선언의 요지는 ‘국민주권’(민권)을 위시한 ‘통치권’ 등이 정의의 원리, 즉 ‘사회정의’(social justice)에 합당치 않으면 그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선포한 것이다.

 

정의·평등구현의 ‘사법혁명’ㅡ의식혁명·사법민주화 실현,

발전·진보적 ‘사법제도’ㅡ법관임용·운영시스템 혁신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아주 오래 전에 횡행해온 법조비리의 만연으로부터 사법농단에 이르기까지 가증할 사법적폐는 ‘정의실현’, 바로 그 지고한 헌법정신과 국가이상을 속절없이 훼손하는, 그래서 기필코 응징, 타파해야 할 반도덕적, 반국가적, 반민주적인 용서하지 못할 대죄(大罪)다. 지금껏 수도 없이 ‘부패망국’(腐敗亡國)을 말했거니와, 부언하여 미국의 연방헌법과, 그에 명시된 ‘정의실현’을 거론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오로지, 사법부는 법과 양심의 보루가 되고, 법관은 민주와 인권의 청지기가 되어 ‘정의의 사도’로서 멸사봉공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사법부와 법관들은 정의실현의 그 막중한 사명과 역할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훼손하고 파괴하기를 일삼았으니 통분을 금치 못할 노릇이다.

 

기실, 인류역사는 부정부패의 점철이었고, 이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뿌리 깊은 악폐이며, 치유하지 못한 사회병리 현상이다. 암암리에 자행되며, 끈질기게 이어지는 부정부패는, 그래서 발본색원, 퇴치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사회병인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 곧 사리사욕과 아집이 뿌리인, 이 가증할 망국병을 막기 위해서 치열하고 엄정한 사법부가 존재하고, 그 존재가치가 빛처럼 밝게 발현되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에 의해 법관의 신분보장이 확립되고, 이로써 사법권의 힘이 더욱 강화되어 공고해진다. 이에 상응하여 법관 자신은 언제나 변함없이 ‘도덕적 권위’를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겨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연컨대,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가 거의 다르지 않지만 특히, ‘정의’의 보루로서 법을 운용, 집행하는 법조인은 ‘도덕성·윤리의식’이 완전무결하고 투철해야 한다. 모든 부정부패, 그리고 법조비리가 도덕·윤리에 관한 저급한 의식수준과 비례하기에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성의 기초 위에서 명철한 판단력으로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는 ‘인재등용’을 우선해야 하고, 아울러 발전·진보적 운영시스템이 보정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이며, 사법부가 기필코 실현해야 할 제 1의 과업목표(task goal)인 것이다. ①법조인 양성제도의 정립과 선발방식의 전폭적인 혁신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의 허다한 문제점들을 시정 보완하고 발전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청렴결백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더 바란다면 身言書判 신언서판을 두루 갖춘) 우수한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고 등용해야 한다.

 

②(이를 위해서는) 의식개혁과 관행타파를 통하여 학벌패권주의, 연고주의, 엘리트주의를 배격함으로써 법조계에 고착된 ‘우월적 폐쇄성’을 해체하여야 한다. ③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판·검사 임용방식을 전적으로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하여 (삶의 애환,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 법관들을 양산해왔다고 비판받는) 시험성적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변호사 경력을 위시한 일반사회에서의 경륜을 필수 자격기준에 포함하고, ‘인성’(윤리·도덕·인권의식 등)을 핵심으로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한다.

 

④법조비리의 화근인 전관예우, 청탁·정실 등, 법조계의 악폐 방지, 척결을 위해 ‘법원조직법’, ‘양형기준법’, ‘비리법조인 변호사개업 금지법’ 등, 관련 법률을 보다 강화하는 제·개정을 추진, 실시하여야 한다. ⑤엄정한 복무제도를 확립, 시행한다.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법관윤리강령’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법조인비리고발, 재산신고, 재임용심사(기간단축), 집무실 출입통제 강화, 비리법관 재판배제, 징계절차 종료 전 사표수리 금지 등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밖에도 사법시스템의 개선 발전을 위해 사건재배당제 도입(연고주의타파·정실재판방지), 형사재판 불구속원칙 확립(인권존중·보호), (부분적) 4심제 실시 등, 보다 진전된 운영방식을 채택, 실행해야 한다. 더욱이 형사사건에 부분적으로 적용, 실시하는 ‘국민사법참여’(미국 배심제, 독일 참심제 절충)를 보다 실질적으로 확대하여 정치, 경제의 민주화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트로이카를 형성하는 ‘사법민주화’를 조속히 실현하여야 한다. 이렇게 ‘사법혁명’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국민주권의 실현과,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의 건설이 완성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론에서 부정부패ㅡ망국병의 뿌리가 인간의 이기심, 곧 사리사욕과 아집이라는 점을 밝혔는바, 그러한 측면에서 역사적인 ‘정의’란 근대 이후에 명정하게 인식된 도덕적 가치이며, 그 핵심은 ‘평등’이다. 평등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定義)로부터 연원하는 정의(正義, 평균적정의·일반적정의·배분적정의)의 본질이거니와 오늘날 특히, 정치·사법 분야에서 필연코 실천해야 할 ‘평균적정의’는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 받는 불변의 가치라는 명제를 명심해야 한다.

 

이렇듯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나 다름없는 인간 삶의 기본인 ‘정의·평등’, 이 국가·사회의 이상과 명제를 확실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법관임용, 사법제도의 일대 혁신을 단행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하고 유효한 방책은 교육개혁에 의한 ‘의식혁명’과 국민사법참여로 ‘사법민주화’를 이루는 본격적인 ‘사법혁명’인 것이다. 따라서 온 국민이 합심협력, 이를 실천하여 괴멸위기에 처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사도이며 최후의 보루인 ‘국민주권으로써의 사법권’을 바로 세우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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