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때 요직 두루 거친 이종찬, 반성하고 사죄해야는데 잘못이 없다니…”

광복회장 출마한 이종찬 前 의원에 광주시민사회단체 반발. 이종찬 “국가·민족 배신한 적 없다. 허위사실로 비방 말라”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9/04/23 [18:20]
▲ 최근 광복회장에 출마한 이종찬 전 의원을 두고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로 전두환 정권 시절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유공자유족연합회 등 광주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종찬 전 의원의 광복회장 출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 광복회 광주전남지부

[ 서울의소리 고승은 기자 ] “이종찬 전 의원이 전두환 정권 때 요직을 두루 거치지 않았습니까? 광주학살이 전두환 정권의 기획에 의해서 광주가 선택돼서 일어났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할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 최고 원로인 광복회장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라면 잘못된 역사에 대해선 겸허하게 반성하고 사죄해야하는데 잘못이 없다고 하니까 답답할 노릇이지요. 전두환에게 부역한 것이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까? 그래서 분노합니다.“

 

최근 광복회장에 출마한 이종찬 전 의원을 두고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전 의원이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 부역한 사실을 인정하라며, 광복회장 출마 철회와 함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광복회는 내달 8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종찬 전 의원에 대해 “박정희 시절부터 중앙정보부에 있었고, 국보위 입법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민정당 창당에도 참여해서 국회의원을 내리 4선을 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정무장관,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요직을 다 역임하지 않았느냐. 특히 5공 시절엔 대단히 요직을 거치신 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분이 국보위에 참여했고, 민정당 참여했잖습니까. 80년대 민정당 참여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핍박당했고, 민주화가 후퇴했는지 모든 역사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런데 그 분만 그것을 정당화시키고 독재가 정당화하다고 하니 참 답답할 일 아닌가? 전두환이에게 부역한 거 사실 아니냐”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광복회가 친일파 후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역사폄훼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독재를 찬양한다던가 미화시키는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 광복회가 다시 태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이 전 의원에 대한 출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독립유공자유족연합회 등 광주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찬 전 의원의 광복회 회장 출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광복회는 독립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계승하고 애국과 애민하는 전통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시대의 상징이어야 한다.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전두환 독재 잔당이 광복회장으로 출마하는 것은 선열들과 민주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신 많은 분들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광복회는 내달 8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 광복회 홈페이지

이들은 “40여년이 지나도록 참혹했던 광주학살의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채, 5.18을 왜곡·폄훼하는 세력이 여전히 활개치는 현실에서 오월광주에 대한 또 하나의 폄훼가 아닐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향해 “스스로 출마를 철회하고 광주시민들에게 자신의 과오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개와 반성을 먼저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규탄성명에 이종찬 전 의원은 다음날인 23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시민단체들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내세워 저를 비방하고 있다”며 “과거 공직에 있거나 정계에 참여하면서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사실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군사정권 부역 논란에 대한 해명보단, 자신이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 즉 민주정부 출범에 기여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본인은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서 드디어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그런 본인에게 특히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내세워 비방하는 것을 듣고 대단히 섭섭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다”고 말한 뒤, “국가정보기관의 악, 폐습을 개혁한 것도 본인이 이루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왜곡된 사실을 들어 비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면서 “앞으로 이런 근거 없는 비방을 다시 일삼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 책임소재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이 전 의원의 과거 행적에 대해 진심으로 회개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이 전 의원은 “민족과 국가를 배신한 적이 없다. 사죄할 일이 없다”면서 “이는 인격모독이다”고 답했다.

▲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의원, 박정희 정권시절엔 중앙정보부에 근무했다. 전두환 정권시절엔 국보위에 참여했으며, 민주정의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원내대표·사무총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이후엔 김대중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며, 출범 이후엔 정부 인수위원장, 안기부장, 초대 국정원장 등을 역임했다.     © EBS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를 16기로 졸업하고 군인으로 복무하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 중앙정보부에 근무했다.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장과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 의원을 지냈다. 그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민정당에서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3당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대선후보에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탈당, 새한국당을 창당했다. 그는 새한국당이 민주당에 흡수되자 민주당으로 옮겼고,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참여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며, 출범 이후엔 정부 인수위원장, 안기부장, 초대 국정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우당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일부 5공 인사들이나 군사정권에 협력했던 인사들도 김대중 정부 때 중용된 사례들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가 자민련과 연립정부였던 만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한동 전 의원 등 군사독재시절 중용됐던 인사들이 총리로 기용되곤 했다. 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중권 전 의원도 민정당 의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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