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서 하면 된다고요?” 어린이날 어린 것들의 해방선언!

새로 쓴 2019년 ‘어린이날 선언문’ “참정권과 모든 시민적 권리를 완전히 허하라, 윤리적 억압에서 해방하라”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9/05/06 [14:22]
▲ 97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하는 2019 어린이날 집회 '어린것들 해방만세!' 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어린이 청소년 인권’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 고승은

[ 서울의소리 고승은 기자] “어린이나 청소년은 특별한(다르다는 의미를 담은) 존재다. 그러니까 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권리를 부여하지 않아요. 그렇게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선 실수하면 역시 어려서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악순환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권리를 줘야 실수할 기회가 생기는 거고, 보완할 수 있는 건데, 사람들이 나이의 기준에 따라 ‘어리니까 나중에 해라, 어른이 돼서 하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시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차단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 대한)권리를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어요.”

 

97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하는 2019 어린이날 집회 <어린것들 해방만세!>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청소년, 시민들이 모여 청소년 참정권과 학생 인권, 청소년에 대한 존중과 환대 등을 외쳤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은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는 이날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날에 사람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선물을 주면서 ‘축하한다’ 이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린이날 당일 하루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 ‘어린이 해방’을 방정환 선생이 얘기했던 것처럼 오늘까지 그걸 이어가고 싶었다”며 행사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 씨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례들에 대해 노키즈존,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체벌 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포항에서 ‘성인물을 봤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이어 얼차려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중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 지난 3월 포항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성인물을 봤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이어 얼차려를 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 KBS

“학생이 야한 잡지를 본다는 유언비어를 수업시간에 퍼뜨린 거예요. 그런데 그 학생은 너무 화가 나서 항변했는데, 얼차려를 시켰어요. 그게 너무 모욕적이어서 자살을 한 건데, 사람들 반응은 ‘별 것도 아닌 일에 자살하냐’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만약 직장인의 경우 상사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화를 냈는데 얼차려를 시켰다면, 사람들이 ‘그 회사 너무하다. 상사 너무하다’ 이런 식의 반응을 하지 않았을까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하찮은 일로 여겨지는 게, 또 청소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일상에서 만연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청소년이 아직 성숙하지 않기에 일정정도 체벌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체벌은 당하는 사람이 모욕을 느낀다면 당연히 문제인 것이다. 타인이 봤을 때 체벌이 약하다 강하다고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나아가 “저도 가정과 학교에서 체벌을 겪었지만, 그게 제 삶에서 엄청 트라우마로 작동했고 평소에도 공포로 느껴지는 게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은 체벌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에겐 기억에 평생 남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97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하는 2019 어린이날 집회 '어린것들 해방만세!' 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담은 쪽지를 붙였다.     © 고승은

그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아직은 일부 지역단위로만 적용되고 있는데다, 두발이나 복장 규제 외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에선 학생인권법을 제정하자고 외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청소년 학생들이 부당한 권리에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서정민씨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고등학교 때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일, 행사를 추진했던 일들을 언급하며 “그 때의 저하고 지금의 저하곤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만 19세가 됐다는 이유로 갑자기 참정권이 생겼다는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차별이나 억압사례로,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인식을 들었다.

▲ 97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하는 2019 어린이날 집회 '어린것들 해방만세!' 가 열렸다.     © 고승은

서 씨는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촛불집회 대자보를 썼을 때, 부정적인 반응 보이는 교사들도 많았고, 교장선생님이 (대자보를)떼라고 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애초에 참정권이 없는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이나 폭력이 되지 않았을까.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씨는 특히 청소년을 ‘미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아닌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로 봐달라고 했다.

 

“‘청소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런 얘기들을 하죠. 하지만 그런 인식자체가 청소년을 항상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도 광장에 나가고 집회를 했을 때는 같은 동료시민으로 나섰던 건데, 청소년들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닌 미래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치부해리는, 정작 문제에서 배제하려는 그런 시각이 많은 거 같아요. 청소년도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편, 이날 이날 참가자들은 어린이날 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외쳤다. 새로 쓴 2019년 어린이날 선언문이다.

▲ 97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역 영풍문고 앞에서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주최하는 2019 어린이날 집회 '어린것들 해방만세!' 가 열렸다. 이들의 올해 선언문을 담았다.     © 고승은

1. 어린이·청소년을 기존의 사회적 차별과 나이 차별적으로 구성된 윤리적 억압으로부터 완전히 해방하라.

 

2. 어린이·청소년에게 박탈된 참정권과 모든 시민적 권리를 완전히 허하라.

 

3. 어린이·청소년이 자유로운 시간과 안전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모든 영역에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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