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진' 청룡봉사상.. 민갑룡, 조선일보 반발로 강행?

청룡봉사상서 말하는 봉사 누구를 위한 봉사? 강행에 비난 여론 봇물

정현숙 | 입력 : 2019/05/09 [08:16]

'피의자가 수사 관계자에게 상을 주는 황당한 꼬락서니'

 

제 46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 노컷뉴스

 

민갑룡,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개선 의지 결여 논란도


조선일보가 경찰에 수여하는 청룡봉사상을 민갑룡 경찰청장이 강행하기로 했다.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공동주관한다는 이른바 청룡봉사상 수상자는 1계급 특진 포상을 받는다. 사실상 특정 언론사가 공무원인 경찰의 인사평가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비단 조선일보뿐 아니라, 다른 일반 언론사가 공무원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상들을 정부가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찰은 해마다 조선일보에 특진 후보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감찰 세평 등을 심사용 명목으로 제공해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청룡봉사상을 받고 특진한 경찰관이 장자연 수사에 관여했던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장자연 사건에 관여한 A 경위가 상을 받아 특진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확산됐다. 장자연 피의자가 수사 관계자에게 상을 준 셈이다. 언론사가 특진대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과연 경찰은 언론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수사를 벌일 수 있었는가. 국민에 대한 경찰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9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청룡봉사상을 둘러싼 폐지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서도 민갑룡 경찰청장이 고심 끝 '시상 강행' 방침을 세운 데에는 조선일보 측의 반발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이 상을 유지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과 접촉했고, 이때 전달받은 '폐지 반대' 입장이 이번 강행 결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경찰 고위 간부의 입에서 나왔다.

 

조선일보가 수사기관인 경찰의 특진 인사를 심사·결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각계 여론은 외면한 채 거대 언론의 눈치를 본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찰청은 최근 2주 동안 이 상의 존폐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왔다. 당초 올해도 조선일보와 시상식을 강행하기로 했다가 CBS 연속보도로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민 청장에게 해당 사안이 보고됐고, 재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결국 특진 후보자 추천 마감일인 지난 3일에서야 경찰이 뒤늦게 내린 잠정 결론은 '포상 강행'이었다.

 

일부 개선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결국 최종 특진자를 선정하는 본 심사는 예전처럼 조선일보 인사들과 함께 진행하기로 해 '무늬만 개선'이라는 지적이다. 이 상을 유지할 경우 유력 언론사의 영향력 아래에 경찰이 종속되길 자처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폐지는커녕 유착 우려를 낳는 핵심 심사과정조차 거의 손을 못 댄 셈이다. 

 

내부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경찰 간부는 이런 결론이 도출된 이유를 묻자 "조선일보 측은 경찰이 아닌 다른 공무원도 언론사들과 함께 (승진 관련) 합동심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우리만 합동심사에서 배제하느냐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실무접촉 과정에서 있었던 조선일보의 반발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특진 심사를 할 경우 유착 우려가 특히 클 수밖에 없다는 각계 지적을 조선일보 측에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 대한 부분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 자체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조차 유력언론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내부 증언이 나온 가운데, 민갑룡 청장 본인의 이력도 이번 청룡봉사상 유지 결론을 내리는 데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 청장은 작년 경찰청 차장이었을 때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과 '제52회 청룡봉사상'의 공동심사위원으로 활동했었다. 민 청장 본인이 참여했던 상인만큼, 문제점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민 청장은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뒤 약 4개월 만에 경찰청장 신분으로 참석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으로부터 경찰 특진제와 청룡봉사상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을 들었다. 이에 민 청장은 "개선방안을 검토해 보고하겠다"고 했었다.

 

이런 가운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장자연 사건 이듬해인 2010년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청룡봉사상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제 44회 심사위원 명단에 이 전 부장의 이름이 있었다.

 

청룡봉사상은 수상하는 즉시 경찰에 1계급 특진을 시키는 상이다. 당시 경찰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조선일보 이 전 부장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경찰 고위층을 협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찰 특진까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셈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특진 공동심사'라는 큰 틀을 유지한 채 경찰이 포상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자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나왔다. 

 

이런 황당한 정황에 대해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 했다. 그간 경찰이 언론이 자행해온 경찰 길들이기가 좋다고 맞장구친 것이 아니라면, 경찰은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폐습은 과감히 청산해야지, 관례라는 이름으로 고집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청룡봉사상에서 말하는 봉사가 누구를 위한 봉사였는지 경찰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이런 결론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 경찰도 스스로 한번 판단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여론이 들끓는데도 불구하고 상을 지속한다는 민갑룡 청장의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 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현오 "장자연 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장 협박, 생애 가장 충격적 사건"

 

청룡봉사상이 고 장자연 수사 경찰 수상과 조선일보 이동한 사회부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밝혀진 가운데 2009년 수사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수사 당시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조현오 전 청장은 어제(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2부 심리로 열린 민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2009년 3월~4월쯤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기지방경찰청으로 직접 찾아와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린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와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10년 전 일이라 이 전 부장이 찾아온 날짜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은 또렷하게 기억한다면서 "제가 살면서 가장 충격받았던 사건 중 하나"라며 그 이야기를 듣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진술했다. 저 때문에 ‘이명박 정부 퇴진’과 같은 이야기까지는 나와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챙기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자신을 협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결과적으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받고, 경기지방경찰청 직원들이 방문 조사를 했다면서 "그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수사 초기부터 조선일보 측에 수사 내용을 상세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에 참석한 이동한 조선일보 전 사회부장은 조 전 청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면서, 당시 상황을 볼 때 조 전 청장의 말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17일 방송된 MBC 피디수첩에서도 조선일보 인사가 찾아와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고 협박을 당했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바 있다. 이후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피디수첩 측에 6억 원, 미디어오늘에 4억 원, 조 전 청장에게 3억 원 등 모두 13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 청룡봉사상 강행에 비난 여론 봇물

 

한편 경찰이 조선일보가 심사하는 ‘청룡봉사상’ 시상식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반 시민은 물론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청룡봉사상 강행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가 경찰 장학생을 뽑는 제도나 마찬가지”라며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할 자격이 있나”, “폐지 여론에도 강행을 결정하다니, 경찰 위에 언론 있나”라며 “강행을 결정한 민갑룡 경찰청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지난 2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룡봉사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1계급 특진의 인사 특전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특정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1967년부터 경찰청과 함께 주관하는 청룡봉사상 시상에서 수상을 했다 하여 경찰을 1계급 특진하는 제도는 정부의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무시할 뿐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와 형식과도 전혀 맞지 않는 특혜”라며 “한시바삐 이런 엉터리 같은 특진 제도를 폐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도 9일 오전 해당 청원에는 2만 7천명 가까이 참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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