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권, 중대 나랏일까지 ‘점괘’에 의존해왔나?

정보경찰들 전국 역술인 찾아가 새해 ‘점괘’ 보고서 올렸다.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9/05/17 [15:25]
▲ 박근혜 정권 당시 정보경찰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전국 각지의 역술인들을 만나 국운 전망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 MBC

[ 서울의소리 고승은 기자 ]

“대통령님은 지산겸, 지풍승의 운을 갖고 있어 천운의 힘을 받으며 국운 상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

“임진생이신 대통령께도 ‘언 땅에 꽃을 피우는 사주’와 대운이 오면서 국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언 다수”

“청와대가 어머니 치마폭에 감싸인 형세이듯이 혼란스러운 기운을 여성인 대통령님의 덕으로 감싸게 될 것이라는 반응”

“대통령님은 ‘대지’의 기운을 타고나신 만큼, 나무와 흙의 해인 을미년은 상생이 가능한 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전국 각지의 역술인들을 만나 국운 전망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들에는 정치인이나 해외 정상의 관상에 대한 언급과 함께, 선거와 외교 결과를 전망한 대목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조현오 청장),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이성한 청장)·2014년(강신명 청장) 당시의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 내용의 제목은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이라고 나와 있으며, 형식은 대체로 같다.

 

2010년 연말에 쓰여진 <역술인들의 새해(2011년) 국운 전망> 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이다.

 

“11년 신묘년은 온순한 토끼의 성징을 받아 국정운영에 안정을 찾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어루만지는 해가 될 것으로 예측”

“대통령님은 지산겸, 지풍승의 운을 갖고 있어 천운의 힘을 받으며 국운 상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

“전반기에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고전이 불가피하나, 후반기는 호전 양상, 조급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

▲ 2015년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 문건, 박근혜를 찬양하는 내용이 가득 담겨있다.     © MBC

또 13년 말에 올린 14년 새해 문건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맑은 희망과 생동감을 상징하는 푸른 말이 뛰어노는 형국인 만큼 국운이 상승하는 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다수”

“상반기까지는 혼란·어려움이 다소 예상되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하반기부터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

“임진생이신 대통령께도 ‘언 땅에 꽃을 피우는 사주’와 대운이 오면서 국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언 다수”

 

14년 말 올린 문건, 즉 15년 새해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져 있다.,

 

“청와대가 어머니 치마폭에 감싸인 형세이듯이 혼란스러운 기운을 여성인 대통령님의 덕으로 감싸게 될 것이라는 반응”

“특히, 대통령님은 ‘대지’의 기운을 타고나신 만큼, 나무와 흙의 해인 을미년은 상생이 가능한 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

“한편, ‘삼재‘ 자체가 근거없는 속설일 뿐이란 견해도 상당하나, 일각에서 ’삼재‘의 마지막 해인 만큼 건강 등에 유의하실 것을 당부”

 

특히 선거나 외교안보와 관련된 문제에선 철저한 전략 대신, 엉뚱하게도 상대방의 관상을 언급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2014년, 2015년 보고서에 다수 등장한다.

▲ 2015년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 문건 내용 중, 뜬금없이 박근혜의 관상과 아베 총리, 시진핑 주석들의 관상을 비교하고 있다.     © MBC

2014년 보고서에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복이 붙는 형상이지만 선거 승리에 중요한 기세, 법령 등 팔자주름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2015년 보고서에는 일본 아베 총리에 관해선 “(박근혜와) 아베 총리는 (관상이)상극이어서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으며, 시진핑 주석에 대해선 “상생 관계여서 지금까지 FTA 체결 등이 순조로웠고, 내년에도 지속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 미국에 대해선 “(박근혜의) 광대뼈가 코를 감싸는 상(사회적 관계 원만)이라서 외교관계가 원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관계라는 풀이가 많다”며 “언젠가는 남북간 ‘통큰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혀 있다.

 

또 “북한은 을미년이 ‘젊은 숫양이 늙은 숫양을 몰아내는 형국’이라며, 북 내부의 권력구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도 적혀 있다. 국가의 중대사인 외교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전략이 아닌, 역술가의 의견에만 의존하는 모습이랄까.

 

또한 “불의 기운이 강해 IT 전자 전기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는 반면 제철 조선 등 물의 기운이 강한 분야는 다소 부침이 예상된다”는 경제 전망과 “월드컵에서는 물의 성질인 브라질에서는 금의 나라인 유럽 국가 팀이 힘을 쓸 수 없고, 목의 기운인 우리 대표팀은 8강까지도 가능하다”는 스포츠 관련 전망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은 “사실 우리가 재미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인데, 이게 정보기관에서 작성했다는 걸 전제로 하고 보면 믿어지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해당 문건을 보면 서울, 부산, 익산, 대구, 경기, 고양, 금산, 익산 등 전국을 아우르는 역술인들이 등장한다. 이재정 의원은 “이게 전국 각지의 정보 경찰들이 다 동원된 건지 아니면 특정 담당 경찰이 전국을 돌아다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경찰력을 동원한 거고 경찰의 경비를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정권 시절 총선개입 혐의로 최근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 씨브라더

또 이재정 의원은 2015년 문건에 ‘한일 관계가 어려울 것’이라고 나와 있는 것과 관련,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박근혜의 노력이 졸속 ‘한일 위안부 합의’로 나타났음을 언급다. 그는 “정보 기관을 활용해서 이렇게 보고받고 난 뒤에 대통령의 반응에 따라, 청와대의 반응에 따라 인사고과에도 반영됐다는 지적도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이라고 꾸짖었다.

 

해당 문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해온 관행”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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