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한빛 1호기 원전 사고..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 어쩔 뻔했나

"열출력 폭증',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 원전 안전 불안 논란 휩싸여

정현숙 | 입력 : 2019/05/22 [10:24]

"핵발전 자체와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거짓말로부터 벗어나야"

 

한빛1호기 사태와 관련해 울산지역 탈핵단체들이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원안위원장과 한수원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전남 영광에 있는 원전, 한빛 1호기가 안전 불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원자력은 그 힘을 그대로 발산하게 두면 원자 폭탄이 되는 거고 그 힘을 잘 제어해 가면서 쓰면 원자력 발전이 되는 게 기본적 원리다.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그 출력 제한치가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제어봉이란 걸로 제어를 해 가면서 쓰는 거다. 그런데 지난 5월 10일 영광에 있는 한빛 원전 1호기가 5% 출력 제한치를 초과해서 무려 18%, 18%까지 높아지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즉시 원자로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건데 영광 한빛 1호기는 12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수동으로 정지됐다는 사실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빛 1호기 반경 30km 이내에는 13만 명이 살고 있으며 40km 떨어진 곳에는 광주광역시로 인구가 145만 명이나 되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떻게 이렇게 안일한 대처를 하게 됐는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에 나서기로 할 만큼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기준치 초과 사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순식간에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열출력 폭증 문제였다는 점에서 “그간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한빛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로부터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원전 출력을 올리기 위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하던 도중 발생했다. 제어봉은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성자 수를 줄여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제어봉을 많이 집어넣을수록 원자로 출력이 줄고 뽑아낼수록 출력이 늘어난다.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진행된 시험 도중 일부 제어봉이 덜 인출됐고, 이 제어봉을 계산 실수로 너무 많이 뽑아 열출력이 순간적으로 5% 미만에서 18%까지 늘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가동되기 전 저출력 상태에 있는 원자로의 경우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이날 에너지전환포럼이 연 ‘한빛 1호기 긴급정지 사건 해설’ 설명회에서 “원자로 출력이 100%에 가까울 때는 출력 변화가 크지 않지만, 출력이 0에 가까울수록 한꺼번에 급증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봉을 빼내다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2년 고리 1호기 전원 상실 사고의 경우 전원이 끊긴 시간이 12분이나 됐지만, 전원 차단 후 노심 용융까지는 최소 40분이 걸리는 반면, 체르노빌과 같은 출력 폭주 사고는 수십초 만에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사고는 국내 원전사고 중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사고”라고 말했다.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는 오늘(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10일 발생한 한빛 원전 1호기 사고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원인을 비교하면서 "본질적인 실수의 종류가 같다"며 "원자력계에서는 원자로에서 열이 폭증하는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빛 1호기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핵분열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제어봉이 제 위치에 있지 않아 이를 조치키 위해 제어봉을 들어 올리면서 문제가 발생해 출력이 18%까지 급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0~5%의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봉을 들어 올리다가 운전실수로 1000~10000%로 출력이 폭증해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또 "사고 발생 시 바로 조치를 해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문 지식이 없는 관료들로 구성돼 있어 이번처럼 12시간 이후 가동을 중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 같은 관리감독기구의 관료화 역시 러시아 체르노빌·일본의 후쿠시마 사고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국내 조·중·동 보수지와 경제지들은 남아도는 전력 수급도 탈원전으로 전력이 달린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자고 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21일 '한빛 1호기, 체르노빌 재연?..공포 조장하는 脫원전 단체들'라는 제하로 이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공포를 조장한다는 선정적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조선일보 역시 22일 '한빛 1호기 매뉴얼대로 정상조치'라는 제하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지난 21일에는 '脫원전으로 한전 주가 급락… 낙하산 사장 사퇴해야'라는 제하로 원전 안전보다 심지어는 한전 주가를 더 걱정하는 우스운 꼴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으로 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그 3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안전규칙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황은 한수원 자체의 큰 문제이며, 관리·감독기관인 원안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핵발전소 안에 쌓여 곧 포화 시점이 다가오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임시저장 상태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이제 더욱 단호하게 핵발전 자체와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거짓말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다.

 

시민단체들 "제2의 체르노빌 되었을 수도".. 핵발전소 가동 중단 요구

 
이번 전남 영광 한빛원전 1호기의 수동정지와 관련, 각 시민사회단체가 발전소 폐쇄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원전 최대 밀집 지역인 울산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탈핵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하 울산탈핵행동)은 21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체르노빌이 될 수도 있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울산탈핵행동은 시민·사회·노동단체 등 57개 단체 11만 명으로 구성된 연대단체다.

 

울산탈핵행동은 “이번 사건으로 한수원이 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수원 직원이 아닌 사장이 책임질 일이며,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정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도 이날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원전 1호기의 영구적인 가동 중단과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했다.

단체는 “열흘 전 한빛1호기는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진행하던 중 제한치 5%의 원자로 열출력을 무려 18%까지 올린 사고를 냈다”며 “이 과정에서 무면허자가 발전소를 조작한 점은 물론 사고를 확인하고도 발전소를 12시간 가까이 더 가동시킨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은 흡사 체르노빌 사태와 비교될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체르노빌 사태도 무면허자의 운전과 제어봉 조작 실패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면서 “이번 사고는 핵발전소의 부실운영과 위험성을 증명하는 사고이자 대한민국 핵발전소의 현주소다”며 “매 사건사고마다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 대신 핵발전소의 조기폐쇄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다”고 강조했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은 21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원전 1호기의 영구적인 가동 중단과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했다.  무등일보

 

방송국 기자 출신인 권종상 씨는 '광양이 체르노빌이 됐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진실의 길' 기고문에서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에서 그 심각성을 말한다. 

 

어쩔 뻔했습니까. 한빛 원전이 갑자기 체르노빌 같은 사고가 됐다면.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열 두시간이나 감독기관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사고의 위험성과 더불어 이를 감독, 관리해야 하는 기관에서조차 재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봤습니다. 체르노빌의 경우 우리와는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당시 구소련이 이 사고의 진상을 축소시키려 했기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경우, 이들이 아직도 오염된 냉각수를 바다에 쏟아붓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가 일본산 생선을 기피할 정도 아닙니까.

 

지금 정부는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하지요. 기왕에 하는 것,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원전마피아들은 극우 언론매체와 함께 정부의 원자력 대책 때문에 전기가 모자란다는 식의 프레임을 짜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금 원전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정부는 새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겁니다.

 

이번 한빛원전 사건은 우리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자기들의 기득권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전 마피아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면 우리도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꼴이 나지 말라는 법이 없잖습니까.

 

그리고 원자력 산업은 그 폐기 작업을 생각할 때는 절대로 ‘싸게 먹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 폐기물이 안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는 엄청난 기간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그 폐기물들을 당신들이 직접 치우라고 하고 싶습니다.

 

핵에너지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이제 더 이상 핵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핵 에너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발전소 하나가 잘못되면 그냥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피해를 자손 대대로 보게 되는 겁니다. 이미 우리는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담보삼아 우리의 편안함을 즐기고 있는 거지요. 이런 이기적인 짓은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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