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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잡은 중앙일보 '이때다!'.. ‘삼성 귀한 줄 알라?’며 노골적 편들기

"적장(敵將) 아베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 한국 반도체 문제 탈일본화시키는 계기 만들어야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7/13 [10:43]

호기 잡은 중앙일보 '이때다!'.. ‘삼성 귀한 줄 알라?’며 노골적 편들기

"적장(敵將) 아베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 한국 반도체 문제 탈일본화시키는 계기 만들어야

정현숙 | 입력 : 2019/07/13 [10:43]

노화욱 반도체선진화 회장 "한국 소재·장비업체 충분한 경쟁력 갖춰, 기회 마련돼야"

 

"30년 동안 일본 회사에 90% 의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자업자득"

 

지난 8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수출규제 강화로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반도체산업선진화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노화욱 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는 "적장(敵將) 아베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1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역설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어떤 협회도 하지 못한 일,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계기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련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탈일본화해 소재 국산화를 앞당겨 자력갱생하자는 전문가의 이런 견해와는 동떨어진, 일본 경제보복을 보는 눈을 '삼성 귀한 줄 알라'며 엉뚱하게 그 화살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며 노골적으로 대재벌 삼성을 옹호하는 중앙일보의 칼럼이 12일 나와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을 여실히 실감 나게 한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이날 '[안혜리의 시선] 진작 삼성 귀한 줄 알았더라면'라는 제하로 때마침 호기를 잡은 듯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여권의 규제 때문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국산화 호기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4명의 사망자를 낸 불산 유출 사고에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때인 당시 현장을 방문한 문 후보가 트위터에 ‘열흘이 지났는데도 목과 눈이 따갑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무심코 곁에 다가왔다가 기침을 해댔다’는 글을 올렸다. 

 

안 위원은 기사에서 당시 구미 유출 사고는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작업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후진국형 인재라며 불산 자체보다 관리감독 시스템의 문제라며 그런데도 유력 정치인(문재인)의 과장된 표현으로 괴담이 유포돼 가뜩이나 불안한 피해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불산 공포를 조장했다고 썼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3년 1월 27일에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설상가상 삼성전자에서 이 사고가 난 지 3개월여 만에 5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생산 11라인 중앙화학물질 공급장치(CCSS)에서 불산액 배관교체 작업 중 불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3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민주통합당은 삼성전자 2차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 “1차 책임은 삼성전자에게 있지만 2차, 3차 책임은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한 경제5단체와 이들의 로비에 놀아나 국민 안전을 내팽개친 새누리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박용진 대변인은 “입으로만 국민안전을 외치고 행동으로는 재벌기업과 경제단체의 ‘이익안전’과 ‘이윤보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새누리당의 반국민적 본질을 고발하고 있는 또 다른 인재”라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연이은 삼성전자의 무책임한 사고에 대해 엄중한 법적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불산 및 유해물질로부터의 국민안전을 위해 제출된 관련법 개정을 좌절시킨 새누리당을 강력히 비판하고 새누리당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었다.

 

안 위원은 수년 전의 사례를 끄집어내어 중소업체도 아닌 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까지 불산이 누출되고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났는 데도 안전관리를 앞세우는 사람 목숨에 대한 심각함은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삼성 편들기'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는 "이게 끝이 아니다. 민주당은 삼성을 공격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면서 지금의 일본 경제보복 문제를 빗대고는 문재인 정부 때리기를 놓치지 않는다.

 

안 위원은 "비단 이 정부 들어서뿐만이 아니라 삼성은 이전부터 이렇게 지금의 여당 인사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렸고, 어차피 공장 설립은 엄두도 못 내니 소재는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정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정부가 쌓아 올린 위기를 대신 푸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을 또 저격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글을 "또 다른 괴담을 유포해 자기 진영의 과오를 덮은 셈이다."라고 단언하면서 비난했다.

 

12일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기사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삼성과 하이닉스가 일본 업체의 가격 경쟁력만 생각해 국내 기술 개발과 협력업체 육성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라고 적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불산 유출 SNS 비판 글을 괴담으로 매도한 것에 김기식 위원장의 이번 페이스북 글도 함께 묶어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 위원은 "대통령 주변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도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무 힘없는 국민들도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칠 지경인데 대통령은 기업인들 불러다 일본 타도 결기를 다지는 듯한 분위기이니 말이다."라며 대통령의 행보를 여지없이 깎아내렸다.

 

이어 "‘삼성 망해라’ 식의 저주를 퍼붓던 이 정권 사람들이 진작 삼성 귀한 줄을 좀 알았더라면 지금 사정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어째 지금도 삼성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글을 맺었다. 

이를 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12일 SNS를 통해 “참여연대 이후 20년 동안 삼성을 옹호하는 수많은 칼럼, 사설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낸 칼럼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이 특정기업을 두고 귀한 줄 알라고 질타하며 ‘삼성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칼럼을 쓰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고 비꼬았다.

안혜리 논설위원이 자신의 페북 글을 두고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그는 “제 페북 글이 ‘제대로 된 근거도 없는’ 괴담인지, 아니면 안혜리 논설위원 본인의 ‘근거 없는 괴담’ 주장이 근거 없는 삼성 편들기 인지, 국내 소재 부품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을 취재해 보고 스스로 판단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기식 위원장은 해당 게시글에 댓글로, 앞서 말머리에 적은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간접 전달했다.

"한국 반도체산업, '적장' 아베가 준 절호의 기회 살려야"

 

노화욱 반도체선진화 회장은 "반도체 분야 산업 생태계는 반도체 칩 메이커(소자업체)인 두 대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과 이를 받쳐주는 후방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민들이나 정부는 반도체라고 하면 오로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안다"며 "모든 생산과 연구에 대한 경제적 실익도 두 회사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기술은 수백 가지의 소재, 장비, 수천 가지의 부품이 협업을 통해 형성된다"며 "칩메이커가 새로운 신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면 그 공정에 들어가는 장비·소재·부품 관련 수백 개 회사들이 그것에 맞춰 함께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칩메이커가) 문을 잘 열어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후방업체들이 신제품을 만들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것을 실제 제품에 테스트해보는 게 특히 어렵다"며 "소자업체들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일본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우리 소재·장비 업체들이 충분히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후방산업(중소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평생 동안 일했던 기술 갖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회사를 만든다. 그 생태계가 국내에 엄청나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술력을 갖춰도 납품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수년간 납품 기회를 타진하다 도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노 회장은 "그들은 모두 지금의 반도체 1위를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기회가 안 주어져서 그렇지 충분히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극단적인 말일 수 있지만 지금 이 사태로 타격을 입는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자업자득이다. 30년 동안 일본 회사에 90% 의존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 머니투데이

 

산업통상자원부가 과거 10년 주기로 장비·소재·부품 국산화 지원방안을 내놨으나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노 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번엔 10년 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제조건은 삼성, SK하이닉스의 경영철학의 변화"라고 단언했다.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시혜적 접근은 옳지 않고, 대외변수로 인한 위험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그는 "이병철 삼성 회장이 과거 한국과 일본이 세계 반도체 개발 경쟁을 할 때 '절대 한 비행기에 연구인력을 다 태우지 말라'고 했다. 혹시나 사고 시 회사의 미래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모든 공정과 기술도 안정화를 위해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소재 국산화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재·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민관 공동연구소가 없다”며 미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든 ‘세마텍’을 언급했다.

 

세마텍은 일본 반도체 기업의 약진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14개 자국 업체들의 공동 연구를 위해 1987년 텍사스에 세운 시설이다. 세마텍에서 개발된 비메모리 반도체로 미국 반도체 산업계는 다시 반등할 수 있었다. 노 회장은 “정부가 공동연구소를 통해 소재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수준을 보증하는 식으로 수요 업체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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