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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 “야당 집권해 판 뒤집지 않는 한 ‘7.10조치’ 예상 외 효과 있을 것”

"보수세력과 다주택자들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는 더욱 어려워..."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20/07/24 [01:33]

이준구 교수 “야당 집권해 판 뒤집지 않는 한 ‘7.10조치’ 예상 외 효과 있을 것”

"보수세력과 다주택자들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는 더욱 어려워..."

서울의소리 | 입력 : 2020/07/24 [01:33]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6.17부동산 대책’에 대해 “암덩어리를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만 했다”고 비판했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7.10조치로 인해 무조건 집값 오르기를 기대하고 집을 사재기하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7.10조치가 상당히 강력한 것이었는데도 그 효과가 아직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자,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신이 나서 그 조치를 헐뜯고 있다”며 “그들은 과연 집값이 안정되는 걸 진심으로 바라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만약 보수야당이 진정으로 집값 안정을 바라고 있다면 일단 정부의 투기억제책에 지원사격을 해줘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를 잠시 접고 투기와의 싸움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내가 ‘암덩어리’라고 불렀던 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실질적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되었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율의 인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분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라며 “보유세 강화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집값은 안정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규 임대 등록 시 세제 혜택 대상은 10년 이상 장기 임대되는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 아파트 외 주택으로 제한했다.

앞서 이 교수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상태에서 주택 투기를 한 사람은 주택 보유와 관련한 세금 부담을 거의 지지 않는다”며 임대사업자등록제 전면 철폐 없는 ‘6.17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래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글 전문,

 

7.10조치의 효과는 좀 더 기다려 보아야 알 수 있다

 

7.10조치가 상당히 강력한 것이었는데도 그 효과가 아직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본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신이 나서 그 조치를 헐뜯는 데 여념이 없구요. 내가 늘 하는 생각이지만, 그들은 과연 집값이 안정되는 걸 진심으로 바라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발표될 때마다 비록 일시적이나마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라 나 역시 이에 대해 이렇다할 반론을 펴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7.10조치의 단기 임팩트가 없었다 해서 그 조치가 실패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기에 우리 주택시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깔아준 질펀한 투기 파티의 광기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입니다. 갭 투자를 해서 몇 억을 벌었느니 과거에 사둔 재개발 딱지에 몇 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느니 하는 얘기가 숱하게 오가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투기억제 조치 하나로 당장 그 열띤 분위기가 가라앉겠습니까?

 

온 사회가 이 작취미성(昨醉未醒)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조치라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집값 폭등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 이러다가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지는 않을까라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입니다.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절박감이 소위 말하는 ‘영끌’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입니다. 이번 7.10조치도 그렇고 며칠 전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이 정부의 의지 그 차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보수세력의 트집 잡기는 국민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보수야당이 진정으로 집값 안정을 바라고 있다면 일단 정부의 투기억제책에 지원사격을 해줘야 합니다. 그들이 집값 폭등의 주원인으로 수요측면보다 공급측면을 더 중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급이 늘어나지 않아도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것이 경제학의 진리입니다.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비교적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입니다. 또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값 폭등이 정말로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투기수요를 잠재우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야당이 진심으로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정치적 고려를 잠시 접고 투기와의 싸움에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7.10조치로 인해 무조건 집값 오르기를 기대하고 집을 사재기하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되었습니다. 내가 ‘암덩어리’라고 불렀던 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실질적으로 폐기 수준을 밟게 되었기 때문에 보유세의 강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분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으면 집값은 안정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2년 후 정권이 바뀌고 나서 이런 투기억제 조치들이 바로 무력화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다주택자들은 절대로 집을 팔려고 내놓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짐작에 7.10조치의 단기 임팩트가 미미한 결정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억제가 투기 조장으로 그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의 예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듯이요. 그 동안 보수 야당의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이런 기본 속성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주택자들은 바로 이 점에 기대를 걸고 지금 숨죽인 채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 그들이 눈치게임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그들에 가세해 온 사회가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면 서민들에게는 이제 희망을 가질 여지조차 남지 않을 겁니다.

 

7.10조치로 인해 투기 수요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30대와 40대의 공포구매(panic buying)로 인한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중소형 주택의 가격이 뛰어 오른다 해도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테니 공포구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한들 누가 그걸 믿으려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수요의 급등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영혼이라도 끌어서 집을 사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소득과 재산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일단 집을 사고 난 후에도 그런 사람들이 해마다 계속 생겨날 수 있겠습니까?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투기 조장책에 의해 지속적으로 투기 수요를 부추기지 않는 한 주택 수요도 불가피하게 사이클을 탄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30, 40대에 의한 수요 급증 역시 정점을 지나고 나면 하강국면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갖가지 요인에 의한 주택 수요가 정점에 있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내 믿음입니다.

 

여러분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런 경험 한 적 있으십니까?

갑자기 장내의 소음 수준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더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소음 수준은 더욱 올라가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내가 약간 조용해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욱 낮추고 그 결과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내가 온통 조용해집니다.

 

내가 보기에 주택 수요도 이런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투기 수요가 극성을 부려 집값이 뛰어오르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투기 대열에 합류합니다. 뒤늦을세라 내 집 마련하려는 사람조차 가세하면 주택에 대한 수요는 정점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열기가 끝내 계속될 수는 없고 어느 시점에 가면 하강국면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투기 수요가 정점을 찍고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하강국면에 들어간 것을 기억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사이클을 그대로 놓아두면 집값 안정의 기초가 다져졌을 텐데, 이명박 정부와 그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투기에 불을 붙여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알량한 건설경기 부추기느라 서민들의 꿈을 박살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지요.

 

우리 주택시장이 작취미성의 상태에서 벗어나 주택 수요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는 순간이 언젠가 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7.10조치가 아무런 임팩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가 되면 예상외의 큰 임팩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단 보수야당이 집권해 판을 몽땅 뒤집어엎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내가 늘 강조하는 바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행 즉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새 정책에 맞춰 선택을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이번 7.10조치 역시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고, 그렇다면 본격적 효과는 좀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보수세력과 일부 다주택자들이 연합해 훼방을 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7.10조치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나는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고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7.10조치로 확립된 투기억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얼마 전까지 지속되었던 주택투기의 소란스런 파티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이 내 믿음입니다.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저절로 안정세를 찾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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