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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교수 '더 이상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 성명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5/22 [16:30]

경희사이버대교수 '더 이상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 성명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5/22 [16:30]
경희사이버대 교수들도 20일 ‘기억하고 성찰하고 실천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몇몇 정부 조직들의 개편에 지나지 않는 국가개조론적 주장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참사를 초래한 여러 구조적 모순을 묵인해왔음을 반성하며, 이제 더이상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억하고 성찰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저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이들을 애도하고 유가족 분들이 받고 있는 아픔을 비통한 심정으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빚어지기까지 교육자와 지식인으로서 지금껏 과연 올바른 역할을 수행해 왔는가를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구조적 모순의 총합을, 위기를 넘어선 파탄의 실상을 민낯 그대로 보여준 비극적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의 행복보다는 성장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그릇된 가치관 속에 정부의 적정한 규제와 기능은 제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안전보다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부의 행태 속에,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보다 돈벌이를 앞세우는 성장제일주의 속에 비리와 부패 그리고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세월호의 비극은 이미 여기서부터 잉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이번 참사를 초래한 사회의 여러 구조적 모순에 대해 지금껏 적극적으로 비판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 이에 일조하여 왔음을 뼈아프게 반성합니다. 저희가 몸담은 대학을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교육하고 토론하는 공론장으로 만들기 위해 제대로 일해왔는지 되돌아봅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방관도 침묵도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함과 더불어 이 사회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변화의 목소리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몇몇 정부 조직들의 개편에 지나지 않는 국가개조론적 주장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개혁만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해경이라는 한 조직의 실패로 인한 결과가 아님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번 사태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등한시한 정부와 관료들의 안이함과 무책임 그리고 무능한 사유 능력과 빈곤한 상상력의 결과임을 인지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은 없으며,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 역시 기대할 수 없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의 1차 책임 당사자인 청해진 해운은 물론이요, 승객들의 구조 과정과 이후 대처 과정에서 정부 각 기관과 언론, 정치인들과 엘리트들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의 수준을 넘어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음을 직시하며 통렬한 비판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충분히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승무원의 방송은 무고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추모의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의 도심 출입을 단속하고, 추모 행진에 나선 시민들을 체포하고,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유언비어 유포니 종북좌파니 운운하며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안타까운 제자들의 죽음에 울분을 토로하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한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징계라는 무기를 내세워 “가만히 있으라” 강요하고 있습니다.

기레기라는 오명이 생길 만큼 제 구실을 다하지 못했던 언론 역시 시민들에게도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언론은 적극적인 구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있으라” 했습니다. 구조 현장의 실태를 낱낱이 취재해 보도하기는커녕 사실을 축소하고 왜곡하고 호도하면서도 시민들에게는 그저 언론이 내보내는 뉴스 내용만을 믿으며 “가만히 있으라” 해왔습니다. 심지어 침몰하는 배 속에서 “대규모 구조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언론들의 어이없는 속보를 믿고 구조를 기다렸던 학생들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보면 언론에게 물어야 하는 책임의 무게는 더욱 커집니다. 

이제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는 그 어떤 요구와 강요도 거부할 것이며,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들과 유가족 나아가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아픔과 분노를 함께 나눌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끝으로 저희는 교육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가 지닌 모순을 개혁하고 온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그리고 분야를 뛰어넘는 협력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저희의 교육과 연구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와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노력을 대학의 학생들과 대학 밖의 시민들과 한 마음으로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섣불리 미래를 낙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이 참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희생된 학생들과 시민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미래를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2014. 5. 20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반성하는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들 일동
강윤주, 김지형, 김진희, 김혜연, 민경배, 심보선, 엄규숙, 장미라, 전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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