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폭동' 세뇌교육받은 전두환 손자 체포.."5·18 유족에 사과""태어나서 죄송..사죄 기회 주신 국민께 감사하고 민폐 끼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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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
전두환 일가가 검은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폭로한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2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전씨는 이날 입국 직후 마약 혐의와 관련해 공항에서 즉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의 신병을 확보해 서울청 마포청사로 압송 중이다. 전씨는 이날 입국 직후 광주를 찾아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경찰에 체포됐다.
전씨는 체포 직후 취재진이 입국 소감을 묻자 "축복받은 것 같다. 마음 다치신 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5·18 유가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 때문에 온 것이다"며 돌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입국 절차를 마친 전씨는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수사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사과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죄인이니까"라며 "제 삶이 소중한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고, 저는 살아있지만 그 분들은 여기 안계시니까 제게 죄가 있다"고 말했다.
일가의 부패와 비리 폭로에 대한 가족들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잠시 침묵한뒤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도 있으니 확인해보면 된다"며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전날 법원에서 체포영장과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하는 한편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조사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전씨는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SNS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과 부패한 가족사, 지인들의 마약 투여 범죄 의혹 등을 폭로했다. 전씨 일가가 신분 세탁과 차명계좌를 통해 법망을 피해 왔다며 자신도 범죄자로 처벌받을 각오를 한다고 말했다.
전씨에 따르면 가족들은 마약류 투약 혐의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들어 한국행을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사를 받겠다.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전두환 일가의 비리를 폭로한 이후 최근까지 5·18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약속해왔다. 그는 지난 26일 SNS에 항공편 예매내역을 올린 후 "도착한 이후 바로 광주로 가겠다"라며 "5·18 기념 문화센터에 들러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하고 싶다"라고 구체적인 일정을 알렸다.
앞서 전우원씨는 "5.18 민주화 운동은 폭동이고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뉴욕 현지에서 MBC와 인터뷰한 전씨는 5.18에 대한 세뇌교육을 언급하면서 전두환 일가가 어떻게 재산을 몰래 빼돌려 왔는지 구체적으로 털어 놨다.
전씨는 아버지 전재용씨가 평소 '할아버지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영웅이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폭동'이라고 가르쳤다면서 어릴때부터 철저한 세뇌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부르고 빨갱이들의 계획일 뿐이었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도리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세뇌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전씨는 가족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은 폭동이었고 너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우린 피해자다. 우린 돈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주장과는 다르게 전두환씨의 생전에 호화로운 가족 모임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호텔 식당을 통째로 빌려 가족 식사를 하는 건 예사고, 일요일마다 학교 시설을 빌려 가족들이 배드민턴을 쳤는데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불렀다고 밝혔다.
"그 당시 배드민턴 국가대표셨던 분들이 다 오셔서 저희 가족과 지인 분들을 직접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때마다 인당 몇백만 원씩 용돈을 현금으로…."
전씨 일가가 재산을 자녀들에게 빼돌린 수법도 폭로했다. 주로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와 경호원들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통로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저희 집안에서 돈이 경호관들에게 갑니다. 경호관들의 이름으로 비상장 주식회사가 설립됩니다. 그 주식을 가족 구성원들에게 양도를 합니다."
전 씨는 이런 식으로 <비엘에셋>이라는 회사의 지분과 <웨어밸리>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 등 수십억 원을 증여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기업들은 전두환 비자금으로 세워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현재 이 재산은 아버지 전재용씨가 노역소에서 나오면서 돈이 없다고 말하며 모든 걸 계모 박상아씨에게 넘기는 서류에 사인하라고 해서 전부 찾아갔다고 한다.
또한 전씨는 아버지의 형제들인 전재국씨와 전재만씨, 사촌 형제들이 물려받은 재산은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전두환의 '검은돈'이 있어서 가능했고, 그 돈 때문에 가족들은 전두환을 신처럼 떠받들었다고 말했다.
"일요일마다 거의 하나님을 모시듯이 가족들이 전부 가는 게 풍습이었습니다. 잘 보여야 용돈을 받으니까요. 이순자 씨에게 전두환씨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