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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가족은 줄줄이 무혐의, 야권만 때린 ‘검사의 나라’ 1년

검찰 권한·영향력은 확대, ‘권력 종속’은 심화
“검찰이 우리 사회의 선악을 결정하는 유일 잣대 됐다”
“민주화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 지나고 있다. 적신호가 켜졌다"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5/20 [10:58]

[시론] 대통령 가족은 줄줄이 무혐의, 야권만 때린 ‘검사의 나라’ 1년

검찰 권한·영향력은 확대, ‘권력 종속’은 심화
“검찰이 우리 사회의 선악을 결정하는 유일 잣대 됐다”
“민주화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 지나고 있다. 적신호가 켜졌다"

박용현 한겨레 논설위원 | 입력 : 2023/05/20 [10:58]

[논썰] 대통령 가족은 줄줄이 무혐의, 야권만 때린 ‘검사의 나라’ 1년 한겨레TV  갈무리


•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 허위 경력 기재 의혹 불송치 종결

• 2022년 11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100억원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불송치 종결

• 2023년 3월 김건희 여사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 불기소 처분

• 2023년 5월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최은순씨 불송치 종결

• 2023년 5월 현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 진척 없음

 

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1년, ‘검찰공화국’ ‘검찰통치’라는 평가가 이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 비정상적인 통치체제는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한 잇따른 무혐의 처분입니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정의와 공정의 상징처럼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반대로 ‘대통령 주변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철칙이 자리잡는 듯합니다.

 

장모 ‘잔고증명서 위조’ 이어 ‘개발 특혜’도 불송치

 

가장 최근에 불송치 결정이 나온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부터 보겠습니다. 2011~16년 공흥지구에 35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어 8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개발사업입니다. 이 사업의 시행사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설립했고 최씨 가족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개발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애초 양평군은 2016년 17억여원을 부과했지만 이듬해 이의신청으로 6억여원으로 깎아줬다가 다시 ‘0원’으로 수정한 것입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된 2021년에야 뒤늦게 1억87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누가 봐도 수상한 과정인데, 경찰은 특혜나 로비는 없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윤 대통령의 처남 김아무개씨가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허위 자료를 제출한 탓이라며 김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을 뿐입니다.

 

더구나 시행사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최은순씨는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2014년 11월 대표이사를 사임했다는 이유로 사업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본 것인데, 한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이런 결론을 냈습니다.

 

이 개발사업은 애초 2014년 11월을 준공기한으로 허가가 났지만 이를 1년반 이상 넘긴 2016년 6월까지 미인가 상태로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소급해서 준공기한을 연장해줬습니다. 경찰은 이 또한 특혜 의도는 없었고, 공무원들이 준공이 늦어지면 민원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저지른 일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본래 사업기간 연장은 주민·의회 등의 의견 청취와 부군수 결재가 필요한 ‘중대한 사항’이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이를 ‘경미한 변경 사항’인 것처럼 보고서를 꾸몄다고 합니다. 이들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는데, 공무원들이 단지 민원 우려 때문에 형사처벌을 감수하며 이렇게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당시 양평군수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담당 경찰관 ‘대통령 취임식’ 초청

 

애초 이 사건이 불거진 이유는 윤 대통령 처가와 양평군의 유착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발사업 기간인 2013년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을 지냈습니다.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스스로 윤 대통령과의 친분 및 장모 사업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옛날에 인연도 있지만, 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했다는 걸 너무나 잘 압니다. 나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야,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라고 한다.) 왜? 알잖아요.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2022년 3월30일 양평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하지만 경찰은 이런 의혹은 해소하지 못한 채 김선교 전 의원도 서면조사 끝에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현 정권 초기,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간부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경찰 간부는 이후에도 수사에서 손을 떼지 않았습니다. 공정한 수사라는 외관을 아예 포기한 수사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수사 결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점 투성이입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는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와 관련해서도 여러 건의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최씨가 경기도 성남 도촌동 땅 매매와 관련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100억원대의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11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무혐의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최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기소됐던 300억원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서 2021년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여러 차례에 걸쳐 범행했으며, 위조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무혐의 이유와 대조됩니다. 최씨는 위조 잔고증명서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도 지난해 12월 패소가 확정됐습니다.

 

김건희 ‘허위 경력’ ‘대기업 협찬’ 무혐의, ‘주가조작’ 수사는 감감무소식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은 어떨까요?

 

김 여사가 허위 경력으로 대학강사 등에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지난해 9월 일찌감치 불송치 결정이 났습니다. 경찰은 대학 채용 담당자들이 ‘허위 의혹이 제기된 경력은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김 여사는 서면조사만 했습니다.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지난 3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재직 중이거나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시기에 10여개 대기업이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에 협찬한 게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실제로 후원 기업들 가운데 4곳은 당시 검찰 수사 대상이었는데, 이후 공교롭게도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윤 대통령은 아예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난 현재, 윤 대통령 부인·장모와 관련된 형사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됐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검찰은 현 정부 출범 이전에 한차례 서면조사를 진행했을 뿐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전무했습니다. 지난달 야당이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직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를 다시 진행하는 척하더니 이후엔 다시 감감무소식입니다.

 

대통령 가족과 관련한 의혹 사건들을 일별만 하는데도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입니다. 이렇게 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은 국민의 법감정을 더욱 흔들어놓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들어서고 검찰의 권한이 다시 강화되는 ‘검사 정권’이라면 내남 가리지 않는 공정한 수사로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습니다.

 

지난 1년 내내 전 정권과 야당, 비판세력에 대한 검경 수사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요란한 압수수색 소식이 거의 날마다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반면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수사는 대다수 언론의 침묵 속에 소환조사도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 무혐의로 종결되는 패턴이 이어졌습니다. 박영수 전 특검 등 검찰 고위 간부 출신들이 포함된 ‘50억 클럽’ 수사도 시늉만 내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2월 <오마이뉴스>의 ‘윤석열 정부 검찰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검찰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56.7%였고 중립적이라는 응답은 41.5%였습니다. 특히 검찰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는 응답이 48.9%에 달했습니다. 지난 정부에 비해 검찰이 중립성 면에서 나빠졌다는 응답은 56.1%, 조금이라도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37.7%였습니다. 검찰의 독립성·신뢰성에 대한 응답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검찰의 중립성 훼손은 정치적 사건이나 대통령 가족 사건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10·29 참사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찰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경찰이 경찰 지휘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채 지난 1월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는데, 검찰 또한 5달이 넘도록 윗선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검찰 수사팀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구속 수사하려 했는데 검찰 수뇌부가 제동을 건 데 이어 불구속 기소하는 것마저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검찰 수뇌부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수사마저 이렇게 좌고우면할 거면 왜 그토록 수사권을 움켜쥐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일부 축소됐던 검찰의 권한을 시행령이라는 편법을 통해 되돌리고 강화했습니다. 정부 요직에도 전현직 검찰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습니다. 국정에서 검찰의 전면화가 이뤄진 한해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법치와 정의, 공정을 확산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검찰의 어두운 과거, 즉 권력의 통치수단으로 활용되던 정치검찰의 행태가 극대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선악을 결정하는 유일 잣대 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평가 보고서인 <검사의 나라, 이제 1년>을 발간했습니다. 기자브리핑에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최소한 어떤 정부든 정치 영역에서 검찰의 역할을 규정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검찰이 정치의 내용을 결정하고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고 우리 사회의 선악을 결정하는 유일 잣대가 되어서 움직여 나간다. 정치검찰이 이제는 검찰정치의 영역으로 돌아서면서 우리의 삶을 왜곡하거나 변곡시키거나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퇴행시키는 이런 모습들을 그냥 그대로 감내할 수 없다.”

 

1년 만의 거대한 퇴행, 이게 끝이 아니다

 

검찰 출신의 특정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은 이들과 한몸이 돼 선택적 수사·기소에 매진하는 지금의 현실은 ‘검사의 나라’라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이런 거대한 퇴행이 이뤄졌다는 점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사의 나라, 이제 1년> 기자브리핑에서 나온 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의 경고를 흘려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정부가 지나가더라도 검사 통치, 검찰 통치의 제도적인 응고물 또는 남아 있는 부분들이 앞으로 한국 정치 또는 한국의 민주주의 그 자체에 계속해서 걸림돌로 남게 되는 이 현상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분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같다. 1987년 이후, 군부 통치가 지나간 이후에 한국 정치 또는 민주화된 한국 정치에서 지금 가장 위험한 순간을 지나가고 있다. 적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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