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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건폭'으로 때리더니..기업인들과는 '77% 지지율' 치맥 합창

46개 인권단체 '건설노동자 국가폭력 규탄' 기자회견
“건설노조를 통해 겨우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우리를 공갈범, 갈취범이라 몰아붙이는 정권과 검경에 분노"
"대통령이 노조때리기로 지지율 끌어 올려..언론이 진정 직시해야 할 것은 ‘건폭’이 아니라 ‘노동혐오’”

정현숙 | 기사입력 2023/05/24 [09:26]

노동자는 '건폭'으로 때리더니..기업인들과는 '77% 지지율' 치맥 합창

46개 인권단체 '건설노동자 국가폭력 규탄' 기자회견
“건설노조를 통해 겨우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우리를 공갈범, 갈취범이라 몰아붙이는 정권과 검경에 분노"
"대통령이 노조때리기로 지지율 끌어 올려..언론이 진정 직시해야 할 것은 ‘건폭’이 아니라 ‘노동혐오’”

정현숙 | 입력 : 2023/05/24 [09:26]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만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폭’이라며 노조 때리기에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9대 재벌그룹 총수, 500여 명 중소기업인들과 '치맥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이 '77% 긍정평가'에 잔뜩 고무돼 "감사하다"라고 하자 기업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34회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께서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인들이 77%라고 하는 말을 듣고 '아 이게 진정한 지지율이구나' 생각했다"라며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대한민국의 세일즈맨, 영업사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뛰었는데 앞으로도 임기 내내 계속 뛰겠다”라고 말했다.

 

해당 조사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3개사를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 정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중 77.6%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축하공연으로 합창단이 가수 이적, 송창식씨의 '로시난테'와 '우리는'을 부르자 윤 대통령이 양옆의 참석자와 손을 잡고 일어나 '우리는'을 따라 불렀고, 곧이어 모든 참석자들이 다함께 노래를 불렀다.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 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라며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또 다시 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특히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대해서도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이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시법' 손보기를 시사했다.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치맥을 하던 날 공권력감시대응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등 46개 인권·시민단체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양회동 지대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오히려 건설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수사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라며 “노동 권리를 파괴하는 국가폭력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46개 인권·시민단체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국가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공권력감시대응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세훈 건설노조 교육국장은 “당연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노가다'로 불린 우리였다”라며 “노조 활동을 하니 임금도 오르고 노동시간도 줄었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가족과 저녁을 먹는 일상, 일하면서 욕을 듣지 않는 일상을 비로소 누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노조를 통해 겨우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우리를 공갈범, 갈취범이라 몰아붙이는 정권과 검찰, 경찰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라며 "단순히 건설노조 조직을 부인당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부인당하고 있다. 양회동 지대장이 그랬다”라고 밝혔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노조를 때리는 방식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이 어느 정도 유효한 이유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노동혐오와 저널리즘 실종 때문일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건폭’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여론몰이에 나섰을 때 언론의 행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선일보에 ‘언론’의 기준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들은 ‘기사는 팩트 기반으로 쓰였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굉장히 낮은 수준의 저널리즘’”이라며 “언론이 진정 직시해야 할 것은 ‘건폭’이 아니라, ‘노동혐오’”라고 강조했다.

 

이호영 공권력감시대응팀 위원은 “양회동 지대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이를 추모하고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집회에 대해 경찰청장은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제한하고 불법으로 규정했다"라며 "여당은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물대포 재도입을 운운하며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를 더욱더 제한하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낙인찍기, 모욕주기 행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전장연에 ‘시민을 볼모 잡는다’ 낙인찍고,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퀴어문화축제 측에는 ‘그간 문란한 행위가 있었다’고 낙인찍었다. 정부가 이토록 당당하게 혐오에 앞장서니 언론들도 너도나도 그 이야기를 받아쓴다”라고 성토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경의 조사를 받은 건설노조 조합원은 1000여 명에 이르며, 건설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트라우마 검사 결과 응답자의 30%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 단속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건설현장 노조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특진 50명을 배당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이 양회동 지대장의 분신 사망과 관련한 건설노조의 노숙집회를 비판하며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퇴행적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결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은 못 하더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권에 비판하고 대항하는 일체의 모든 행위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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