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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FTA 맺은 중남미 국가 "ISD 피해 급증

ISD에 중남미 국가가 입는 '경제 충격은 심각한 수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12/07 [01:37]

미국과 FTA 맺은 중남미 국가 "ISD 피해 급증

ISD에 중남미 국가가 입는 '경제 충격은 심각한 수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12/07 [01:37]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자국가제소제(ISD) 이용이 급증해 대부분이 중남미 국가들이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SD 피해의 대부분이 중남미 국가들에 몰렸으며, 이로 인해 피제소국의 경제적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2005년 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미국과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체결했다. 에콰도르와 미국은 지난 2004년 FTA를 추진했으나 2006년 중단했다.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보도에 따르면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미국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IPS,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지난달 보고서 '국제재판소에서의 이익 추구(Mining for Profits in International Tribunals)'에 소개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특히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정부가 ISD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를 조명했다.
 
               납 중독 일으킨 美 기업이 오히려 페루 정부 상대 1조원 소송
▲ 페루시민들은 다국적 기업 도 런 페루를 상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 렌코(Renco)가 페루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제소권(ISD)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2009년 2월 1일부터 발효됐다. 미-페루 FTA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ISD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과 미국의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에 따르면 페루의 납 생산업체 도 런 페루(Doe Run Peru)의 최대주주인 렌코는 지난 5일 "페루 정부가 (DRP를) 불공정하게 다뤘다"며 "미국과 페루의 FTA에 의거해 페루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렌코는 "페루 정부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페루 정부를 상대로 8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을 작년 12월 29일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도 런 자원회사(Doe Run Resources Corp.)는 세계 납 생산 2위의 대기업으로,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먼군도를 이용해 페루의 자회사 DRP를 운영하고 있다. 렌코는 이들 회사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이다.

이번 사태는 DRP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페루 주민들이 건 소송에서 페루 주민이 승소하면서 벌어졌다. DRP는 지난 1997년 페루 라 오로야(La Oroya)의 제철단지를 인수했으며, 이로 인해 가뜩이나 심각한 상태이던 이 지역의 환경오염은 크게 악화됐다.

미국의 국제환경연구단체 블랙스미스 연구소(Blacksmith Institute)는 지난 2007년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10곳을 선정했는데, 당시 라 오로야는 세계 최악의 도시 중 하나로 꼽혔다.

오염의 주요 원인은 DRP 소유의 제련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택스(stacks)라는 분진물질이다. 이 물질에는 납, 카드뮴, 비소 등 독성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들이 인근 만타로강(Mantaro River)으로 흘러들어가 이 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마을과 사람들을 오염시킨 것이다. 지역민들은 이 강을 '죽음의 강'으로 부르고 있다.

퍼블릭 시티즌은 "분진에 노출된 이곳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심각한 수준의 납중독 상태에 있으며, 어른들은 폐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아황산가스는 산성비를 유발해 식물도 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납 수치는 10ug/dL이하이지만 이 지역 어린이들의 99% 이상은 혈중 납 수치가 그 이상으로 나왔다"며 "세인트루이스대 연구결과를 보면, 혈액 내 납수치가 45ug/dL이상인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납중독은 말초신경을 손상시켜 몸에 마비증세를 일으키며, 특히 어린이는 뇌에 손상을 입어 눈이 멀거나 귀머거리가 될 수 있다.

그간 줄곧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권리를 지키라는 페루 내 요구가 빗발쳤으나, DRP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30일 페루의 에너지광산협회(SNMPE)는 DRP를 협회에서 탈퇴시켰다.

피해를 보다못한 지역민들은 페루의 어린이 137명을 대표해 렌코사를 상대로 미국 미주리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피해자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렌코는 이에 반발하면서 ISD 조항을 이용해 페루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대신 물어달라고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ISD를 이용해 국가의 법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미 FTA도 ISD 조항이 포함돼 있어, 발효될 경우 우리도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SD 사례 절반 중남미에 집중

보고서를 보면 지난 11월 현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는 137건의 중재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들 중 43건이 원유, 가스, 채굴산업과 관련됐다. 2000년만 해도 ICSID에 오른 천연자원관련 중재재판은 3건에 불과했다.

보고서가 직접 명기하진 않았지만, 중남미 국가 상당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CAFTA 등의 FTA를 미국과 체결했다.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미국과 FTA를 맺었거나, FTA 발효를 추진 중이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중남미 국가의 ISD 악용 사례

지난해 3월 30일, 다국적 기업 셰브론(Chevron) 사는 에콰도르 정부를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 제소했다. 에콰도르 정부가 국내 시장에 쓰일 원유를 싼 값으로 거대 원유기업에 팔고, 국제 시장에는 비싼 값으로 팔았다는 이유다. 셰브론 사는 에콰도르 법정에 이 사건을 가져갔으나, 이후 국제중재재판소로 사건을 다시 끌고갔다. UNCITRAL 역시 ISCID와 마찬가지로 ISD 중재재판을 여는 곳이다.

UNCITRAL은 에콰도르 법정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이번 사건을 끌었다고 판단했고, 이는 미국과 에콰도르의 양자간 투자협정(BIT)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셰브론은 이 7억 달러짜리 소송에서 승소했다. 7억 달러는 에콰도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캐나다의 채굴회사 블랙파이어(Blackfire)는 지난해 2월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ISD를 활용했다. 치아파스 지역의 중정석 광산 개발을 멕시코 정부가 막았다는 이유로 NAFTA의 투자 관련 조항을 근거로 8억 달러 상당의 중재재판을 신청한 것. 이미 환경파괴를 우려한 지역민과 활동가들의 반대는 오래 전부터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2009년 11월에는 블랙파이어에 가장 비판적이던 활동가인 마리아노 아바르카 로블레로가 집 현관에서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이 밖에도 페루 정부는 베어 크릭 채굴사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크리스탈렉스사에 의해 국제법정에 끌려갔다.

정책연구소는 "ISD에 따라 중남미 국가가 입는 잠재적인 경제 충격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남미 국가에 늘어나는 ISD 제소와 경제적 비용은 미래 환경과 입법활동을 방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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