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보훈부, 유독 백선엽 1인에 의도적 집착..친일 기록 삭제 원상복구해야"“‘친일 기록’의 삭제를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광복회를 포함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간도특설대에 들어가 수많은 독립군의 목숨을 앗아간 백선엽씨는 자서전 <군과 나> 일본어 판에서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도 독립이 빨라졌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로 구성된 <광복회>가 고 백선엽씨의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 문구를 삭제한 건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이라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지난 24일 성명에서 보훈부의 ‘백선엽 친일 행적’ 삭제를 두고 “법과 절차에 따른 ‘친일 기록’의 삭제를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며, 광복회를 포함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라며 삭제한 '친일' 문구를 되돌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광복회는 “보훈부가 많은 우선순위 일들은 제쳐두고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국가유공 호국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유독 백선엽 1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것은 의도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동안엔 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 서비스를 통해 '백선엽'을 검색하면 안장자 정보 비고란에서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란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란 문구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훈부는 이날 “백선엽 장군이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음에도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 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없는 문구를 기재했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박민식 보훈부가 보이는 일방적 행태는 국가 정통성의 근간을 흔들어"
한겨레는 24일 <백선엽 ‘친일’ 문구 삭제, 이러려고 보훈부 승격했나> 제목의 사설에서 “그 자신도 회고록 <군과 나> 일본어판에서 '주의주장이 다르다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었다'고 친일 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사실에 근거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했는데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과정도 없이 멋대로 '친일' 기록을 삭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매체는 또 “친일 족적이 뚜렷한 인물을 한국전쟁 전공이 있다고 해서 순국선열의 넋이 서린 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뜨거웠고 '파묘'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갈등이 커지자, 결국 묘소는 두되 기록은 남기기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리한 것”이라며 “백 대장의 한국전쟁 '공'까지 다 없애자는 게 아닌데 특정 이념 잣대를 들이대며 과오를 아예 지우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에 맞서 지난한 투쟁 끝에 광복을 맞았고 우리 헌법은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명토 박고 있다”라며 “지금 박민식 보훈부가 보이는 일방적 행태는 국가 정통성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회적 합의 없는 '친일' 문구 삭제는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백선엽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주군관학교 동창으로 1943년 2월 일본군 간도특설대에 들어가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3년간 장교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 백씨의 창씨명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는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죽인 일본 육군대장 이름과 같다. 백씨는 평소에도 시라카와 일본 육군대장을 흠모했다고 한다.
백씨는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고,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도 포함됐다. 지난 2019년에는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하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보충을 위한 ‘국민모금운동’을 벌였다.
앞서 이은탁 사회운동가는 이와 관련해 "사학비리의 대명사 선인학원(인천대)을 세워 수천억대 부를 축적(강남역 5번출구 앞 덕흥빌딩/지하5층, 지상16층)한 자가 제 돈 낼 생각 안 하고 앵벌이를 했다"라고 양지로만 걸어온 백씨의 이력을 꼬집었다.
그는 "백선엽을 현충원에 묻는 건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짓"이라며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친일반역자’를 파묘, 이장해야 한다. 당장 박정희를 포함시키는 건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스페인은 작년 10월 ‘과거사 청산’을 위해 프랑코 총통을 44년 만에 국립묘지에서 파묘했다"라고 상기시켰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광복회 보훈부 백선엽 친일 기록 삭제질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겨레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