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이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민생은 무너지고 경제는 박살이 나도 자화자차에만 치중해 있는 정부, 국민들이 죽어나가든 말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부 여당.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적인 ‘부’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 정치인의 책임 의식, 경제와 정치의 안정,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국제적인 평가가 맞물려야 비로소 선진국이라는 명함을 내밀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은 어디에서 갑작스런 자신감이 충만해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뜬금없이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지난 한미일 정상회담 의미에 대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늘 앞만 보고 달렸는데 어느덧 돌아보니 우리가 세상의 맨 앞에 서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는 브리핑을 진행했다. 국민들은 국가의 위기 관리 능력 부재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되었다며 한탄하고 있는데, 대통령실만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
NHK 보도에 의하면 오염수 방류가 24일로 임박한 가운데, 윤석열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제3자 변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이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들러리만 서고 온 것이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최근 한일 관계에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국민의 우려와 반대도 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과연 제대로 된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의 핵무기 도발에 대한 미국의 핵 보복 약속을 최대 성과로 자평하기도 했는데, 북에 대한 확장억제 정책은 이미 한미동맹 틀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대한민국은 더 큰 걸 내주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그간의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대외 표명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도대체 얻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윤석열 스스로도 진정한 평화는 일방의 구걸이 아닌 압도적 힘으로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미국에 있는 압도적 힘을 빌리려 우리의 국익을 포기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미국과 일본에 구걸하고 굽신거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윤석열은 일본과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을 약속하고도 조약이 아닌 선언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회 비준 등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반민주주의적 작태는 자찬이 아닌 비판 받아 마땅한 사안인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중국을 명시적으로 적대국이라 밝히며 새로운 냉전을 공식화했다.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불이익이 커질 것이라는 국민 우려를 가짜뉴스나 선동이라고 폄훼하지 말고 중국과의 무역 최일선에서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기업인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타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만 당하고 있는데,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 세계를 이끌어간다고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에 국민의 비통함이 커지고 있다. 국민에게 불안과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윤석열은 반민주적인 외교 행보를 멈추시고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는 것이 그동안의 과오를 뉘우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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