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법부라도 살아 있어 다행이다.” 밤새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를 지켜보던 노인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그 노인은 평소 보수를 지지하다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해병대 수사 개입 사건이 터진 후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70대 이상 노인 중에 그런 사람들이 제법 많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법무부, 국힘당, 검찰 타격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타격을 입을 곳은 네 군데다. 알게 모르게 수사를 지휘했을 대통령실과 법무부, 국힘당, 검찰이다. 특히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검찰을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은 국회에 나와서 더 이상 깐죽거리지 못하게 되었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이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일갈했다.
국힘당이 내세울 논리
내심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길 바랐던 국힘당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내세워 또 공격을 하겠지만 이미 동력을 잃었다.
(1)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 선고는 아니다. (2)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수사해야 국힘당에 유리하다. (3) 민주당이 오히려 친명-비명 갈등으로 분당될 것이다.
보나마나 이렇게 공격할 국힘당은 속으론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민주당이 여세를 몰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압승해버리면 쪼개질 곳은 바로 국힘당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다시 쥐고 강서구청장 선거를 총지휘하면 지지율 격차가 15% 이상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힘당은 김기현 체제가 무너지고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인데, 김무성이 올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었다 해도 국힘당은 총선 못 이겨
설령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었다 해도 국힘당은 차기 총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법리스크 이용한 반사이익 사라져
그동안 국힘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활용해 소위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이제부터는 자력으로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데, 이미 민심은 싸늘하게 변해있어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이 없다. 당 지지율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과 연계되므로 윤석열 정권이 개과천선하지 않은 이상 국힘당의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2) 정통 민주 세력 결집
그동안 이재명 사법 리스크란 말에 속아 잠시 민주당을 떠나있던 정통 민주지지 세력이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다시 뭉칠 것이고,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외쳤던 이른바 ‘수박’들도 꼬리를 사리고 교언영색할 것이다.
(3) 분당, 신당 창당 불가능
수구들은 민주당의 내분이 격화되어 결국 수박들이 당을 나와 제3당을 만들거나 국힘당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에 합류할 거라 예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수박들도 자신들이 막상 민주당을 나가면 찬밥 신세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연말에 발의될 특검 변수
민주당과 야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태운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이 연말에 발의되면 코너에 몰릴 곳은 오히려 국힘당이다. 만약 윤석열이 특검을 거부하면 거대한 역풍이 불 것이다. 왜냐하면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법인이다.”라고 외친 당이 바로 국힘당이기 때문이다.
(5) 살아 있는 본부장 비리
민주당이 이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양평공흥지구 부동산 비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대통령실 해병대 수사 개입 건으로 특검을 발의하고 윤석열이 이를 다시 거부하면 거대한 역풍이 불어 국힘당은 역대급 참패를 당할 것이다.
(6)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
지금은 다른 사건이 많이 터져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가 언론에서 사라졌지만, 총선 전에 일본 부근 바다에서 잡힌 고기에 방사능이나 세슘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는 사례가 발생하면 총선은 그것으로 끝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란 수산업, 양식업, 수산 가공업, 횟집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으로 그 가족까지 합치면 1000만 가까이 된다. 이들이 윤석열 정권에 등을 돌리면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PK에서 대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7) 농부, 간호사, 교사들도 등 돌려
거기에다 양곡관리법 거부에 화난 농부, 간호사법 거부에 화난 간호사들, 킬러문항에 화난 학부모, 교사, 강사, 연이은 교사 자살로 화난 교사들과 그 가족들도 윤석열 정권 심판 차원에서 국힘당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다.
(8) 해병대 수사 개입으로 군인들도 등 돌려
더욱 심각한 것은 군인들마저 윤석열 정권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보수세가 강한 해병대전우회마저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고 나섰고,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물론 현역 군인들도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9)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선거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바로 경제다. 윤석열 정권 들어 무역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상반기 세수손실만 49조, 명목 소득 감소, 일자리 감소 등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다. 현실이 그런데 윤서열 정권은 대기업 법인세와 부자들의 종부세만 인하해 주었다.
(10) 노조탄압, 언론탄압, 야당탄압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 자유를 외쳐놓고 노조를 건폭으로 비하해 공중에서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머리를 곤봉으로 때려 선혈이 물들게 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야당을 탄압했다. 이런 정권에게 누가 표를 주고 싶겠는가?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국힘당은 총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검찰이 아무리 망나니 칼춤을 춰도 도도히 흐르는 민심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미 붕괴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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