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적반하장이라 해야 할지, 후안무치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국힘당이 먼저 나서 “격이 맞지 않다. 우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부터 만나라”라고 하더니 3일엔 “잡범과는 회담을 할 수 없다.”라는 험한 말까지 터져 나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격이 맞지 않다’와 ‘잡범’이란 말인데, 여기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내재되어 있다. 우선 ‘격이 맞지 않다’란 말은 대통령과 제1야당은 격이 다르니 ‘영수회담’이라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명박근혜 정부시절엔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격이 같아서 영수회담을 했단 말인가? 국힘당의 이 주장은 자신들이 주군으로 모셨던 사람들을 격하시키는 우를 범한 것으로, 이 소식을 들은 이명박근혜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아마 ‘이것들이 은근히 나를 무시하네’하고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다.
신골품제 부활?
‘영수회담’이란 대통령과 야당 수장과의 회담이란 뜻으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관례적으로 했던 회담이다. 거기에 무슨 격을 찾는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국힘당은 TK당답게 신라의 골품제가 문득 떠올랐던 모양이다. 자신들은 성골이고 이재명은 무슨 육두품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신분 차별로 후에 무수히 많은 민란이 일어나 망한 나라가 바로 신라다. 딴에는 삼국통일을 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외세의 힘을 빌어 한 통일이고, 삼국 중 가장 발전이 더딘 나라도 신라였다. 나제동맹을 깨고 백제의 뒤통수를 치고 한강 유역을 차지한 것도 신라가 아닌가.
윤석열 만나면 정치적 위상이 회복되나
이재명 대표가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국힘당은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꼼수"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제1야당 대표가 국정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는 윤석열을 만나면 무슨 정치적 위상이 회복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제1야당 대표를 아무 증거도 없이 여섯 차례 검찰에 소환해 망신을 주고 376번 압수수색을 했는데, 무슨 위상을 회복한다는 말인가? 제1야당 위상을 자신들이 잔인하게 짓밟아 놓고 윤석열을 만나면 그것이 회복된다는 망상은 누가 한 것일까?
잡범이 대통령급으로 폼잡고 싶은 것?
국힘당 유상범은 그것도 모자라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잡범이 대통령급으로 폼잡고 싶은 것"이라는 막말도 했다. 제1야당 대표를 잡범에 비유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고, 정작 잡범에 해당하는 사람은 윤석열과 그 처가란 점에서 국힘당의 이 막말은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잡범(雜犯)이란, ‘정치범 이외의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범죄’를 이르는 말이다. 폭행, 사기, 절도, 성추행, 강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힘당에 묻자. 이재명 대표가 위에 예시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왜 법원이 입증은커녕 소명도 안 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 정작 자질구레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윤석열과 그 처가다. 윤석열의 의혹부터보자.
(1) 검사 신분으로 피의자 만나 동거한 의혹 (2) 검사 신분으로 범죄자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에게 변호사 소개(사실) (3) 삼성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전세금 대여 의혹 (4)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수사 조기 종결 피해자 확산 의혹 (5) 판사 사찰, 중앙행정법원이 면직 가능한 중대범죄로 판결(사실) (6)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방해 의혹(사실) (7) 부산 저축은행 대장동 일당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 (8) 해병대 채수근 사망 사건 수사 개입 의혹
이재명 대표의 범죄 의혹이 잡범라면 윤석열의 의혹도 잡범이 아니고 뭔가? 검사 신분으로 피의자와 동거했다는 의혹은 잡범 중 상잡범이 아닌가 말이다. 검사가 사는 아파트 전세금을 재벌이 대신 지불해 준 의혹은 잡범이 아니고 사상범인가?
병주고 약주는 회담을 누가 하나?
김기현 국힘당 대표는 "제가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하자고 한 지 몇달이 됐다. 계속 도망만 가는데 뭐가 그리 두려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중대범죄자라 하고, 검찰에 소환해 망신만 주는데 어떤 야당 대표가 집권 여당 대표를 만나 회담하고 싶겠는가?
김기현이야말로 존재감이라곤 없는 자신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 아닌가. 또 무능하기로 소문난 김기현 대표를 만나 회담을 한들 뭐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은 윤석열이 “노!‘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나경원이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말했다가 경질된 것을 모르고 있는가? 지금까지 국힘당 자체로 해결한 민생 법안이 있으면 말해보라.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범죄자를 사면복권해 강서구청장 선거에 다시 나가게 해도 한 마디 항의도 못하는 주제에 누구에게 ‘도망’ 운운하는지 기가 막힌다.
구속영장 기각되면 사과해야 되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사과 한마디 없이 뜬금없이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 나온 건 사실상 민생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라고 일갈했는데, 이 역시 웃기는 주장이다.
2년 넘게 수사를 해도 증거 하나 밝혀내지 못하고 제1야당 대표를 검찰에 여섯 번이나 소환하고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으면 그 잘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과하고 사퇴해야지 왜 이재명 대표가 사과해야 하는가? 윤석열이 전두환을 칭송하다 지지지율이 떨어지자 ‘개사과’를 하더니 윤재옥 원내대표도 개사과를 원하는 모양이다.
국회를 공전에 빠트린 곳은 검찰
윤재옥 원내대표는 "구속영장 기각이 이 대표의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고 영장전담 판사도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하니 이 대표는 본인 신상 문제로 국회를 공전에 빠트린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추석에 접한 민심"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불체포특권을 버리고 영장실질심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이재명 대표다. 그러나 검찰은 민주당을 분열시키기 위해 일부러 회기 중에 제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냈으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국회를 공전에 빠트린 곳은 바로 검찰이다. 그리고 추석 민심이 그러한데 왜 지지율은 그 모양 그 꼴인가?
똥 묻은 개들의 허세
국힘당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영수회담, 잡범이 대통령급으로 폼잡고 싶은 것"이라고 막말을 했는데, 이 말을 역으로 돌려주면 “가족 비리 집단이 대통령 폼을 잡고 싶은 것”이 될 것이다.
연말이 되면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 50억 클럽 특검이 발의될 텐데, 이때 윤석열이 특검을 거부하면 그 역풍은 국힘당으로 날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라고 말한 당이 바로 국힘당이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김태우가 10% 이상으로 패하면 분열될 곳은 국힘당이다. 독 안에 든 쥐는 바로 국힘당과 윤석열 정권인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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