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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에 시민 '추모' 금지한 서대문구

서대문구청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 이용객 불편”
민족문제연구소 “국힘 출신 서대문구청장이 대통령실 눈치"

정현숙 | 기사입력 2023/10/25 [14:26]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에 시민 '추모' 금지한 서대문구

서대문구청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 이용객 불편”
민족문제연구소 “국힘 출신 서대문구청장이 대통령실 눈치"

정현숙 | 입력 : 2023/10/25 [14:26]

25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에서 참석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청이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 부스 설치를 위한 장소 신청을 불허해 시민들의 추모 자체를 막았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오는 28일 토요일까지 부스를 운영하겠다고 구청에 신청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5일 오전 서대문구청으로부터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국민 추모 부스를 설치를 위한 장소 신청을 불허하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은 민족문제연구소 측에 보낸 공문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공원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원 이용 질서유지를 위해 장소사용을 불허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전날까지 구두로 ‘설치해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이날 아침 8시께부터 부스 천막 등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구청 공무원들이 독립공원 장소 사용을 불허하겠다는 공문을 들고 와 막았다고 밝혔다. 실랑이 끝에 부스 설치는 오전 10시께부터 시작됐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한겨레 신문>에 “어제까진 구두로 부스 설치를 분명 허락했었는데, 오늘 갑자기 공문을 들이밀며 사용이 불허됐다며 막았다”라며 “국민의힘 출신 서대문구청장이 용산 대통령실 눈치를 보고 뒤늦게 공문을 통해 추모 부스를 막은 것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구청 담당자는 “이미 19일에 결재가 난 공문을 메일로 발송한 것으로 착각해 오늘 공문을 전달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강제집행 계획 여부에 대해선 “내부 보고 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학진 실장은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리하는 서대문구청조차 퇴행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떠나신 뒤에도 이런 시련과 핍박이"

 

홍범도 장군 부부의 생전 모습과 추모비. 이동순 시인 페이스북 갈무리


홍 장군을 기리는 시로 고초를 겪은 전 영남대 교수 이동순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장군 관련 여러장의 사진을 올리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10월 25일은 전설적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의 변방도시 크즐오르다 스체프나야 거리, 누추한 단칸방에 홀로 사시다가 1943년, 75세를 일기로 서거하신 날"이라고 했다.

 

이어 "저녁 8시에 임종하셨지요. 말년에 소일삼아 나가서 일하던 동포 방앗간의 청년들이 여러 날 오시지 않는 게 이상해서 댁으로 찾아가 보니 돌아가시기 직전으로 방앗간 청년들이 임종을 지켰다"라며 "생의 온갖 고통을 다 겪으시고 고국에 돌아오신 뒤에도 참담한 유린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의 생애는 이렇듯 연속적 고난을 겪어야만 하는 운명적 디아스포라인가 보다"라며 "이런 홍범도 장군의 삶을 곰곰이 반추해본다"라고 소회를 적었다.

 

시인의 아픔은 '내가 홍범도다' 제목의 시집으로 승화해 홍 장군의 순국 80주기를 맞은 25일 출간됐다. 이날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홍범도 장군은 일생이 고난의 연속이었는데…떠나신 뒤에도 이런 시련과 핍박을 겪으시는 걸 보니 가슴이 메고 피눈물이 날 것 같다"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여천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식을 열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승리 등 홍 장군의 독립운동 공적을 기렸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조진웅씨 등을 비롯해 독립유공자 유족, 독립운동 관련 단체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충원 정문 앞에는 ‘육사교정의 독립전쟁영웅 흉상 철거 시도 당장 철회하라’ 등의 흉상 철거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홍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대적관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로 철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모식에 참석한 박민식 장관은 흉상 철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홍범도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조진웅씨가 2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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