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지난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윤석열이 이재명에게 다가가 어색하게 악수를 청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시선은 다른 데 가 있다. 그만큼 윤석열이 이재명을 꺼린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한편으론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아직 감옥에 안 건 거야?’ 하고 속으로 조롱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윤석열은 집권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제1야당 대표와 한 번도 대화를 한 적이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윤석열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재명에게 진짜로 죄가 있다면 왜 아직도 구속시키지 못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버렸겠는가? 윤석열은 다만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언론플레이를 해 그나마 30%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시선을 다른 데 두었다. 한직에 머물던 자신을 끌어올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시켜주자 ‘주군’을 배신하고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했으니, 스스로 문재인 대통령을 볼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뭔가 떳떳하지 못할 때 상대방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다 거짓말을 해도 마음의 창인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사악한 자는 정의로운 사람의 눈을 바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의 눈엔 온통 적의만 빛난다.
이재명을 확정된 중대 범죄자라고 한 윤석열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은 이재명 후보를 ‘확정된 중대 범죄자’라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검사들이 보고한 것만 보고 제1야당 대선 후보를 ‘확정된 중대 범죄자’라로 말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는 공직 선거법에도 위배된다. 하지만 이걸 다루는 언론은 거의 없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의사실 공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조작하고 덮어씌워버리면 그만이다. 조지라면 조지고 덮으라면 덮는 검찰 생리가 그대로 발현된 것이다. 하지만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윤석열이 검찰의 수사를 받을 날이 오고 말 것이다.
이재명 단독으로 만나기 싫어 5부요인 사전환담?
31일, 윤석열이 내년 예산 처리를 앞두고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 처리를 부탁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먼저 야당 대표를 찾아 부탁하는 게 관례인데, 윤석열은 여기서도 꼼수를 부렸다. 윤석열은 이재명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악수하는 것이 싫은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되는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회동했다. 그러자 언론들이 일제히 ‘꽉 막혔던 여야 협치의 물꼬가 터질지 주목’ 식으로 보도를 했다.
사전환담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여야 지도부를 섞어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이재명을 단독으로 만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실이 그런데 무슨 얼어죽을 협치의 물꼬를 튼다는 말인가?
이번 사전환담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후 이재명 대표와 사실상 처음 만나는 자리다. 지난해엔 민주당이 야권을 향한 검찰·감사원의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해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가 5인 사전 환담을 허용해 그나마 악수나 한 것이다.
후쿠시마 핵폐수 예산은 늘리고 기초과학 예산은 줄인 윤석열
윤석열이 국회에 와서 한 예산안 시정 연설은 모순도 많다. 걸핏하면 긴축재정 운운해놓고 정작 후쿠시마 핵폐수 관련 예상은 조3조를 책정한 것을 어떤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권은 후쿠시마 핵폐수가 안전하다며 광고비만 수십억을 지불했다.
그것도 모자라 윤석열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8조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8조면 청년 일자리 수십만 개를 창출할 수 있는 어머어마한 돈이다. 사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도이지만, 거기에 삼부토건이 참여한다니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재건 사업도 미국이 주도할 것이다.
삼부토건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정재계를 떡주무르듯 한 조남욱 회장이 만든 회사로, 그 유명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을 지었다. 거기서 바로 ‘줄리’란 말이 처음 나왔는데, 그것을 최초로 제기한 안해욱 전 초등태권도연맹 회장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본 것을 봤다고 한 것도 죄가 되는가? 경찰도 그 수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에게 보내는 따스한 눈빛
윤석열은 중동에서 귀국하자마자 박정희 44주기 추도식에 참여해 박근혜를 만났다. 자신이 수사해 구속시켜 놓고 지지율이 폭락하자 사면복권해주고 “면목이 없다.”라고 사실상 사과했다. 윤석열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엔 오지 않고 박근혜를 만나 따스한 눈빛을 주고받는 사진을 보자니 복장이 터진다. 윤석열의 손을 잡고 헤벌러 웃는 박근혜도 볼썽사납다. 속말로 베알도 없나. 사진만 봐도 분노가 일게 하는 지도자가 왜 필요한가?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TV를 끄고 살까.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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