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에 사활을 건 대한축구협회는 네델란다 출신 감독 거스 히딩크를 영입한다.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히딩크는 수락에 앞서 두 가지를 요구했다. 선수 선발과 훈련에 일절 간섭을 하지 말 것과 월드컵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임기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그에게 「월드컵 16강 진출」과 「한국 축구의 선진화」를 요구했다. 히딩크 영입은 대 성공이었으며, 한국축구는 아시아팀 최초 4강진출은 물론 박지성 손흥민 이강인등 세게적인 선수를 줄줄이 배출하게 된다.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그는 학연 지연 등의 고질적인 병폐를 차단하고 실력중심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다. 언론을 이용할 줄 알았던 그는 감독 초반 비판적이던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는 눈치를 보지 않았다. 협회와 언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인 것이 그의 성공요인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행보가 날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혁신의 방향을 헛다리 짚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받은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의 사면을 건의해 당내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이준석은 2차 가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홍준표 역시 자신을 향한 사면발언에 조롱과 비아냥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대사면에 대해 반발하는 두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행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지금 이순간, 총선에 출마할 길이 열렸다며 조용히 웃고 있을 김재원 최고위원을 위한 대사면이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역사 왜곡을 일삼아 징계하는 것은 ‘정치적 징계’일 뿐이라고 시인하며, 극우 우파와 한 몸 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통합인가 보다. 

김태우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것인데, 통합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명분 없는 대사면 하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보여주기’식 변화에도 실패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가 시작되자 자리를 뜨고 말았다. 정당 발언과 추모 공연만 듣고 간 셈이다. 참사로 고통받는 국민의 이야기는 외면하며, 참석했다는 궁색한 기록만 남기고 싶었다는 것을 들키고 말았을 뿐이다. 

혁신위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참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 후손으로 광주민중항쟁의 의미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5.18 망언, 4.3 망언 등으로 징계받은 김재원 최고위원 등의 사면논의를 멈춰야 한다. 보여주기마저 실패하는 언행불일치 혁신위는 국민의 경고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며, 실력이 아닌 아부떠는 정치인에게 줄세우기하는 국민의힘에 국민이 사라진지 오래다. 혁신위가 성공하고 싶거든 언론과 협회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실력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자신의 주장과 생각대로 밀고 나아갔던 히딩크의 성공사례에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