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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와 이멜다의 명품 창고

이득신 작가 | 기사입력 2023/12/04 [17:15]

김건희와 이멜다의 명품 창고

이득신 작가 | 입력 : 2023/12/04 [17:15]

▲ 출처=서울의소리/SNS 갈무리  © 서울의소리

“그녀는 8년 간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다.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 이멜다의 전기 영화 <이멜다(Imelda)> 도입부의 첫 소절이다. 

 

필리핀의 대통령을 지낸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제 10대 필리핀 영부인(1965~1986)이었다. 20년의 독재기간동안 필리핀은 아시아 최고 부자나라에서 최빈국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이멜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인물’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치 행각으로 유명했으며, 한때 장관직과 마닐라 시장직을 역임하면서 횡령도 엄청나게 저질러 필리핀 경제를 말아먹는데 일조했다. 그래서 필리핀 국민들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용서할 수 있어도, 이멜다 마르코스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이멜다는 계엄령 선포기간 10년 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직과 마닐라 시장직을 지내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남편과 함께 필리핀의 국가재정을 횡령하거나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쓸모없는 사치성 사업을 벌여서 필리핀의 경제를 망쳤다. 특히 남편의 계엄령 선포 이후로는 누가 신경 쓰든 말든 대놓고 명품들을 쓸어 담아갔다. 당연히 이멜다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데 쓰이는 돈은 모두 국가재정에서 지출되었다. 

 

마르코스의 부패와 폭정에 분노한 필리핀 민중들의 혁명에 쫓겨난 이멜다는 훗날 남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함께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을 때 이멜다가 살던 말라카냥궁 지하에는 가로 21m, 세로 21m나 되는 커다란 방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이멜다의 사치품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당시 대통령궁을 방문한 영국의 사진기자 알렉스 보위는 대통령궁 지하에 있는 이멜다 마르코스의 옷장 속에 쌓여있는 세계 최일류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최고급 의상과 구두, 핸드백, 그리고 장신구들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한다. 최고급 브랜드의 구두 3,000켤레, 수백 벌에 달하는 최고급 의상,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 거울 옆에는 프랑스 루이비통 손가방이 가득 쌓여있었으며, 최고가의 파티용 장갑 68켤레, 각종 유명 브랜드의 팬티 3,500장, 최고급 이브닝 가운 2,000벌, 최고급 검은색 브래지어 500개, 심지어 방탄이 가능한 브래지어까지 있었다. 또한 최고급 가발 30개, 아직 뜯지도 않은 스타킹 박스 200개, 최고급을 자랑하는 수백 개의 보석상자, 방 한쪽에는 최고급 신상 명품 가방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실의 대한민국에도 이멜다에 못지않은 영부인이 존재한다. 그녀가 명품수집광이라는 사실은 이미 대선 전부터 소문으로 떠돌았다. 다만 당시에는 언론들이 패셔니스타라는 부분을 부각해 사치스런 명품족에 대한 보도가 뒤따르지 못했다. ‘명품’은 본래 ‘비싼 상품’보단 ‘뛰어난 작품’에 더 가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명품’이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은 샤넬, 디오르, 구치,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의 유명 사치품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처음 국내에 상륙할 당시 호화품·사치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명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김건희의 명품사랑은 지난 7월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김건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 Du Broliai에 들른 일이 있었는데, 이를 현지 언론이 보도하면서 시작되었다. 해외 출국 전 김건희가 에코백을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마치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연출하려 했으나 이 사건으로 김건희의 사치행각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후 당시 대통령실의 궁색한 변명이 일품이었는데, 종업원의 호객행위로 마지못해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방문은 했지만 제품은 구입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술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해명과 비슷하다. 

 

이후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김건희 관련 사진을 보면 단 한 번도 같은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존재하지 않을 만큼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다. 명품으로 치장한 옷과 신발 핸드백 등을 주목해서 그녀의 사치행각을 보도해야 할 언론들은 김건희가 사용한 제품의 완판사실만을 보도한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김건희를 대하는 자세는 과거 독재시절의 이멜다를 대하는 필리핀의 언론과 비슷하다. 

 

최근 김건희는 본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명품을 수수한 사실이 공개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녀의 명품수수는 김영란법 위반 등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등 수구 언론에서는 불법적인 함정취재만을 다루고 있다. 언론이 권력의 부정부패와 사치스러운 영부인의 행각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가 단지 최재영 목사만의 상황은 아니다. 명품백이라는 뇌물을 들고 줄서서 김건희 면담을 기다리는 자들에 대한 후속취재가 이루어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언론들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돌려줄 예정이었다면, 지금이라도 김건희의 명품창고를 공개하기 바란다. 세금으로 산 것과 뇌물로 받은 것 등을 모두 공개하기 바란다. 국민들은 이멜다의 사치행각으로 무너진 필리핀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는다. 김건희의 명품창고가 궁금한 이유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품격과 관련된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사례도 있다. 전 총리의 부인인 로스마는 다이아몬드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 행각으로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던 이멜다에 빗대 ‘말레이시아판 이멜다’로 불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018년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2억7천500만달러(3천726억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 핸드백, 시계 등 사치품을 압수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로스마 여사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와 런던 해로즈 등 유명 백화점에서 600만 달러(66억원)가 넘는 보석류와 명품을 구매한 신용카드 결제명세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로스마는 과거에도 다이아몬드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수집하는 취미 때문에 수차례에 걸쳐 대중의 비난을 받아왔다. 개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백 10여개를 행사 때마다 바꿔들고 나오는 등의 모습이 말레이시아 국민의 정서를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멜다는 사기와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2018년 11월 9일 필리핀 법원에 의해 최고 77년형 선고가 확정되어 공직이 박탈당해야 했지만, 현재 공직은 유지되고 있다. 이는 2022년 5월 그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기어코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해 36년만에 마르코스 일가가 정권을 잡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마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부인이 부패해도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언론이 썩어 있으면 독재가 기승을 부리고 권력은 부패하며 정권은 무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언론은 정직해야 하며 시민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언론이라는 자세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보다 시민의 연대를 통한 윤석열 탄핵과 김건희 특검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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