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frame)이란, ‘구조, 뼈대, 틀, 테두리’란 뜻으로 창에 테두리를 씌우거나 안경에 테를 씌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말이 남을 모함하기 위해 함정에 빠드릴 때 쓰이기 시작했다. 정치판에서 이 프레임을 자주 사용한다.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 제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단된 상황에서 ‘빨갱이’이란 말은 마치 금기어처럼 쓰였는데, 이것에 걸려들면 아무리 큰 정치인도 제거되곤 하였다.
총선 불리해지자 운동권 프레임 펼치는 한동훈
국힘당이 4월 총선에서 여로 모로 불리해지자 새롭게 꺼낸 카드가 소위 ‘윤-한 갈등 프레임’인데, 마치 윤석열과 한동훈이 서로 갈등하는 것처럼 차별화를 시도해 표를 얻어 보려는 수작이다. 거기에다 하나 더 얹은 것이 소위 ‘운동권 프레임’이다. 윤석열이 걸핏하면 ‘반국가 세력’, ‘공산전체주의’ 운운한 것도 야당, 특히 민주당을 ‘빨갱이 프레임’에 넣어 두려는 속셈이다.
그러자 한동훈도 나서 “586 운동권 세력과 싸워 이기겠다.“라고 말했는데, 선거 전략치고는 치졸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386이니 486이니 586이니 하는 말로 선거를 치른다는 말인가? 한동훈은 “386, 486, 586, 운동권이 국민 위에 군림했다. 이재명 대표가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 세력과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서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수구 언론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과반이 ”총선에서 86운동권 청산해야"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의 윤희숙도 운동권 비판
한때 국힘당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란 말로 화제를 모았던 윤희숙이 임종석이 출마할 서울 중구 성동갑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기다렸다는 듯 운동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희숙은 "임종석 비서실장님께서 나오신다면 되게 고마운 일이고요. 586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나오든 개딸 전체주의, 당 대표의 방탄을 보좌할 정치인이 나오든 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KDI(한국개발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윤희숙은 국힘당 국회의원이 된 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나는 임차인입니다”란 말로 화제를 모았는데, 알고 보니 아파트가 따로 있었다는 게 밝혀져 망신을 샀다. 윤희숙은 거기에다 부친이 세종시에 논을 수천 평이나 사둔 게 밝혀져 급기야 의원직을 사퇴하였다. KDI(한국개발원)은 국토 개발에 관여하므로 윤희숙이 미리 개발 예정지를 알았을 수도 있다는 여론이 일자 억울하다며 국회의원 직을 사퇴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은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아직까지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종석은 "특정 세대가 특정 세대를 또는 특정 세력이 특정 세력을 배격하는 형태로는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첫 번째 대의와는 어긋나기 때문이다“라고 운동권 세력을 비판하는 윤희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임종석은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지 의문이고 따라서 윤희숙은 헛발질을 할 수도 있다.
피해자 코스프레한 한동훈
한동훈은 국힘당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자신을 소수자이자 탄압받는 포지션에 놓고 소위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부산으로 좌천되어 야구 구경이나 했다고 하더니, 그땐 코로나로 무관중 시합을 할 때였다. 그러자 한동훈은 자신이 2008년에 사직 구장에 간 사진을 올려 국민을 기만했다. 한동훈은 늘 그런 식이다. 논리도 허접하고 억지가 많다.
평생 검사만 하다가 법무부 장관까지 된 한동훈이 마치 약자처럼 구는 것도 보기 우습고, 운동권 출신들이 나라를 망쳤다는 말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친구들이 거리로 나가 수구들과 싸우고 있을 때 도서관에서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이 땅의 민주화에 벽돌 한 장 안 올린 자들이 운동권 세력을 매도할 자격이 있을까? 지금 그들이 마음대로 발언하고 사는 것도 그 운동권 출신들이 희생 때문이 아닌가 말이다.
최근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 초중반도 진보 진영을 더 지지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87년 유월항쟁 때 거리로 나선 넥타이부대이기 때문이다. 박종철과 이한열이 수구들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그 세대가 어찌 군부독재 후예들을 지지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40대 50대는 2002년 월드컵 4강 세대로 진보 진영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운동권이 아니라 친일매국 세력이 나라 망쳐
지금의 위기는 운동권 세력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친일매국 정권의 무능과 무지 막장 인사에서 연유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하나 정상인 게 없는 이유가 뭐겠는가? 구태여 말하자면 윤석열이 노동위원장으로 임명한 김문수도 운동권 출신이고 민주화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이재오도 유명한 운동권 출신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한동훈이 ‘반 운동권’ 프레임과 ‘영 라이트(Young right·젊은 우파)’ 대 ‘올드 레프트(Old left·낡은 좌파)’ 구도로 선거를 치르려 하지만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이 낮은 이상 총선에서 참패하고 말 것이다. 참고로 국힘당은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가장 낮다.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이 ‘젊은 보수’, ‘반운동권’을 아무리 외쳐봐야 윤석열 정권의 국정 기조가 바뀌지 않고 김건희 비리가 청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젊은 보수도 대부분 이준석 신당에 가 있다. 김건희의 주가 조작, 명품수수에 대해선 말도 못 꺼내면서 무슨 운동권 타령인지 모르겠다. 총선 치르려면 건강해야 하니 운동이나 잘하라.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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